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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민 출신 첫 유엔난민기구 수장 탄생···사담 후세인에 맞서 싸운 이라크 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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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지난 2020년 9월2일(현지시간) 바르함 살리흐흐 당시 이라크 대통령이 바그다드에서 연설하고 있다. 유엔총회는 18일 이탈리아 출신 필리포 그란디 최고대표의 후임으로 바르함 살리흐흐를 차기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로 선출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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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난민기구(UNHCR) 신임 최고대표로 바르함 살리흐 전 이라크 대통령이 선출됐다. 사담 후세인 독재 정권의 박해를 피해 이라크를 떠나 영국으로 망명한 살리흐 신임대표는 난민 출신으로는 최초로 UNHCR를 이끌게 됐다.

    유엔 총회는 18일(현지시간) 살리흐흐 신임대표를 UNHCR 수장으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살리흐 신임대표의 임기는 내년 1월1일 시작되며 임기는 5년이다.

    살리흐 신임대표는 선출 이후 엑스에 “나 또한 한때 난민이었던 경험이 있어 보호와 지원이 삶의 방향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며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감, 실용주의, 국제법 준수에 기반을 둔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살리흐 신임대표는 난민 출신 첫 UNHCR 수장이자, 중동 출신 첫 UNHCR 수장이 됐다. 이라크에서 가장 저명한 정치인 중 하나로 꼽히는 살리흐 신임대표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이라크 대통령을 역임했으며, 이라크 쿠르드 자치구 총리를 두 차례 지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살리흐 신임대표에 대해 “유엔 및 세계은행과 함께 이라크 국제협약을 협상하는 등 2003년 이후 이라크 재건 및 경제 회복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난민, 위기 협상가, 국가 개혁의 설계자로서의 경험뿐 아니라 인권과 인도주의적 비전을 갖췄으며, 국제 및 지역 기구와의 관여를 포함한 고위급 외교·정치·행정 리더십 경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살리흐 신임대표는 고등학생 시절이던 1970년대 쿠르드 민족운동에 투신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후세인 독재 정권 치하에서 두 차례 체포돼 고문을 당하기도 했던 그는 이후 박해를 피해 1979년 영국으로 망명, 학업을 이어갔다. 영국 리버풀 대학에서 통계학 및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땄다. 학업 중에도 그는 영국내 쿠르드애국동맹(PUK) 지부장을 맡아 이라크 독재 정권에 반대하는 활동을 지속하다 2003년 미국 주도의 침공으로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이후 이라크로 돌아갔다.

    살리흐 신임대표는 난민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태도가 적대적으로 변하고, UNHCR에 대한 지원이 줄어든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UNHCR을 이끌게 됐다.

    지난 10년 동안 UNHCR을 이끈 필리포 그란디 현 최고대표는 전날 제네바에서 열린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위기의 시기에 조직을 떠나는 것이 고통스럽다”며 “지정학적 기류 속에서 ‘난민에 대한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제시하는 것이 가장 큰 도전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UNHCR은 전 세계 128개국에서 박해를 피해 탈출했거나 분쟁, 기후 변화, 경제 위기로 실향민이 된 수백만 명을 지원하고 있다. UNHCR은 현재 전 세계 강제 이주민이 약 1억17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다른 유엔 기구들과 마찬가지로 UNHCR 역시 예산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필요 예산은 증가하는 반면, 자금 지원은 2024년 55억달러(약 8조1308억원)에서 올해 39억달러(약 5조7654억원)로 급감했으며, 2026년에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공여국인 미국은 2024년 UNHCR 운영 예산(55억달러)의 약 40%인 21억달러(약 3조1045억원)를 지원했으나, 올해 지원금은 8억1100만 달러(약 1조1990억원)로 줄어들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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