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ㄱ교사 사망 사건의 진상조사 결과를 공개하는 제주도교육청 기자회견장에서 유가족 대신 참석한 현경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장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서보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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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숨진 제주 중학교 교사를 민원인으로부터 제대로 보호하지 않은 책임이 학교에 있다는 제주도교육청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교장과 교감이 ‘경징계’ 대상이라고 판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도교육청 진상조사반(조사반)은 4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고인이 민원에 대한 스트레스 및 여러 가지 질병 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고인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못한 학교 관리자의 복무 처리 과정이 있었다”며 “업무 과중으로 인한 부담감 증가와 학생 지도 과정에서 보호자의 민원 제기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해 이러한 결과(교사의 사망)가 초래됐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지난 6월30일 도교육청은 감사관실을 중심으로 조사반을 꾸린 뒤 ‘학생 가족과의 갈등으로 힘들다’는 유서를 남긴 채 숨진 40대 ㄱ교사 사건을 조사해왔다. 당초 유가족 1명도 조사반에 참여했지만, 부실하고 위법 가능성이 있는 절차에 반발해 조사반을 나왔다.
조사반은 교장이 총괄하는 학교 민원대응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ㄱ교사가 숨진 채 발견되기 사흘 전인 지난 5월19일, 교장은 학생 가족과 통화한 뒤 ‘민원인의 언성이 높지 않고 해서 마무리가 잘 될 것 같다’고 판단했으나, 이런 내용을 ㄱ교사에게 알리지 않았다.
결국 민원이 해결 안 됐다고 생각해 학생 가족과 계속 연락하며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ㄱ교사는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민원을 받은 교사를 민원인과 분리해야 한다는 민원대응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조사반장인 강재훈 감사관은 “학교장이 끝까지 책임지고 민원 처리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주본부가 4일 제주시 연동 제주도교육청 기자회견장 앞에서 교육청 진상조사를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서보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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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교감은 두통과 스트레스로 밥도 못 먹는 ㄱ교사가 2주간의 병가를 요청했는데도 민원을 해결하고 가라며 허락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교감은 ㄱ교사 사망 뒤 ‘다음 주에 병가를 쓰겠다고 해 허락했다’고 허위 작성한 경위서를 도교육청에 제출했다.
하지만 조사반은 “(학교 관리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처리했는데 그 부분이 미흡하다”며 교장·교감에게 중대한 과실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중학교를 운영하는 사학법인에 교장과 교감의 경징계(견책 또는 감봉)를 요청하기로 했다. 사학법인의 판단에 따라 경징계마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교원지위법에 따라 학교 민원대응팀을 지도·감독해야 하는 제주도교육청에 대한 조사반의 처분 역시 없었다.
지난 3월 중학교 3학년 부장과 담임을 함께 맡은 ㄱ교사가 숨지기 직전까지 2023년보다 2배 이상 초과근무한 사실도 확인됐다. 조사반은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함으로써 업무가 과중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조사반은 ㄱ교사의 순직을 인정할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강 감사관은 “ㄱ교사가 사립학교 교원이기 때문에 순직 판단은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이 하게 된다”며 “공단이 요청하면 진상조사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서울 서초구 교사 사망사건 때처럼 교육부와 도교육청이 공동으로 조사해달라고 요구해온 유가족은 이번 진상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유가족 대신 기자회견에 참석한 현경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장은 “고인이 억울하게 숨졌다는 사실을 밝혀서 유가족의 한을 풀어주려는 게 진상조사인데, 이건 진상조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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