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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3 (토)

    트럼프 '황금함대' 구상과 마스가에 임하는 K조선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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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홍 기자] 글로벌 해운 및 방산 시장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격적인 선언으로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미 해군 재건을 위한 황금함대(Golden Fleet) 출범을 공식 선언했기 때문이다.

    냉전 종식 이후 최대 규모의 해군력 증강 계획이다. 나아가 그 핵심 파트너로 한국의 한화가 지목되며 국내 조선업계에는 단순한 수주 확대를 넘어 한미 동맹의 새로운 산업적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창한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MASGA) 프로젝트가 한국 기업의 기술력과 자본을 통해 실체화되는 순간이다.

    다만 한화오션을 필두로 한 한국 조선업계에 미칠 전략적 파장에는 의견이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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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해전의 상식 파괴, 황금함대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황금함대 구상은 기존 미 해군의 전력 증강 계획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내용이다.

    핵심은 배수량 3만에서 4만 톤급에 달하는 초대형 신형 전함, 일명 트럼프급(Trump-Class) 전함이다. 현재 미 해군의 주력 구축함인 알레이버크급의 3배에서 4배에 달하는 덩치며 2차 세계대전 당시 거함거포주의의 상징이었던 아이오와급 전함에 버금가는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급 전함이 기존 함정보다 100배 더 강력할 것이라며 단순한 덩치 싸움이 아닌 질적 초격차를 예고했다.

    공개된 제원에 따르면 현대 군사 기술의 집약체다. 기존 대구경 함포 대신 극초음속 미사일, 전자기 레일건, 고출력 레이저 무기 등 미래형 타격 체계가 탑재되며 여기에 전술 핵무기 탑재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함정 하나가 전략 폭격기에 준하는 억지력을 갖게 된다는 설명이다.

    미 해군은 우선 1번함인 USS 디파이언트를 포함해 2척을 우선 건조하고 향후 20척에서 25척까지 그 수를 늘려 총 280척에서 300척 규모의 대함대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의견은 갈리는 중이다. 당장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같은 유수의 싱크탱크는 황금함대에 회의적이다. 현대 해전의 트렌드는 적의 탐지를 피하고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전력을 분산시키는 분산 작전이 주류인데 반면 트럼프급 전함은 크고 비싸며 눈에 잘 띄는 표적이 될 뿐이라는 지적이다.

    비용 문제 또한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급 전함 1척당 건조 비용이 최대 135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최신형 제럴드 포드급 항공모함 건조 비용과 맞먹는 수준으로 예산 확보와 효용성 면에서 의회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압도적인 힘을 통한 평화라는 정치적 메시지와 중국의 해양 굴기를 억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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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가의 기수 한화와 필리조선소의 전략적 가치
    이번 발표에서 K조선이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황금함대 구상을 밝히며 한국의 한화를 구체적으로 호명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화가 필라델피아 조선소에 50억 달러(약 7조 40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한국 조선업체가 단순한 하청 업자가 아닌, 미국 해군 재건의 전략적 파트너로 격상되었다는 점을 밝혔다.

    한화가 인수한 필리조선소는 100여 년 전부터 미 해군의 핵심 건조 기지였던 필라델피아 해군 공창 부지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위대한 조선소가 다시 문을 열었다며 한화의 투자를 치켜세웠다.

    한화도 호응하고 있다. 이곳을 거점으로 미 해군의 차세대 호위함 건조 사업에 뛰어들 전망이다. 조건도 충분하다. 미 해군은 최근 이탈리아 핀칸티에리사가 맡았던 차세대 호위함 사업이 설계 변경과 인력난으로 지연되자 일부 물량을 취소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한화의 필리조선소가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특히 한화는 단순한 자본 투자를 넘어 한국의 앞선 조선 공법과 효율적인 생산 관리 시스템을 미국 현지에 이식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 빠진 미국 조선업계에 혁신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마스가(MASGA)는 결국 미국 내에 선박 건조 역량을 복원하는 것이 목표이며 한화는 이를 실현시켜 줄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도구로 선택받은 셈이다.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이 추진해 온 방산과 해양 에너지의 융합 전략이 미국의 국가 안보 전략과 정확히 맞아떨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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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위함을 넘어 핵잠수함까지" 한미 방산 협력의 퀀텀 점프
    주목할 점은 한화의 야심이 호위함이나 일반 수상함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화디펜스USA의 톰 앤더슨 사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필리조선소는 미 해군의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원자력 잠수함 시장 진출 의사를 분명히 했다.

