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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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토 시장의 약세가 길어지면서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럴 때 거품이 걷히고 ‘진짜’가 주목받는 법이다. 모든 게 통합되는 시대다. 코인베이스와 페이팔 등 글로벌 페이먼트 공룡들은 최근 급성장한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글로벌 페이먼트 시장 통합을 꾀하고 있다. 전 세계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쓰는 시대에 디지털 달러를 전 세계 단일 통화로 묶고 어디서나 간편하게 결제가 되게끔 하는 식이다.
AI는 인간을 통합시킨다. 여럿이서 해야 했던 다양한 일들을 이젠 AI가 발전하면서 개인이 할 수 있다. 최근 크립토업계의 트렌드는 이제 이 두 개를 잇는 것이다. 인공지능(AI)와 스테이블코인은 올해 가장 주목받은 메가트렌드다. 특히 두 테마는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특성을 보인다.미국을 중심으로 한 빅테크와 크립토 업계에서 최근 가장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는 분야도 두 메가트렌드가 맞닿은 지점이다.
잠자던 코드를 깨운 AI
잠자던 코드가 30여 년만에 깨어났다. ‘http 402’는 웹사이트나 API 사용에 결제가 필요하니 더 나아갈 수 없다는 의미를 알려주는 코드다. 하지만 지금껏 http의 규범집에는 402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미래를 위해 예약된 코드’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http는 일종의 규칙이다. 크롬과 같은 브라우저를 통해 우리가 뉴스를 클릭하거나 로그인을 한다면, 브라우저가 그 요청을 http 양식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서버는 그걸 바탕으로 이해해서 뉴스 화면을 보내주거나, 로그인된 화면을 보내준다. 당시 http 개발자들은 웹에서 직접 결제를 가능하게 만들어 새로운 인터넷 경제를 만들고자 했지만, 기술과 인프라가 부족해 상용화까지 이어지지 못했다.AI의 발전이 모든걸 바꿨다. AI는 처음엔 단순히 명령에 답변을 하는것에 그쳤다면 이제는 좀 더 깊은 과정까지 대체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바로 그런 상황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과거엔 AI로 챗봇 정도를 만들어 고객의 1차적인 질문에 답변을 하고 복잡한 것들을 인간에게 넘겼다면 이젠 챗봇 뒤에 각종 실제 업무까지 각각 특화된 AI들이 처리하는 식이다.
AI로 단계가 고도화되면서 AI끼리 결제가 필요한 일도 늘어나고 있다. 예컨대 어떤 AI에 어떤 정보를 물어봤는데, 그 정보가 소규모 결제가 필요한 유료 정보인 경우가 그렇다. 스트라이프는 이미 AI 에이전트들이 자동으로 API를 호출하고 결제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다. 한 AI 에이전트가 분석한 데이터를 다른 에이전트에게 ‘판매’하고 그 대가를 자동으로 받는 구조다.
http402가 미완으로 남아있을 수 있었던 건, 복잡한 결제를 웹에서 구현하는 걸 포기하고 대신 광고를 보도록 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서비스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대신 광고를 보는 것이 웹 기반 사업모델의 기본이다. 하지만 AI 에이전트는 광고를 클릭하지 않는다. 이제는 정말 웹에서 결제가 자연스럽게 되는 모델이 필요해진 셈이다.
AI와 AI 간 결제를 하는 걸 머신투머신(M2M·기계 간 거래) 결제라고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AI는 정보를 수집하며 0.5원, 1원 단위의 M2M 결제를 수행하게 된다. M2M 결제는 따라서 초소액, 초고빈도 결제라는 특성을 갖는다. 리서치 기관 가트너(Gartner)는 2030년까지 AI가 직접 수행하는 결제 규모가 누적 30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완의 코드를 완성한 x402
<자료 코인베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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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미국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는 x402 프로토콜을 발표했다. x402는 AI와 웹 서비스가 자동으로 결제를 수행하여 API, 데이터, 디지털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한 표준이다. 코인베이스는 기존 결제수단은 속도, 글로벌성, 변동성, 정산 지연 등의 한계로 AI에이전트 간 결제에 어려움이 크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을 쓰는 게 해법이라고 봤다. 스테이블코인은 언제 어디서나 블록체인을 통해 즉시 결제와 정산이 가능해 AI 이코노미에 적합하다. 기존 은행망이나 카드 결제는 휴일이나 지연이 존재한다. 국제결제에 있어선 제한사항도 많다. 통화 차이에 따른 불편함도 존재한다.
