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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핵심광물 무역 블록 결성 제안…“가격 하한선 설정해 중국의 시장 교란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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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 국무부에서 핵심 광물 무역 블록 결성을 제안하고 있다.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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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첨단 제조업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동맹국을 결집시켜 무역 블록 결성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핵심 광물의 가격 하한선을 설정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한국 등에 참여를 요청했다.

    J D 밴스 미 부통령은 4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핵심 광물 장관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핵심 광물에 얼마나 크게 의존하고 있는지를 지난 1년간 많은 이들이 뼈저리게 알게 됐다”며 ‘핵심 광물 무역블록’을 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의 조현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호주, 인도, 일본 등 외교장관이 참석했다.

    밴스 부통령은 “오늘날 핵심 광물과 관련한 국제 시장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공급망은 여전히 취약하고 극도로 집중돼 있다”면서 “가격을 더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년에 걸쳐 추진된 핵심 광물 프로젝트들이 어느 날 갑자기 쏟아져 들어오는 해외 공급 때문에 가격이 붕괴하면서 말라죽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미사일 방어 체계, 에너지 인프라, 첨단 제조업 등을 떠받치고 있는 핵심 공급망이 어느 날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특정 국가를 지칭하지 않았지만, 이는 중국이 핵심 광물을 낮은 가격에 공급해 시장 장악력을 높인 다음 수출 통제 등으로 이를 무기화하고 있는 것을 가리킨 것이다.

    그는 “실효성 있는 가격 하한선을 통해 외부 교란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핵심 광물 우대 무역지대를 결성하자”고 제안하면서 “생산단계별로 핵심광물의 기준가격을 설정해 현실 세계의 공정한 시장 가치를 반영한 가격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 하한선은 조정 가능한 관세를 통해 유지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밴스 부통령의 제안은 핵심 광물의 채굴·정제·가공 등 단계별로 공정가를 책정해 기준 가격을 적용하고, 중국 등 외부에서 유입되는 값싼 광물에는 관세를 매겨 가격 하한선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밴스 부통령은 “우리는 모두 같은 팀이며, 같은 방향으로 노를 젓고 있다”며 “무역 블록에 참여하는 국가에는 비상 상황에서도 그 나라가 필요로 하는 핵심 광물에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후 별도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핵심광물 다자 협의체 ‘포지(FORGE·Forum on Resource Geostrategic Engagement)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며 “협력 관계를 맺고자 하는 55개 파트너 국가가 있으며, 이미 다수가 (참여 협정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오는 6월까지 포지의 의장국을 맡게 된다고 밝혔다. 포지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출범한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이 재편된 것으로, 한국, 미국, 일본, 호주, 영국 등 16개국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등 MSP 17개 회원국은 자동으로 포지 참가국이 됐다. 그는 “한국에 감사드린다. 한국은 (핵심광물무역블록 출범) 이전까지 공백을 메워온 MSP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핵심 광물 공급망이 “한 국가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 최악의 경우 (협상) 지렛대나 지정학적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고 사실상 중국을 겨냥하며 핵심광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일본과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태국은 미국과 핵심광물 협력을 위한 프레임워크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아직 서명하지 않았으며, 참여 가능성을 두고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는 트럼프 행정부가 그린란드에 대한 영토 야욕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충돌한 시점에서 개최됐다. 이날 회의에 프랑스·영국 등 주요 동맹국은 참석했지만, 광물 자원이 풍부한 그린란드와 덴마크는 불참했다.

    희토류 전문가인 콜로라도 광산대학의 이안 랭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제안한 핵심 광물 무역 블록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회원국들이 중국산 저가 광물을 몰래 우회적으로 구매하지 못하도록 막고, 기업들이 중국에서 핵심 광물을 조달하지 못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장치가 중요하다”고 AP통신에 말했다. 그는 “속일 수 있고, 들키지만 않는다면 누구나 그렇게(중국산 광물 구매를) 하려 할 것”이라면서 “방산업체는 국방부가 어디서 광물을 조달하는지 모니터링 할 수 있지만, 전기차 업체나 다른 제조업체들은 그런 통제가 훨씬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중 무역 갈등 과정에서 중국이 희토류 같은 핵심광물 수출 통제에 나서자 위기감을 겪은 미국은 중국발 공급 충격에 대비해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에 힘써왔다. 지난 2일에는 120억달러(약 17조원) 규모 자금을 투입해 핵심광물을 전략적으로 비축하는 민관 합동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볼트’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비축한 핵심광물은 향후 공급망 차질이 빚어질 경우 미국의 자동차, 전자제품 등 제조업체들에 공급된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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