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경기 성남시에서 열린 오스코텍 임시주주총회 현장에서 한 주주가 경영진을 향해 질의하고 있다. /허지윤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 오스코텍이 추진해 온 ‘제노스코 100% 완전 자회사 편입’이 일반·소액 주주들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5일 오전 9시 경기 성남 분당구 코리아바이오파크에서 열린 오스코텍 임시 주주총회에서 발행 예정 주식의 총수를 바꾸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이 부결됐다.
현재 오스코텍이 보유한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 지분은 59.12%다. 회사는 정관을 변경하고 주식 수를 늘려 신주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나머지 제노스코 지분 40.88%를 사들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찬성표가 부족했다. 이날 주총에 오른 정관 변경 안건에 찬성은 47.8%, 반대 45.8%, 무효 6.4%로 집계됐다. 총 참여 주식 수 2345만629주다. 정관 변경을 위해서는 총 주식 수 3분의 1 이상 참석, 참석 주식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회사로선 주주들의 반대로 지난 4월 자회사 제노스코 상장 무산에 이어 완전 자회사 편입 추진에도 제동이 걸린 것인데, 회사와 주주 간 의견 차이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임시 주총엔 위임 주주를 포함해 참석 주주는 1002명, 주식 총수의 61.5%가 출석했다.
◇ 오스코텍·제노스코에 무슨 일이
오스코텍은 1998년 치과의사 출신 김정근 고문이 설립한 바이오 회사로,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원개발사다.
오스코텍과 자회사 제노스코가 공동 개발한 신약 후보 물질 기술을 유한양행이 2015년에 도입해 개발을 이어갔다. 이후 유한양행이 2018년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 얀센에 글로벌 독점 권리를 기술 이전해 후속 임상시험을 거쳐 지난해 미국 허가를 받아 글로벌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국내 항암제 최초로 미국 땅을 밟은 폐암 신약 렉라자의 원개발사는 오스코텍이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올해 오스코텍은 제노스코의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다. 하지만 중복 상장 논란이 불거졌고, 올해 4월 한국거래소 예비 심사 단계에서 무산됐다. 상장 추진 과정에서 오스코텍 주주들의 반대가 컸다. 이에 앞서 김정근 전 대표는 지난 3월 주총에서 주주들의 반대로 대표이사 재선임에 실패해 고문을 맡고 있다.
회사는 주주들 의견에 따라 제노스코 상장 추진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상장 추진 당시 주주들이 요구한 제노스코를 100% 자회사로 편입에 시동을 걸었다. 이번 주총을 통해 정관 변경을 통해 제노스코 지분 매입에 활용할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기존 4000만주인 발행 예정 주식 총수를 5000만주로 늘린 뒤 전략적 투자자(SI)나 재무적 투자자(FI)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게 회사의 구상이었다.
회사는 수권 주식 수 확대를 제노스코 지분 매입에만 활용하고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비롯한 주주 가치 희석을 초래하는 일반 자금 조달은 추진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강조했지만, 주주들의 신뢰를 다 얻지는 못했다.
이날 이상현 오스코텍 대표는 “제노스코 100% 자회사 편입을 통해 중복 상장과 이해 상충 우려는 구조적으로 해소되고, 제노스코가 향후 창출하는 모든 성과와 가치가 오스코텍과 오스코텍 주주에게 귀속된다고 볼 수 있다”고 주주들에게 호소했다.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이번 임시 주총 안건에 대해 ‘찬성’ 의견을 냈다. 주주 권익에 부정적 영향이 없고 이사회 구성 측면에서도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날 정관 변경 제동이 걸리면서 회사로선 다시 대안을 찾아야 한다. 신동준 오스코텍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발행 주식 총 수 확대 안건이 부결된 만큼 당장에 어떤 대안이 있는지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이사회에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주주들과 소통하고 주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 “이사 선임안도 반대” 기업-개인 주주 갈등 격화
“그동안 제노스코 상장 추진 관련 불신, 소통 부족 등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날 임시 주총은 이상현 오스코텍 이사회 의장 겸 대표이사의 사과로 시작됐다.
이 대표는 “이번 주총은 신뢰의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주주 중심 체제로 새롭게 시작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했다.
하지만 주총 현장에서 주주들의 고성이 터져 나왔다. 주주들은 “오스코텍의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렉라자 이후의 기술 수출 성과가 없다”, “회사의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항의했다.
제노스코 상장 무산 이후 기업과 개인·소액주주들 간 갈등이 다시 격화한 것이다. 주주들은 이날 주총에 상정된▲사외이사 김규식 선임 안건 ▲사내이사 신동준 선임 안건에도 반대표를 더 많이 던졌고 모두 부결됐다. 안건 4건 중 감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 1건만 통과했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오스코텍 2대 주주인 이기윤 지케이에셋 회장은 “제노스코 상장이 이미 두 차례 무산된 상황에서 100% 자회사를 지금 추진하는 이유를 알고 싶다”며 질의했다.
이에 대해 신동준 CFO는 “제노스코의 100% 자회사 추진은 렉라자의 가치를 온전히 오스코텍의 가치로 옮기고, 지배구조를 단순화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신동준 오스코텍 최고재무책임자(CFO)가 5일 오스코텍 임시 주주총회에서 참석 주주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허지윤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대 주주 이 회장은 “일부 언론에서 2대 주주인 지케이에셋이 협력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나왔는데 사실무근”이라며 “왜 이런 보도가 나왔느냐”라며 오스코텍 측에 항의하기도 했다. 그는 “2대 주주로서 김정근 전 대표와 논의를 하고자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면서 “회사가 임시 주총의 세부 안건에 대해서도 얘기해주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오스코텍은 이사회와 IR 체계를 근본적으로 손질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올해 영입한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 출신의 신동준 CFO를 사내이사 후보로, 에스엠 이사회 의장과 한국거버넌스포럼 회장을 역임한 김규식 후보를 사외이사로 후보로 각각 추천했다. 회사는 주주 가치 재고 경험과 독립성을 갖춘 인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주주들의 반대로 회사 이사회 구성도 제동이 걸렸다. 주주들은 오스코텍의 제노스코 지분 매입 이후 계획과 완전 자회사 필요성 등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특히 제노스코 지분 매입 과정에서 김정근 오스코텍 전 대표의 아들인 김성연씨가 엑시트하는 등 수혜를 누릴 것이라는 의심도 제기해 왔다. 김성연씨는 제노스코 지분 약 13%를 보유 중이다.
이날 한 주주는 “회사가 연구원과 파이프라인을 계속 늘리고만 있다”며 “기술 수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경영진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태영 오스코텍 공동대표는 “신약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회사는 인재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비용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또 “오스코텍이 개발해 국내 기업에 기술 이전한 신약 후보 물질의 기술 수출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