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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트럼프 대놓고 인종차별 발언, 부통령·대변인은 맞장구…인종주의 일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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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미국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의 소말리아 이민자 동네인 체다-리버사이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미네소타의 소말리아 이민자들이 “쓰레기”라는 인종주의적 발언을 했고, 측근들은 이 발언을 칭송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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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 인사들의 인종차별 발언이 노골적으로 되고 있다. 미국에서 금기시됐던 인종주의 언행이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로 인해 일상화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내각 회의에서 미네소타의 소말리아 이민자들을 “쓰레기”라고 욕했다. 그는 미네소타에 모여사는 소말리아 이민자 주민들 사이에서 벌어진 정부 자금 유용 사건에 대한 보도를 접하고는, 소말리아 출신 이민자들을 “쓰레기”라며 “그들이 왔던 곳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회의에서 제이디(J.D.) 밴스 부통령은 탁자를 치며 이에 동의했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의 이 발언을 “대단하다” “놀라운 순간”이라며 “대통령의 강력한 메시지”라고 칭송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트럼프의 인종주의 언행이 더 노골화되고, 행정부 인사들 역시 트럼프의 인종주의 언행을 칭송하는 일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이제 일상화되는 장면이다.



    애비게일 잭슨 백악관 부대변인은 공식 논평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과격한 소말리아 이주자”들이 야기한 문제들을 합당하게 조명했다며 “언론들은 분노한 듯이 가장하지만, 그런 수법으로 고통받은 미국인들은 미국 시민을 위한 대통령의 발언과 강력한 지지를 축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미네소타의 소말리아 이민자들이 정부로 받은 지원자금을 소말리아의 이슬람주의 무장단체인 알샤바브로 전용했다는 의혹을 재무부가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인종주의 언행은 과거에도 있었으나 주변 눈치를 보기는 했다.



    트럼프는 1기 집권 때인 2017년 6월 이민정책과 관련한 회의에서 "아이티 이민자들은 전부 에이즈(AIDS) 보유자다" "나이지리아인들은 (일단 미국에 들어오면) 자기네 오두막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는다" 등 막말을 쏟아냈다. 당시 백악관은 이러한 발언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2018년 1월에는 여야 의원들과 초당적 이민 정책을 논의하던 중 아이티·엘살바도르와 아프리카 국가를 지칭하며 “왜 우리가 거지소굴 국가(shithole countries)에서 오는 사람들을 다 받아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미국이 노르웨이 같은 나라에서 더 많은 이민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참석 의원들은 이같은 트럼프의 인식과 발언에 할 말을 잇지 못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당시 보도했다. 공화당 의원들도 비난하자, 트럼프도 소셜미디어에서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며 사태를 진정시키려 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오하이오 스프링필드에 있는 아이티 이민자들이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혐오 발언을 했다. 이때문에 아이티 이민자에 대한 협박이 이어져, 많은 아이티 합법 이민자들이 그 도시를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트럼프는 더 노골적 인종주의 언행을 하고도 해명하려 하지도 않고, 측근들은 오히려 칭송하는 수준으로 넘어간 것이다. 공화당에서는 트럼프의 이번 소말리아 이민자 모욕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측근들과 지지자들은 그의 발언을 더이상 선을 넘은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다음날인 3일 소말리아는 “많은 사람들이 지구상에서 최악의 나라로 본다”며 소말리아 이민자들이 “미국이 파괴하고 있다”고 말해, 한술 더 떴다. 그는 또 소말리아 이민자 출신인 미네소타의 연방하원의원인 일한 오마르를 “쓰레기”라며 “우리나라에서 쫒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앨빈 틸러리 노스웨스턴 정치학 교수는 로이터에 현직 대통령이 인종주의 언행을 하는 것은 미국 현대사에서 “절대적으로 유일하다”고 짚었다. 그는 과거 리처드 닉슨이나 로널드 레이건 등 공화당 대통령이 은근한 인종주의 언사를 했으나, 트럼프는 그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닉슨이나 레이건은 “결고 비백인이나 소수자 공동체에 대해 이런 증오스런 언사를 하지 않았다”며 “트럼프는 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상원 외교위의 진 샤힌 상원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의 언행이 “외국인 혐오이며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주의 무장단체들이 그의 발언을 반미선동에 활용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트럼프는 올해 초 대통령에 재취임한 이후 인종주의 언행의 노골화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인종차별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는 모든 난민의 입국을 실질적으로 봉쇄하면서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백인들이 “백인 대량학살”을 당하고 있다는 근거없는 주장을 펼치며 미국으로의 난민입국을 허용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해임된 비백인 인사들도 인종차별적 처사라며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흑인인 로버트 프리머스 전 육상교통위원장과 앨빈 브라운 국가교통안전위 부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인종차별적 동기로 해임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4일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의 해임이 “성과와 정책이 불일치”했기 때문이라며, 그들의 업무 성과가 나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민주당 및 인권단체들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흑인 등 비백인 고위직에 대한 조직적 숙청이 일어나고 있다고 이번 소송에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종 및 젠더 등에서 소수자를 배려하는 디이아이(DEI, 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이 능력이 아닌 인종 등 정체성에 따른 정책이고, 백인들이 차별받고 있다며 폐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대학 등 민간분야에서도 다양성 정책의 폐기를 압박하고 있다. 또, 출범 이후 비백인 인사들을 해임하면서 이들이 다양성 정책에 따라 채용됐다고 주장해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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