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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8 (일)

    요즘 배민 B마트가 뜬다던데...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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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홍 기자] 최근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지배하던 거대 플랫폼 기업의 내부 이슈와 운영 논란이 불거지면서 소비자들이 대안 찾기에 나서고 있다. 개인정보보호 이슈는 물론 해당 기업의 태도에 비판이 쏟아지며 이커머스 플랜B가 더욱 관심을 받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퀵커머스 서비스 배민 B마트가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SNS 및 커뮤니티 등에서는 논란의 플랫폼을 비판하는 이들 사이에서 B마트 이용이 대안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회의적이다. B마트가 쿠팡의 완벽한 대체재가 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력한 보완재로서 유통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이코노믹리뷰

    사진=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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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일?
    28일 업계 등을 종합하면 최근 유통업계와 지역 커뮤니티에서 B마트 이용 경험을 공유하는 게시글이 급증하고 있다. 맘카페와 1인 가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쿠팡 멤버십 해지를 고민하거나 실제로 이탈한 소비자들이 B마트를 통해 생필품 조달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커머스 업계를 강타한 논란의 연장선에 있다. 최근 한 이커머스 업체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지는 한편, 이에 대응하는 기업의 태도가 국민적 분노를 일으키며 논란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서비스 이용에 회의감을 느낀 이들 사이에서 플랫폼 탈출이 화두로 부상했고 이에 대체재를 찾으려는 이들도 많아졌다. 그 연장선에서 B마트가 매력적인 서비스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특정 기업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소비 패턴 자체가 쪼개지고 세분화되는 분할 소비(Split Consumption)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비자들의 장바구니는 이제 하나의 플랫폼에 머물지 않는다. 과거에는 하나의 거대 플랫폼에서 식료품부터 공산품까지 일괄 구매하는 올인원 쇼핑이 주류였다면 최근에는 각 플랫폼의 강점에 맞춰 소비처를 다변화하는 현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신선식품과 밀키트는 품질 검증이 완료된 마켓컬리나 오아시스마켓에서 구매하고, 공산품이나 급하게 필요한 식재료는 네이버 장보기나 쿠팡을 이용하는 식이었다.

    B마트가 파고든 지점은 즉시성이라는 강력한 무기다. 쿠팡의 로켓배송이나 새벽배송이 아무리 빨라도 내일 도착을 전제로 하는 반면 B마트는 주문 후 30분에서 1시간 이내에 현관 앞까지 배달된다.

    요리하다 떨어진 대파 한 단, 갑자기 떨어진 샴푸, 손님이 오기 전 급히 필요한 주류와 안주 등은 내일 받아서는 의미가 없는 상품들이다. B마트는 도심 곳곳에 위치한 도심형 물류센터(MFC)를 기반으로 이 즉시성의 영역을 장악했다.

    1~2인 가구도 B마트에 중독되고 있다.

    이들에게 대량 구매는 오히려 낭비다. 양파 3kg을 저렴하게 사는 것보다 양파 2개를 제값 주고 사서 남김없이 먹는 것이 경제적이다. 그리고 B마트는 이러한 소포장, 소량 구매 니즈를 정확히 타격했다. 최근 논란이 된 이커머스 업체를 떠난 소비자들이 네이버쇼핑이나 컬리 등에서 주된 장보기를 해결하면서도, 배송 시차로 인해 발생하는 긴급한 생필품 수요를 B마트로 해결하는 패턴이 고착화되고 있는 배경이다.

    진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단순히 급할 때만 찾는 비싼 편의점이라는 인식을 넘어서기 위해 서비스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2월 16일부터 B마트 전 매장에서 1시간 단위로 배달 시간을 지정할 수 있는 내일 예약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기존 퀵커머스의 한계였던 계획 소비의 영역까지 침투하겠다는 선전포고다.

    기존 이커머스의 익일 배송은 전날 밤 주문 마감 시간(타임컷)을 지켜야 하고, 배송 시간 또한 새벽 7시 전 혹은 오후 중 등으로 광범위하게 설정되어 소비자가 수령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웠다.

    반면 B마트의 내일 예약 서비스는 고객이 원하는 특정 시간대를 1시간 단위로 지정할 수 있어 맞벌이 부부나 1인 가구 등 부재중 시간 관리가 중요한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오전 6시부터 배달이 가능한 조기 배송 시스템과 결합하여 출근 전 장보기를 수령하거나 퇴근 시간에 맞춰 저녁 거리를 받는 식의 맞춤형 장보기가 가능해진 것이다.

    주류 라인업 강화를 통해 킬러 콘텐츠 확보에도 나섰다. 지난 12월 17일부터 전국 주요 거점의 B마트 센터에서 전통주 판매를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행법상 온라인 판매 및 배달이 허용되는 전통주의 특성을 십분 활용하여, 복순도가 손막걸리, 원소주, 서울의 밤 등 2030 세대에게 인기 있는 힙한 전통주 40여 종을 입점시켰다.

    주문 즉시 시원한 술과 안주가 배달된다는 점은 기존 대형 이커머스나 편의점이 제공하기 힘든 차별화된 경험이다. 이는 홈파티 문화 확산과 맞물려 B마트의 객단가를 높이고 신규 고객을 유입시키는 강력한 유인책이 되고 있다.

    지역별 서비스 확장세도 매섭다.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었던 서비스 권역은 부산, 대구, 울산, 대전, 광주 등 주요 광역시는 물론 천안, 청주, 전주, 춘천 등 지방 거점 도시로까지 넓어졌다. B마트가 전국적인 물류망을 갖춰감에 따라 지방 소비자들 또한 퀵커머스의 편리함을 경험하게 되었고, 이는 전국 단위 플랫폼의 영향력 아래 있던 지방 상권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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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 뒤집을까? "아직은...그러나"

    B마트가 쿠팡의 완벽한 대체재가 되기에는 태생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거대 플랫폼이 수백만 개의 상품(SKU)을 취급하며 사실상 없는 게 없는 온라인 백화점이라면 B마트는 약 1만여 개의 상품을 취급하는 초대형 편의점 혹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가깝기 때문이다.

    취급 품목의 다양성 면에서도 대형 이커머스를 따라잡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가격 경쟁력 또한 대량 매입을 통해 최저가를 지향하는 쿠팡에 비해 B마트는 편의점보다는 저렴하지만 대형마트보다는 다소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4인 가구의 주간 장보기를 B마트로 전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비용 부담과 상품 선택의 폭에서 제약이 따른다.

    다만 이용자들은 최소 주문 금액(15,000원)과 배달팁(3,000원)이라는 진입 장벽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배민클럽 등의 멤버십 혜택과 각종 프로모션을 활용하면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당장 필요한 공산품이나 식재료를 주문하면서 30분 내에 받아보는 경험을 한 번 하고 나면 다시 익일 배송을 기다리는 패턴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B마트가 당장 게임 체인저가 되기에는 높은 가격 및 진입장벽에 따른 접근성이 문제지만 이커머스 시장의 헤게모니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가장 강력한 대안 세력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이제는 플랫폼의 윤리성, 배송의 속도, 상품의 품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사용하는 멀티 호밍(Multi-homing)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B마트는 즉시성과 큐레이션이라는 확실한 강점을 바탕으로 대형 이커머스가 채워주지 못하는 빈틈을 완벽하게 메우는 보완재로서 확고한 지위를 굳혔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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