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전국법원장회의에서는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시킨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회의에는 전국의 각급 법원장, 법원행정처장, 사법연수원장, 사법정책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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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모인 전국 법원장들이 12·3 비상계엄을 위헌으로 규정하고 내란 재판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사법행정적 지원을 다하겠다는 뜻을 모았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과 법왜곡죄 신설에는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도 참석한 전국 법원장 정기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의 토론 주제는 △전문성 강화를 위한 사법보좌관 인사제도 개편 방안 △법관윤리 제고를 위한 감사강화 방안 △예산의 전문화 및 집행과정 유의점이었지만 실제 회의에선 애초에 준비됐던 3가지 토론 주제는 모두 서면보고도 대체됐다. 대신 법원장들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과 법왜곡죄 신설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민주당이 관련 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하는 등 속도를 내자 관련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 안 되겠다는 법원의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장들은 이날 저녁 7시55분까지 6시간 가까운 마라톤 회의를 거친 뒤 우선 “위헌적 12·3 비상계엄이 국민과 국회의 적극적 노력으로 해제됨으로써 헌정질서가 회복된 데 대하여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법원장들은 이어 “비상계엄과 관련된 재판의 중요성과 국민의 지대한 관심과 우려를 엄중히 인식”한다면서도 “비상계엄 전담재판부 설치 법안, 법왜곡죄 신설 법안이, 재판의 중립성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종국적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여 위헌성이 크고, 향후 법안의 위헌성으로 인해 재판 지연 등 많은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 법안들이 사법권 독립이 훼손되고 평등하게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됐다는 위헌 논란으로 재판의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법원장들은 “관련 사건의 선고가 예정된 상황이므로, 국민들께서는 사법부를 믿고 최종적인 재판결과를 지켜보아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아울러 각급 법원은 재판의 신속하고 집중적인 처리를 위한 모든 사법행정적 지원을 다할 것임을 국민께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법원 내부에서는 내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장 회의의 결과로 ‘12·3 비상계엄은 위헌’이라는 메시지가 도출된 건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의 참석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내란 사건이) 아직 재판 중인 상황에서 (사건에 대한) 어떤 판단이 들어갈 정도의 메시지가 나오는 건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회의에서는 “성찰과 반성의 메시지를 넣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내란 재판 전체를 평가 절하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내란 재판의 중요성과 국민의 우려를 “엄중히 인식한다”는 정도로 정리됐다고 한다.
내란전담재판부와 법왜곡죄 도입이 위헌적이라는 데 법원장들 간 이견은 없었지만, “왜 이렇게 대응수위가 낮냐.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더 강하게 얘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내란 재판의 신속하고 집중적인 처리를 위해 서울고법에 사무분담 형식으로 복수의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무작위 배당을 한 뒤 내란 사건만 심리하게 하자는 대안도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내란 사건 본류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 재판장 지귀연)가 소송 지휘에 적극적이지 않아 재판 속도가 느려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회의 참석자는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내란 재판을) 좀더 신속하게 해야 된다는 우려가 많다는 얘기도 나왔다”고 전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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