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관 기관장 인사 추천 의혹을 빚은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4일 사직했다. 김 비서관이 여권 친명(친이재명) 국회의원으로부터 추천받은 인사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현지 제1부속실장에게 전달하겠다고 해 논란이 된 지 이틀 만이다.
대통령실은 4일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김 비서관이 오늘 대통령비서실에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해당 사직서는 수리됐다"고 밝혔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3일 "부정확한 정보를 부적절하게 전달한 내부 직원(김 비서관)에게 공직 기강 차원에서 엄중 경고 조치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이 확산하자 결국 사직 처리했다.
앞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김 비서관에게 문자메시지로 인사를 추천하는 장면이 한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문 수석부대표는 문자메시지에서 중앙대 출신인 홍성범 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본부장을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에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다. 문 수석부대표와 김 비서관은 모두 중앙대 출신으로, 여권 내 이 대통령 측근 그룹인 '7인회' 멤버들이다.
문 수석부대표는 "내가 추천하면 강 실장이 반대할 테니 아우가 추천해 달라"고 했고, 김 비서관은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했다. 이는 강 비서실장과 김 제1부속실장에게 전달하겠다는 의미여서 논란이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정부에서 인사에 간여하는 공공기관이 아니지만 주로 산업통상부 전직 관료가 수장을 맡아왔다.
문 수석부대표는 문제의 문자메시지가 공개된 후 이틀 만인 이날 침묵을 깨고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며 "앞으로 언행에 더욱 조심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민주당에서도 이번 사태의 부적절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문금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문 수석부대표에 대해 '엄중 경고'를 했다고 밝혔다.
'원조 친명'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문 수석부대표와 김 비서관의 친분과 문자메시지를 언급하며 "특별한 의미는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김 비서관이 그런 업무를 담당하거나 역할을 하는 취지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김현지 실세론'을 다시 꺼내 들고 대통령실과 여당에 비난을 퍼부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은 공적 인사시스템을 무력화하고 끼리끼리 '형님' '누나' 부르면서 민간단체 인사까지 개입하는 인사 전횡이자 국정농단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안을 '권력형 인사농단'으로 규정하고 문 수석부대표와 강 실장, 김 비서관, 김 제1부속실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오수현 기자 / 전경운 기자 /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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