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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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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이어 유럽연합도 “소비자 보호책 내놔라”…중국계 ‘쉬인’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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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지난 5일 파리 베아슈베(BHV) 마레 백화점 앞에서 열린 패스트패션 반대 시위에서 한 시민이 “쉬인은 안된다” “패스트 패션 멈춰”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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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연합(EU)이 중국계 패스트패션 브랜드이자 오픈마켓인 ‘쉬인’(Shein)에 소비자 보호 방침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최근 프랑스가 쉬인 영업 정지를 위한 법적 절차에 나선 뒤 유럽연합도 압박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르몽드·르피가로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6일 브리핑을 열어 “(쉬인이) 미성년자가 연령에 맞지 않는 콘텐츠에 노출되지 않도록 어떻게 보장하는지, 특히 연령 확인 조처를 어떻게 시행하는지, 그리고 불법 제품 유통을 어떻게 차단하는지 구체적인 정보와 내부 문서들을 제출하도록 공식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는 온라인 플랫폼이 불법 제품·성범죄물 등을 유통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유럽연합 디지털서비스법(DSA)에 따른 조처다. 이 법은 집행위가 플랫폼 기업에 소비자 보호 방침과 광고 알고리즘 등을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있게끔 한다.



    집행위는 “프랑스에서의 불법 제품 판매 및 여러 보고서 이후, 집행위는 쉬인 플랫폼이 유럽연합 전역의 소비자에게 체계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며 이번 조처의 배경을 설명했다.



    프랑스 공정경쟁국(DGCCRF)은 지난 1일 ‘어린이처럼 생긴 성인용 인형’이 쉬인 오픈마켓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것을 적발한 바 있다. 쉬인은 마체테(정글도의 일종)·너클(손가락 마디에 끼우는 금속 재질의 둔기) 등 살상 무기도 팔다가 덜미를 잡혔다. 이 와중에도 쉬인이 지난 5일 파리 시청 맞은편의 유서 깊은 백화점 ‘베아슈베(BHV) 마레’에 세계 최초의 오프라인 상설매장을 내자 상공계와 여론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이후 프랑스는 쉬인의 온라인 영업을 막기 위해 전방위 압박에 나선 상태다. 프랑스 내무부는 5일 “쉬인의 반복적이고 체계적인 법 위반”을 이유로 법원에 쉬인 누리집 접속 차단을 청구했다. 이후 파리 법원은 이날 프랑스 정부와 쉬인 양쪽을 불러 청문회를 열려 했지만, 정부가 연기를 요청하면서 다음달 5일로 일정이 밀렸다. 정부는 쉬인이 전날 오후 6시에야 사전 서면 답변서를 제출하는 바람에, 청문회를 정상적으로 열 수 없게 됐다며 쉬인을 비난했다.



    법원이 정부의 청구를 인용하면 쉬인 온라인몰은 3개월간 영업이 정지된다. 판결은 이르면 다음달 말 나온다고 르몽드는 내다봤다.



    정부는 이날 유럽연합 조처도 반겼다. 롤랑 레스퀴르 프랑스 경제장관, 세르주 파팽이 중소기업·상공장관, 안느 르 에낭프 인공지능·디지털장관은 성명에서 “향후 조사 착수까지 이어질 수 있는 집행위 결정을 환영한다”며 “프랑스 정부가 플랫폼 업체들에 대해 디지털서비스법을 엄격히 적용해줄 것을 집행위에 전달한 결과 이번 조처가 촉진된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어 “이 플랫폼이 전 세계 매출의 최대 6%에 달하는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열어둔다고 덧붙였다. 디지털서비스법은 유럽연합 기준을 위반한 기업에 연 매출의 6%까지 과징금을 물리도록 하는데, 쉬인의 위법이 이만큼 중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장관들은 아동을 닮은 성인용 인형을 팔다가 걸린 또다른 중국계 오픈마켓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와 러시아계 오픈마켓 줌(Joom) 역시 프랑스 법원에 제소하겠다고 했다.



    프랑스 정치권도 정부의 강경 대응에 힘을 싣는다. 여당 앙상블 소속의 국회 지속가능발전위원장인 상드린 르 푀르 등 여야 국회의원 83명은 23일 ‘라 트리뷘 디망슈’에 실은 성명에서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지구를 파괴하고, 우리의 일자리를 해치며, 소비자의 건강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쉬인의 저가 의류가 미세플라스틱 등 유럽연합의 환경 기준에 미달하고, 프랑스 패션 산업을 고사시킨다고 비판한 것이다.



    의원들은 “한가지 조치가 필수적이다. 그것은 프랑스 영토에서 쉬인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쉬인은 일단 당국의 십자포화 앞에서 엎드리는 모양새다. 쉬인과 베아슈베 백화점 운영사인 소시에테 데 그랑 마가쟁(SGM)은 올 연말까지 그르노블·디종 등 전국 5개 백화점에 쉬인 매장을 추가 출점하려는 계획을 지난 14일 무기한 연기했다. 그르노블 시장 에리크 피올은 소시에테 데 그랑 마가쟁 쪽에 쉬인 제품의 합법성이 검증될 때까지 매장 오픈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한 상태였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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