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국제설계공모 당선 케이캅
2024년 2월까지 관련 용역 수행
“영감없는 건물 숲 만든 계획 실망”
기존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 합의안에 따른 종묘 정전에서의 경관 시뮬레이션(위)과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말 변경한 고시안에 따른 경관 시뮬레이션 비교 사진. KCAP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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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 4구역 원설계안의 설계자인 네덜란드의 도시·건축사무소 케이캅(KCAP)은 서울시가 변경해 추진하는 세운4구역 사업이 역사성과 공공성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케이캅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자사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내고 “건물 높이와 주변 환경과의 조화에 대해 협의를 거쳐 최적의 설계안을 마련했으나, 새로운 계획안은 이러한 논의를 무시하고 근본적으로 다른 설계 방식을 채택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말 세운4구역 변경고시로 용적률을 660%에서 1094%까지, 최고 높이를 71.9m에서 145m까지 허용했다. 사업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는 새 설계안을 만들며 케이캅 대신 희림과 수의계약을 했다.
케이캅은 국가유산청과 관련 이해관계자들과 수년 간 협의를 거쳐 종묘를 존중하고 종로 상업 거리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건물 높이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방향으로 설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로 제안된 설계는 KCAP의 설계안보다 밀도와 건물 높이가 약 두 배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새 계획은 기존 프로젝트의 목표였던 주변 환경과의 조화, 문화적 감수성, 그리고 균형 잡힌 고밀도 개발을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설계는 강남이나 인근 신도시의 다른 고밀도 개발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획일적인 빌딩군을 보여준다”면서 “(지역의) 공간적 맥락을 간과하고, 다양한 이용자를 수용·지원하는 철학이 결여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케이캅의 설계안에 따르면 종묘를 바라본 대로변쪽은 가로수 높이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낮게 설계됐다. 고층으로 바로 솟아오르면 영구 응달이 지고, 북풍으로 겨울철에 빙판길이 될 수 있다는 고려에서다.
바람길 역시 세밀하게 설계했고, 조선 말기부터 자연적으로 형성된 가로를 내부에 남겨 디자인 요소로 차용했다. 생물이 신진대사를 통해 성장하고 변화하듯, 도시도 유기적으로 변화·성장한다는 ‘도시 메타볼리즘’을 고려했다는 게 케이캅의 설명이다.
네덜란드의 도시·건축사무소 케이캅(KCAP)의 세운4구역 최종 설계안의 조감도. KCAP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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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캅이 지난 26일 홈페이지에 올린 세운4구역 관련 입장문. 영문과 한국어로 올렸다. https://www.kcap.eu/news/1111/kcaps-statement---on-the-sewoon-district-4-redevelopment-near-jongmyo-shrine-in-seou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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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용적률·높이를 올려 확보한 개발이익으로 4구역 옆 세운상가군을 철거해 ‘녹지 생태축’을 조성할 계획이다.
케이캅은 “‘영감 없는 건물 숲’과 ‘모호한 녹지 공간’으로 대체한 변화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정된 계획은 북서풍이 강한 서울에 빌딩풍만 발생시킬 고층 빌딩 숲으로 구성되어 있다. 생태적으로 건전한 도시 공간은 단순한 ‘녹지 조성’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포괄적인 공공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케이캅은 “세운4구역뿐만 아니라 특히 종묘 앞 세운지구 전체는 종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앞에 위치해 그 세계적 중요성에 걸맞은 수준의 세심한 관리, 절제, 그리고 지능적인 설계가 요구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바꾼 계획을 철회하고, 지역 주민과 시민 사회, 그리고 국가유산청 간의 장기적인 협의와 심의로 마련한 본래의 합의로 돌아가라고 요구했다.
케이캅은 2017년 세운 4구역 국제설계 공모전에서 당선된 이후 2024년 2월까지 관련 심의를 포함한 계획설계와 실질적인 디자인 적용을 위한 사후 설계관리 서비스를 수행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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