    실제로 그는 "한화 필리조선소가 핵잠 건조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이란 최근 발표에 낙관적"이라며 "우리는 이곳 필라델피아에서 핵잠을 건조하는데 필요한 요건을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최고수준으로 수행할 역량이 있다"고 말했다.

    앤더슨 사장은 미 해군 예비역 소장으로 과거 함정 프로그램 총괄을 맡은 바 있다.

    현재 미국 내에서 핵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는 제너럴다이내믹스 일렉트릭보트와 HII(헌팅턴 잉걸스) 두 곳뿐이다. 다만 이들만으로는 미 해군이 목표로 하는 버지니아급 공격잠수함과 컬럼비아급 전략잠수함 건조 일정을 맞추기 턱없이 부족하다. 이 지점에서 한화가 필리조선소의 설비를 확충하고 미 해군의 인증을 획득한다면 한국 기업 최초로 미 해군의 가장 민감하고 강력한 전략 자산인 핵잠수함 건조 및 정비(MRO) 사업에 참여하는 쾌거를 이룰 수 있다.

    마스가 프로젝트의 완성이자 한미 방산 협력의 정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알렉스 웡 한화그룹 글로벌 최고전략책임자(CSO)가 미 의회와 행정부에 형성된 공감대를 언급하며 핵추진 잠수함을 포함한 여러 선박 건조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힌 점은 이러한 시나리오가 단순한 희망 사항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

    웡 CSO는 "정부 차원 준비가 갖춰지는 시점이 오면,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이러한 핵잠을 건조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점은 미국 정부가 핵잠 산업 기반을 확대하고 강화하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만약 필리조선소가 핵잠수함 MRO를 넘어 건조까지 담당하게 된다면 이는 한국 조선업의 기술적 위상을 전 세계에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여기에 이는 향후 한국 해군이 추진할 수도 있는 원자력 추진 함정 도입에 있어서도 중요한 기술적, 외교적 자산이 될 수 있다. 미국이 가장 신뢰하는 동맹국에게만 허락하는 핵 추진 기술의 공유 내지는 협력 모델이 한화라는 기업을 매개로 구체화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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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조선 골드러시와 지속 가능한 성장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미국 조선업은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의 보조금 폐지 이후 급격히 쇠락해 현재는 상선 건조 능력을 거의 상실한 상태다. 군함 건조 역시 인력 고령화와 공급망 붕괴로 비용은 치솟고 납기는 지연되는 고질적인 병폐를 앓고 있다. 반면 중국은 이미 함정 척수 기준으로 미 해군을 추월했으며 거대한 조선업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해군력을 급속도로 팽창시키고 있다.

    세계 최고의 생산 효율과 기술력을 갖춘 한국 조선업은 미국에 구원투수와 같다. 그리고 이번 황금함대 발표는 한국 조선업계에 약속의 땅, 유례가 없는 골드러시를 예고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뿐만 아니라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국내 빅3 조선사 모두에게 기회의 문이 열렸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미 해군 함정 MRO 자격을 획득하고 사업을 진행 중이며, 삼성중공업 역시 미 해군 군수지원함 및 LNG 벙커링선 분야에서 협력 기회를 엿보고 있다. 황금함대가 목표로 하는 300척 규모의 함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규 건조뿐만 아니라 기존 함정의 수명 연장과 유지 보수가 필수적이다.

    다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장밋빛 전망 속에서도 냉철한 현실 인식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의 황금함대는 아직 구상 단계이며 막대한 예산 확보라는 정치적 난관을 넘어야 한다. 비현실적인 트럼프급 전함 프로젝트가 좌초될 경우 그 여파가 협력 업체에 미칠 수도 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미국 현지 노조의 반발이나 기술 유출 우려에 따른 미 의회의 견제도 잠재적인 리스크다. 무엇보다 국내 조선업계 입장에서는 핵심 인력과 기술이 미국으로 과도하게 유출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국내 산업 공동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

    한국 조선업계가 단순한 하청 생산 기지가 아닌 기술과 자본을 공유하는 수평적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 현지 거점을 통해 미국 내 고용을 창출하고 산업 생태계 복원에 기여함으로써 메이드 인 USA의 요건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한국 본사의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의 황금함대 선언은 한국 조선업에 있어 격변의 신호탄이며 이제 공은 한국 조선업계로 넘어왔다"면서 "압도적인 건조 역량을 바탕으로 미 해군의 공급망 깊숙이 침투해 향후 100년을 책임질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고 글로벌 방산 시장의 패권을 쥐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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