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유기묘 보호 카페 등을 방문해보거나 임시보호를 하면서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을지 미리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태어날 때부터 고양이들과 함께 자라온 성소영씨의 딸 제이의 모습. 성소영씨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여섯 살 난 딸 제이를 키우는 성소영씨 집에는 반려묘 두 마리가 함께 산다. 결혼 전부터 고양이를 키우던 그는 출산을 하면서 아이와 고양이를 함께 돌보게 됐다. 감수해야 하는 일도 있지만 반려동물과 아이가 함께 지내면서 웃을 일도, 행복할 일도 더 많다고 말한다. 반면, 1년 전 강아지를 입양한 김유라씨는 돌봄에 대한 부담이 늘어 힘들다고 토로한다. 중학생 아이가 졸라서 강아지를 입양했으나, “매일 산책도 시키고 목욕도 시키겠다”던 아이의 약속은 한두 달 만에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아이와 반려동물, 함께 키울 수 있을까
KB금융이 발간한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내 인구는 1546만 명, 591만 가구에 달한다. 총인구의 29.9%에 해당하는 수치다. 가장 많이 키우는 동물은 강아지(546만 마리)였으며, 고양이(217만 마리)가 그 뒤를 이었다. 국민 10명 중 3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시대다.
출산 전부터 개나 고양이 등과 살다가 아이를 낳으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키우는 경우도 있고, 아이가 자라면서 반려동물을 새로운 식구로 맞이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그러나 귀엽다는 이유로 섣불리 동물을 집에 들일 문제는 아니다. 개나 고양이의 경우 평균 10년 이상을 돌보고 책임져야 하는 생명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는 반려동물을 키울 환경을 갖출 수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동물의 특성에 따라 산책, 놀이, 목욕 등의 돌봄은 필수다. 가족 내에서 이를 위한 시간과 에너지를 규칙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털 빠짐, 배변 실수, 짖음 등으로 집이 더러워지거나 소음이 발생할 수 있다. 한 생명을 책임지고 돌본다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일과 마찬가지로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을 감수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보호자가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는 것이 우선이다.
경제적 책임 능력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매달 들어가는 사료비와 기본 용품 비용 외에도 예방 접종, 정기 검진, 중성화 수술, 예측 가능한 질병 치료비 등이 비정기적으로 발생한다.
위생과 안전에 신경 쓰는 것 중요
반려동물을 키우던 1인 가구가 결혼과 출산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와 반려동물을 함께 키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키우던 반려동물에 대한 고민을 마주하기도 하는데, 이때 역시 책임감 있는 태도와 신중한 접근이 중요하다.
딸 제이를 낳기 전부터 고양이를 키워온 성소영씨는 “임신을 하고 나서 ‘고양이는 어떻게 할 거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나쁜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동물과 아이를 함께 키울 수 있다는 걸 몰라서 그렇다고 생각했다”며 아이와 고양이를 함께 키우는 일에 큰 고민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래도 고양이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니까 혹시라도 아이를 공격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은 있었다고 한다.
성씨는 “처음에는 아이가 있는 방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격리를 시키고, 몇 주 정도는 냄새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졌다”며 “대면한 이후로는 아이 옆에 가서 자기도 하는 등 금세 가까워졌다”고, 위생과 안전에 신경 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이가 많이 어릴 때는 위생을 좀 더 신경 써야 한다. 피부나 호흡기가 예민한 아이들은 고양이 털 때문에 아플 수도 있다. 마음을 많이 내려놓아야 하는 부분도 있다. 조심해도 피부병이 옮을 수 있고, 고양이가 움직이다가 실수로 아이를 할퀼 수도 있다. 반려동물도 내 자식이라는 마음으로 이런저런 일을 무던하게 넘기는 태도를 갖는 게 좋다. 하지만 아프거나 다치는 건 아주 가끔 있는 일이고, 거의 모든 날들은 훨씬 더 행복하고 만족스럽다. 아이 역시 좀 크니까 고양이를 키우는 덕분에 유치원에서 인기가 많다면서 너무 좋아한다.”
입양처를 찾는 임보견과 입양 희망자들이 만날 수 있는 ‘입양제\' 행사 모습. 핌피바이러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임시보호나 유기동물 봉사부터
반려동물 입양을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경우라면 먼저 아이와 함께 반려동물에 대해 공부를 해보자. 시중에 나온 어린이용 학습 만화나 그림책을 읽으며, 반려동물의 행동 원리와 필요한 돌봄이 무엇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입양 전 미리 임시보호(임보)를 해보거나, 유기동물 봉사 활동 및 만남을 통해 경험을 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유기동물 임시보호 플랫폼인 핌피바이러스(www.pimfyvirus.com)는 임시보호가 필요한 강아지와 고양이 소식을 수시로 공식 웹사이트에 올린다. 온라인으로 상시 상담이 가능하며, 가족에게 잘 맞는 반려동물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장신재 핌피바이러스 대표는 “최근 아이와 함께 임보를 시작해보려는 가정의 문의가 늘고 있다”며 “한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신중한 일인 만큼, 귀엽다는 이유로 덜컥 데려오기보다는 임보를 통해 신중히 가늠해보고 입양을 결정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핌피바이러스는 해마다 봄과 가을에 임시보호견과 입양에 관심 있는 시민이 한자리에 만날 수 있는 ‘입양제’를 개최한다. 이러한 행사를 찾아 참가자와 직접 대화를 나누며 입후보견의 성격과 특징 등을 알아보면 도움이 된다.
