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이전 뒤 청와대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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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13분. 이재명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서울 종로구 효자동 1번지 청와대 경내로 들어섰다. 정문 주변에서 박수 소리와 함께 “이재명” “이재명” 연호가 터져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의 청와대 첫 출근을 환영하러 나온 지지자들이었다. 대통령의 청와대 출근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난 2022년 5월9일 이후 1330일 만이다. 청와대는 이날이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인 점을 고려해 별도 행사는 마련하지 않았다.

청와대 본관으로 들어서는 이 대통령을 미리 와서 기다리던 김용범 정책실장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맞았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전날 전략경제협력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폴란드로 출국해 없었다. 이 대통령이 “왜 나와 있어요, 이사 기념으로?”라고 농담을 건넨 뒤 본관 집무실로 향했다. 앞서 청와대에는 이날 0시 국가수반의 집무 공간임을 나타내는 봉황기가 게양됐고, 대통령실의 공식 명칭도 ‘청와대’로 바뀌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빨간색, 파란색, 흰색이 사선배색된 넥타이를 매고 출근했다. 지난 6월4일 대통령 취임 선서식 때 맸던 것과 비슷한 넥타이었다. 이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도 같은 디자인의 넥타이를 착용했다. 강유정 대변인은 “소통과 통합의 메시지가 담겼다”고 대통령의 이날 드레스코드를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출근 첫 일정은 아침 차담회였다. 안보실장, 정책실장과 주요 수석 등 참모들이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2025년 수출과 외국인 투자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경제성장수석실 보고에 이 대통령은 “경제성장의 성과가 중소기업, 서민에게 흘러갈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지시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보통 차담회는 45분 정도 이어지지만, 이날은 1시간15분가량 진행됐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차담회를 마친 이 대통령은 국가위기관리센터를 방문해 안보·재난 분야 시스템 점검에 나섰다. ‘지하벙커’로 불리는 이곳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로 옮기며 주요 시설을 떼어가 복구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됐다. 이 대통령이 센터 내 ‘비상 집무실’을 살펴보며 “(제가) 쓸 일이 거의 없겠죠?”라고 묻자, 황인권 대통령경호처장은 안보 이슈 대응을 위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훈련 때 사용하게 될 것이라 답했다고 한다. 이후 이 대통령은 여민1관에 마련된 집무실로 이동해 주한베냉공화국대사 내정자의 아그레망을 승인했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 출근을 시작하면서 시민들의 절박한 바람도 대통령실이 있던 용산에서 종로구 효자동 1번지 청와대 주변으로 옮겨오고 있다.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피하다 지난 10월28일 추락사한 뚜안(가명·25) 사망사건 대응을 위한 대구경북 대책위원회는 이날 108배를 시작으로 30일 청와대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서영지 조해영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