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위증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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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26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15년을 구형하면서 30년 전 주영복 전 국방부 장관 판결을 인용했다. 그는 1979년 12·12 군사반란 이후 국방부 장관에 취임한 뒤 1980년 5월17일엔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열어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를 주도했고, 광주 파견 계엄군의 자위권 발동에도 관여해 1996년 내란 혐의로 기소됐다. 주 전 장관은 신군부의 위세에 끌려다녔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검팀도 이날 “당시 법원은 주 전 장관에 대해 ‘다른 사람의 힘에 밀려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변명하는 것은 ‘하료’(하급 관리)의 일이고, 지위가 높고 책임이 막중하면 변명이 용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며 “마찬가지로 ‘국정 2인자’인 피고인의 납득할 수 없는 거짓변명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한 전 총리의 항변을 비판한 것이다.
특검팀은 수사를 통해 한 전 총리의 주장과 달리 그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동조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증거와 증언도 그에 부합하는 내용이었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 대접견실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에서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이 발언할 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증인으로 나온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을 직접 말리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최후진술에서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미리 준비해 온 문건을 꺼내어 5분 동안 읽었다. 한 전 총리는 “절 믿어준 국민들과 어려운 순간 함께한 가족, 지인, 공직자분들에게 부끄러워 차마 얼굴 들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비록 비상계엄을 막지 못했지만, 비상계엄에 찬성하거나 도우려 한 일은 결단코 없다”며 “그것이 오늘 이 역사적 법정에서 제가 드릴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마지막 고백”이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의 선고 형량은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적용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소 당시 한 전 총리에게는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가 적용됐지만 재판부의 요구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가 추가됐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므로 방조범은 감경되더라도 10년 이상 50년 이하 징역이 가능하다. 반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의 최저형은 징역 5년이다. 특검팀은 국정 2인자였던 한 전 총리가 내란을 막지 못한 책임이 무겁다며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우선 적용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는 내년 1월21일 선고에서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와 중요임무종사 혐의 중 하나를 선택해 유무죄를 판단하게 된다.
이나영 기자 ny379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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