철저히 인간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금융시스템에 AI에이전트를 집어넣기는 어렵다는 점도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한 배경이다. AI에이전트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하거나 은행 계좌를 개설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금융시스템은 신원확인(KYC)을 기반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M2M 결제에서는 구매자도 판매자도 인간이 아니다. 기존 금융시스템의 근본부터 적용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신뢰의 문제도 있다. 오늘날 폭넓게 쓰이는 신용카드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신용을 기반으로 한다. KYC되지 않은 AI에게 어떻게 얼마나 신용을 줄 수 있으며 그 신용을 책임질 사람도 불분명하다. 사용자가 위임한다고 가정하면 금융사고가 났을 때 보상문제가 크게 불거질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이 같은 점에서 훨씬 안전하다. 아직 경제관념이 확립되지 않은 어린아이에겐 신용카드가 아니라 현금을 쥐어주듯, 신용카드 정보를 직접 AI에게 주는 대신 AI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현금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제공하는 개념이다.
x402는 http를 활용한다. 결제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 기존처럼 http402 코드에 따라 결제가 필요하다는 통보가 온다. x402는 이 상태 코드를 결제 체인의 트리거로 사용해 결제 단계로 넘어간다. 사용자는 거래 금액, 결제에 지원되는 토큰, 수신 주소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크립토 지갑을 통해 결제를 승인하고, 이후 요청에 거래 자격 증명을 첨부하면 된다. 요청 시작, 결제 수신, 승인의 세 단계로 구성되는 셈이다. x402는 이렇게 하면 http를 통해 설계된 기존의 웹에 블록체인 기반 결제를 얹을 수 있다. 30여 년간 잠들어있던 http402가 완벽하게 부활한 배경이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는 “x402를 이용하면 어떤 웹 요청에도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손쉽게 연결할 수 있다”며, “이 기능이 차세대 인터넷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벤처캐피털(VC) 앤드리슨 호로위츠 또한 최근 발간한 ‘2025년 가상자산 현황(State of Crypto 2025)’ 보고서를 통해 “x402는 AI가 직면한 결제 및 정산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접근 방식 중 하나”라고 공식 평가했다.
코인베이스가 제시한 AI 페이먼트의 새로운 표준은 급속도로 채택되고 있다. AI 기반 에이전트들이 x402를 활용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한 건수는 95만 건을 넘어섰다. 구글은 9월 x402를 자체 결제 프로토콜 AP2에 통합하겠다고 발표했고, 같은 달 클라우드플레어는 x402를 기반으로 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NET 달러’를 공개했다.
x402 수혜주 찾기
x402가 떠오르면서 정말 많은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이 AI 에이전트 특화 블록체인이라고 얘기한다. 다만 여전히 너무 초창기의 시장이기 때문에 그 어느것도 ‘진짜’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당장 투자보다는 AI 에이전트 페이먼트를 구현하려는 크립토업계의 아이디어를 살펴보면서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우선 지난 10월 40% 이상 올랐던 가상자산으로 버추얼프로토콜(VIRTUAL)이 있다. 버추얼은 AI 에이전트를 생성하고 공동 소유하며 수익화할 수 있는 탈중앙화 플랫폼이다. 사용자가 AI 에이전트를 생성하고 배포할 수 있게 하며, 해당 에이전트의 소유권을 나타내는 토큰을 발행할 수 있다. 버추얼 토큰은 프로토콜 내에서 AI 에이전트와 상호작용하거나 소유권 토큰을 구매할 때 사용된다. 아이겐레이어(EIGEN)도 x402 테마코인으로 분류된다. 아이겐레이어는 아이겐클라우드 프로젝트의 가상자산이다. 아이겐클라우드는 앱 개발 과정 전반을 시스템 한 곳에서 수행하고 이를 블록체인에서 검증하는 블록체인 클라우드 인프라 프로젝트다.
아이겐레이어가 테마로 묶인 건 x402를 활용한 구글의 프로토콜 AP2(에이전트 결제 프로토콜)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AP2는 AI 에이전트의 결제를 구축하기 위한 인프라로 지난 9월 공개됐다. 11월 초 국내 거래소에 일제히 상장된 카이트(KITE)는 x402테마를 타고 전 세계 동시 상장에 성공한 프로젝트다. 카이트는 AI 에이전트가 인터넷에서 자율적으로 신원 확인, 거래, 운영 등의 경제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 시설 구축을 목표로 한다. AI 에이전트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자율적인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신원 확인, 거래, 그리고 운영 전반에 걸친 신뢰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한다.
특정 블록체인에 특화된 프로젝트도 주목받고 있다. 페이에이아이(PayAI)가 대표적이다. 페이에이아이는 솔라나 기반의 분산형 AI 에이전트 마켓플레이스 토큰이다. AI에이전트들이 결제 프로토콜을 활용해 24시간 서로를 고용 및 결제하고 일 할 수 있도록 한다. 에이전트들은 서로 필요에 따라 적합한 에이전트를 찾고,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 계약 협상, 실시간 결과 전달 및 0.01달러부터 즉시 결제까지 가능하다.
[최근도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3호 (2025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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