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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출혈 경쟁 LCC, 환율 악재까지… 수익성 고꾸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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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社 3분기 합산 적자 2015억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악

    국내 상장 LCC(저비용 항공사) 4사인 제주항공·티웨이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 올해 3분기(7~9월)에 합산 2015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4사의 분기 합산 적자가 2000억원을 넘긴 건 코로나 팬데믹 때인 2022년 1분기(2005억원 적자) 이후 처음이다.

    4사는 작년까지만 해도 겉으론 ‘호황’이었다. 지난해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이 모두 흑자였고 티웨이항공도 영업 손실이 123억원에 그치며 사실상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따라붙었다. 매출이 가장 작은 에어부산까지 연 매출액 1조원 클럽에 합류하는 등 외형적으로는 성장했다. 그러나 공급 과잉에 따른 출혈 경쟁, 환율 급등이라는 외부 악재가 겹치며 1년도 채 안 돼 날개가 꺾인 것이다.

    조선일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주기장에 국내 LCC(저비용 항공사)가 보유한 항공기들이 서 있는 모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 국내 상장된 LCC 4곳은 올 3분기(7~9월)에만 총 2000억원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로 여행 수요가 줄어든 2022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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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형 커졌지만 수익성 악화

    올해 3분기 제주항공은 연결 기준 매출 3883억원과 영업 손실 55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작년 동기(4805억원) 대비 19% 줄었다. 영업 이익은 작년 465억원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무안공항 사고 이후 일부 노선을 축소하고 기단 운용에 차질을 빚은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진에어·에어부산은 ‘지진설’ 등으로 일본 여행 수요가 주춤했던 데다 경쟁이 치열한 일본·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 의존도가 커 운임 인하 압력에 노출됐다는 평가다. 3분기 적자는 티웨이항공이 95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회사 측은 “유럽 노선을 지난해부터 확장하면서 초기 투자 비용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진에어, 에어부산도 각각 200억원대 적자를 냈다.

    핵심 원인은 출혈경쟁이었다. 엔데믹 이후 LCC들은 공격적으로 항공기를 늘리고 인기 노선 증편에 나섰다. 이는 공급 과잉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올해 3분기 공급 좌석은 작년보다 3.7% 늘었지만, 여객 수 증가는 2%대에 그쳤다. 항공사들은 탑승률을 유지하기 위해 특가·초특가 할인 경쟁을 벌였고, 수익성은 곤두박질쳤다. 항공사 수익성 지표인 일드(Yield·승객 1명당 1㎞ 운송 시 매출액)가 국제선 기준 팬데믹 때도 200원대를 유지했지만 올 3분기는 60~80원 수준으로 추락했다.

    국제선 탑승률이 40%대에 그쳤던 2022년 1분기 4사의 합산 적자는 2005억원이었다. 올해 3분기는 탑승률이 80%대를 유지했지만 적자는 2015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운항 횟수, 탑승 여객은 늘었지만 수익성이 급감한 것이다.

    ◇중복 노선, 출혈 경쟁 심화

    이런 상황에서 LCC의 재무 구조를 무너뜨린 결정타는 고환율이었다. 보이지 않는 ‘비용 폭탄’으로 작용한 것이다. 항공기 리스료와 유류비 같은 주요 비용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LCC의 특성상, 1400원을 훌쩍 웃도는 원·달러 환율 고공비행은 재무적 압박으로 이어졌다. 특히 달러로 계약된 항공기 리스료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이익을 상쇄하는 악순환이 고착화됐다.

    신생 파라타항공까지 지난 17일 인천~도쿄(나리타) 등 국제선 운항을 시작하면서 경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LCC 7사가 운항 중이던 이 노선은 이제 8사의 경합지로 바뀌게 됐다. 공급이 수요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면서 인기 노선들마저 수익성 압박에 직면했다.

    LCC들은 과열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신규 노선 발굴, 화물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7월 대구~오사카~괌 운항을 약 4년 만에 재개했다. 제주항공도 지난 7월 인천~싱가포르 노선에, 진에어도 지난 10월 인천~중국 구이린 노선을 신규 취항했다. 에어부산도 부산발 단독 노선을 확대하고 있다. 일부 항공사는 골프백 수하물 처리 우대, 반려동물 운송 서비스 등 유료 서비스로 수입 모델도 다각화하고 있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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