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사형 폐지국’서 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구형된 다음날인 14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zenism@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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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불법계엄을 선포하고 주도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조은석 특별검사가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전직 대통령에게 내란 혐의로 사형이 구형된 건 1996년 전두환씨 이후 처음이다. 법치에 의한 인간 존엄성 침해라고 비판받는 사형을 구형한 건 범행의 심각성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억수 특검보는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 결심공판에서 계엄 선포와 전후 과정에서 벌어진 상황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박 특검보는 “사회 공동체 존립과 안녕을 해하는 범죄에는 가장 엄정한 벌로 대응해왔다”며 “피고인 윤석열은 진지한 성찰이나 책임 의식을 보이지 않고, 독재와 장기 집권이라는 권력욕에 따른 비상계엄 선포와 실행을 자유민주주의 수호라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으로 범죄 대응·신뢰 구현”
전두환·노태우 계속 언급하며
“더 엄정한 단죄 필요하다 실감”
일부 가담자도 책임 원칙 적용
그러면서 한국이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사실상 ‘사형 폐지국’이지만, 사형을 선고하는 데에 의미가 크다고 했다. 박 특검보는 “대한민국 형사사법에서의 ‘사형’은 집행해 사형을 시킨다는 의미가 아니라, 공동체가 재판을 통해 범죄 대응 의지와 그에 대한 신뢰를 구현하는 것으로 기능한다”고 했다. 또 “내란 우두머리죄에 대한 법정형은 최고 사형, 최저 무기금고”라며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는다. 양형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없고 오히려 중한 형을 정해야 한다. 따라서 법정형 중 최저형으로 형을 정함은 마땅하지 않다. 법정형 중 최저형이 아닌 형은 ‘사형’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 사형이 집행되리라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단죄’의 상징적 측면에서 사형을 구형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특검은 1980년 5·17 비상계엄 확대 조치를 시행한 전직 대통령 전두환·노태우씨를 계속 언급하며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엄벌해야 한다고 했다. 12·12 군사 쿠데타와 5·18 민주화운동 사건에서 수많은 피해자들을 만든 전씨는 1996년 내란 등 혐의 1심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는데, 2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뒤 형이 확정됐다. 이후 8개월 만에 김영삼 대통령이 특별사면하면서 2년여 만에 풀려났고 2021년 90세로 자연사했다.
특검은 “전두환·노태우 세력을 단죄한 역사가 있음에도 이번에 피고인 윤석열 등 ‘공직 엘리트’는 비상계엄을 수단으로 삼아 내란을 획책했다”며 “우리 국민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다시금 전두환보다 더 엄정한 단죄가 필요함을 실감하게 됐다”고 했다. 특검은 계엄 당시 일부만 가담한 피고인들에게도 전부 책임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과 경찰 수뇌부들에 대해 가담 정도와 범행 경중에 따라 양형 의견은 다르게 내세웠다. 윤 전 대통령을 보좌하며 계엄 선포를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는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민간인 신분으로 김 전 장관을 도와 계엄을 계획하고 실행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 대해서도 “단순한 보조적 가담자가 아니라 범행의 핵심 구상 단계부터 관여한 기획자이자 설계자”라며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계엄 당시 국회에 경력 수천명을 배치해 국회 출입을 통제한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겐 징역 20년이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형을 구형했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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