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6일 서울 강남구 양재천 벼농사학습장에서 한 시민이 지난 6월 손 모내기한 벼를 바라보고 있다. 성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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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8월 말 이후 계약이 뚝 끊겼습니다. 10월 초부터 원래 계약분 수출이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내년 상황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르죠.”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일본으로의 쌀 수출 계약을 검토해보라고 농림축산식품부에 지시했습니다. 최근 일본은 쌀값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지만, 한국은 올해 쌀이 과잉 생산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한쪽은 부족하고, 한쪽은 남으니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거래를 만들어보라는 취지죠.
그런데 정작 정책당국은 여러 여건상 당장은 수출이 쉽지 않으리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 때문인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일본 쌀값 급등에 ‘첫 수출’
일본은 국가별로 배분된 저관세 쿼터제 쌀을 제외한 수입쌀에 kg당 341엔의 관세를 매깁니다. 자국 내 벼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높은 관세를 매긴 것입니다. 관세 때문에 일본이 수입하는 쌀은 사실상 현지 쌀과 경쟁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죠. 이런 탓에 쿼터제 쌀을 제외한 쌀 수입량은 연간 600~800t 수준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상황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올해 10월 기준 일본 쌀값은 60kg 기준 3만7058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소매가격 흐름도 비슷한데요. 지난 5월 기준 5kg당 4285엔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정부의 비축미 방출로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4200엔대를 오가면서 두 배 가까이 오른 상태입니다.
일본 쌀값이 고공행진하자 한국 쌀에도 기회가 왔습니다. 지난 4월 전남 해남 옥천농협은 쌀 2t을 일본으로 처음 수출했습니다. 농협에서 쌀을 일본으로 수출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지난 상반기까지 수출 계약된 물량만 약 800t에 달했습니다. 연말까지 수출량이 1000t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하반기는 ‘뚝’ 끊긴 수출 흐름
그러나 하반기로 들어오면서 흐름이 확 꺾였습니다. 일본 정부가 비축미를 풀자 일본 쌀값이 10~20% 가량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상반기까지 수출 계약된 물량 800t 중 지난 9일까지 실제 수출된 물량은 551t입니다. 가격 경쟁력이 줄어들자 일본 현지 바이어들이 수출을 미뤄달라고 요청한 영향입니다. 하반기 들어 신규 수출 계약도 없는 상태입니다.
다소 안정세를 보이던 일본 쌀값은 10월 들어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 측의 쌀 수출 문의도 드문드문 재개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다만 이 흐름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일본 정부는 일시적인 사재기 수요가 쌀값 급등을 부추겼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쌀 공급 자체가 구조적으로 부족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관세율 조정 없이는 한국 쌀의 가격 경쟁력이 지금보다 더 오르기는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팔아도 적자?
농림축산식품부는 12일 김포국제공항 국제선청사 1층에 우리쌀과 쌀가공식품을 알리는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사진은 이날 팝업 스토어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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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본에 수출된 쌀도 사실상 밑지고 파는 수준입니다. 일본 현지 쌀과 경쟁하기 위해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지자체는 수익 보전을 위해 쌀 수출 농가에 유·무형의 지원도 해주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쌀 수출 시 지자체에서 지원되는 것을 빼면 사실상 적자인 것으로 안다. 관세율을 낮추지 않는 이상 가격 경쟁력을 얻기는 쉽지 않은 구조”라며 “당장 일본 쌀값 추이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일단은 유통 경로를 개척해놓는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국내 쌀값도 오름세 보이면서 농민 입장에서는 수출 유인도 크지 않은 상황입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쌀 20kg당 산지가격은 5만7046원으로 전년 대비 23.9% 상승했습니다. 정부가 쌀 공급 과잉을 우려해 10만t을 시장격리해 쌀값이 떨어질 유인이 적고, 지난해 가격이 낮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있습니다.
농식품부도 당장 수출 전략을 세우기보다는 한국 쌀 홍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입니다. 농식품부는 지난 12일부터 약 두 달간 김포국제공항에 쌀 홍보를 위한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전국 8도 지역을 대표하는 쌀과 쌀로 만든 가공식품 등이 판매됩니다. 최근 일본 관광객들이 한국의 봉지 쌀을 사가는 경우가 늘어난 데 따른 것입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이 없어 당장 수출은 쉽지 않다고 보고 일단 일본인들에게 ‘한국 쌀도 맛과 품질이 괜찮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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