유기동물 보호 시설을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일례로 부천에 위치한 ‘묘한 사랑’은 유기묘 보호 및 입양을 위한 카페다. 시보호소에서 안락사 직전의 고양이, 유기묘 등 고양이를 구조해 돌보는 공간으로 후원과 봉사자들의 활동을 통해 유지된다. 유기동물 구조와 입양을 돕고 돌보는 것이 목적으로, 상업적 목적의 카페 운영을 위해 동물을 활용하는 곳과 구분된다. ‘묘한 사랑’의 경우 고양이가 모여 있는 고양이 존과 사람만 입장 가능한 카페 존으로 나뉘어 있는데, 고양이 존은 혹시 모를 우발적 사고를 대비해 보호자를 동반한 취학 연령 이상 아동만 입장이 가능하다.
‘묘한 사랑’을 운영하는 이영미 대표 역시 ‘유기묘 보호 카페 등을 미리 방문해보거나 임보를 하면서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을지 체크해볼 것’을 추천했다. 반려동물 입양에는 여러 변수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키우고 싶은 반려동물에 대해 공부하고 접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영미 대표는 “일단은 동물에 알러지가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며 “막상 데려왔더니 아이의 알러지가 심해서 못 키우겠다고 파양 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고양이 입양을 매우 원했지만, 막상 고양이가 등에 올라타니까 엄청 울면서 두려워한 아이도 있었다”며 “마음으로는 고양이가 좋고 키우고 싶었더라도, 막상 만나거나 가까이 오면 무서워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자체 및 관련 단체가 운영하는 보호소는 다양하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반려마루 화성’ 입양센터는 광역지방자치단체 최초의 고양이 입양센터다. 고양이방과 놀이방을 포함해 상담실, 고양이 전문 동물병원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고양이의 사회화 훈련과 입양 희망자 전문 상담 등도 진행한다.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는 반려동물 교감 활동 프로그램 ‘동감’을 운영하기도 했다. 반려동물 책 읽어주기 프로그램을 비롯해 유기견 산책, 유기묘 사회화 활동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됐으며 110여 명(53팀)의 어린이와 부모가 참여해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반려마루 화성’은 앞으로도 반려동물과 아이들이 교감하고 성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대할 예정이다.
입양 후 온 가족이 함께 하는 돌봄이 중요
반려동물을 입양하기로 했다면, 펫샵 등 동물권을 침해하는 경로를 통한 구매는 피하고 동물보호단체나 입양센터 등을 이용하도록 하자. ‘포인핸드’ 앱 같은 유기동물 플랫폼을 활용해 입양처를 찾는 동물 정보를 탐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데려온 후에는 반려동물의 특성을 파악하며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반려동물이 경계심이 많다면 억지로 만지거나 가까이 가기보다는 차분하게 기다려주자. 무엇보다 반려동물의 ‘언어’를 함께 공부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개는 불편함, 스트레스, 위협 등을 느낄 때 하품, 코 핥기 등의 카밍 시그널(Calming Signal)로 신호를 준다. 이러한 신호를 아이도 알아챌 수 있도록 가르치면 좋다.
아이가 동물을 존중하고 아껴줄 수 있도록 지도하는 일도 필수다. 성소영씨는 “아이가 처음에는 잘 몰라서, 반려동물을 인형이나 장난감처럼 대하기도 한다”며 “그럴 때는 동물도 생명이 있고,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고 엄하게 혼냈다”라고 훈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돌봄의 경우 아빠나 엄마가 오롯이 전담하기보다는, 아이의 연령에 맞게 역할을 줘 생명을 돌보는 기쁨과 책임을 가르치면 좋다. 아이의 연령에 따라 물통 갈아주기, 털 빗어주기 등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보자.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아이라면 보호자 동행 하에 산책 시 목줄 잡기, 목욕 시키기 등을 해볼 수 있다.
반려동물과의 삶은 어려움과 번거로움도 안겨주지만, 아이는 이 과정을 통해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고받는 법, 책임감을 갖고 약속을 지키는 법, 다른 생명체에 공감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운다. 신중한 준비와 책임감 있는 태도를 갖춘다면 아이와 반려동물 모두가 행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박은아 객원기자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한겨레X일광전구]'꺼지지 않는 빛' 한정세트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