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문건 공개’ 공익제보자 불러 조사
“본사가 일용 노동자 ‘주 52시간’ 안 넘게 관리”
‘쿠팡 블랙리스트’ 공익제보자 김준호씨가 지난달 31일 ‘검찰의 쿠팡 수사 무마·퇴직금 미지금 의혹’ 등을 수사하는 안권섭 상설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권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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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권섭 상설특별검사팀이 쿠팡 수사 무마 의혹의 시발점인 퇴직금 미지급 의혹과 관련해 쿠팡 일용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퇴직금 지급 대상인 ‘상용직’임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상용근로자성’은 쿠팡의 퇴직금 체불 혐의를 입증할 핵심 요소로 꼽힌다. 특검은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취업규칙을 바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데 쿠팡 한국 법인(쿠팡(주)) 등이 관여했는지도 수사 중이다.
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특검은 전날 ‘쿠팡 블랙리스트’ 공익제보자인 김준호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다시 불러 7시간가량 조사하면서 CFS 일용 노동자들의 상용근로자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정황과 쿠팡 한국 법인이 CFS 인사·노무관리에 개입한 정황에 관해 주로 물었다. 김씨는 2022년 11월부터 5개월간 CFS 호법물류센터 인사팀에서 근무하면서 확인한 취업지원자 ‘블랙리스트’ 문건을 2024년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김씨는 특검 조사에서 CFS 근무 경험을 토대로, 쿠팡 측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일용 노동자에 대해 매일 실시해야 하는 안전교육을 약 두 달간 근무 이력이 없는 사람에게만 실시했다고 진술했다. 일용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상용직과 마찬가지로 1주일에 52시간이 넘지 않게 관리했다고도 했다. 또 일용 노동자 퇴직시 사직서를 작성하게 한 점 등을 볼 때 일용 노동자들이 상용근로자성을 갖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반면 쿠팡 측은 선착순으로 당일 인력을 채용해 근무 직후 급여를 지급하고, 노동자들이 갑자기 일을 나오지 않거나 다른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것을 문제 삼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이들이 전형적인 일용직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퇴직금 미지급 의혹 수사의 핵심 쟁점은 쿠팡 물류센터에서 장기간 일한 일용 노동자를 사실상 상용노동자로 볼 수 있는지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퇴직급여법)은 계속근로기간 1년 이상, 4주 평균 주 소정근로시간 15시간 이상을 일하면 퇴직금 지급 대상이 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은 판례에서 “최소한 1개월에 4, 5일 내지 15일 정도 계속 근무했다면 퇴직금 지급 요건을 충족한다”며 “형식상 일용 근로자라 하더라도 근로관계가 중단되지 않고 계속돼 온 경우에는 상용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근로계약 형식이 아닌 상근성·계속성·종속성 요건을 구체적으로 따져 퇴직금 지급 대상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일용 노동자의 경우 ‘4주 평균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한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을 합산해 1년 이상 계속 일했다면 퇴직금 지급 대상이라고 해석한다.
쿠팡 측도 당초 노동부 행정해석에 부합하는 취업규칙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했다. 그러다 2023년 ‘4주 평균 주 15시간 미만’인 경우에는 일용 노동자의 근로기간을 처음부터 다시 계산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바꿨다. 이로 인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일용직이 크게 줄면서 반발이 터져나왔다.
특검은 김씨에게 쿠팡 물류센터 등에서 일하는 일용·단기 노동자 근태 관리 앱(쿠펀치)과 쿠팡의 인사·노무관리시스템(LMS)의 작동 방식 등에 대해서도 물었다고 한다. 특히 쿠팡 한국 법인이 자회사 인사·채용 등에 관여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쿠펀치나 LMS의 관리주체는 CFS가 아닌 쿠팡 본사(한국 법인)였다”며 “자회사 인사 관리에 본사가 개입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앞서 자회사인 CFS에서 작성된 블랙리스트가 쿠팡 한국 법인 내부전산망의 LMS에서 관리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검은 쿠팡 한국 법인 등 차원에서 퇴직금 미지급 등 위법 행위를 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검은 관련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해외에 본사를 둔 대기업이 불법적으로 근로관계 규칙을 변경해 국내 근로자의 정당한 퇴직금을 편취한 사건”이라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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