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강창성 전 국회의원 생전 모습. 경향신문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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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신군부의 협력 요청을 거부했다가 불법 연행 후 구금되고, 무고하게 옥살이까지 한 고 강창성 전 국회의원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윤성식)는 지난달 3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 전 의원의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상고하지 않아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강 전 의원은 육군사관학교 8기로 임관해 제5사단장과 보안사령관 등을 지내고, 1976년 육군 소장으로 예편한 뒤 1980년 2월까지 초대 해운항만청장을 지냈다.
전두환 신군부에 협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980년 7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에 연행돼 84일간 구금돼 모진 고문을 받았다. 재판에 넘겨진 그는 같은 해 10월 1심에서 징역 4년 및 몰수·추징을, 이듬해 4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 및 몰수·추징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됐다. 강 전 의원은 1973년 ‘윤필용 사건’ 당시 보안사령관으로서 전두환 등 군대 내 사조직 ‘하나회’ 장교들을 조사하기도 했다.
2023년 2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강 전 의원이 구속영장 없이 구금돼 불법 수사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어 재심 사유에 해당한다며 조사를 개시했다. 이듬해 5월 진실화해위는 “합수부에 의한 불법 구금 등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하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진실화해위는 합수부가 강 전 의원을 강제 연행하고, 불법 구속 상태에서 해운항만청장 재직 당시 비리와 금품 수수 등에 대해 위압적으로 수사했다고 밝혔다. 당시 항만청 직원은 자신이 옆방에서 취조받고 비명도 들리자 강 전 의원이 스스로 적당한 수준에서 인정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강 전 의원은 당시 식사를 제대로 받지 못했고 부하 직원들도 연행돼 겁박과 구타,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금 기간 당뇨병 급성 합병증을 앓아 몸무게가 28㎏이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2년 6개월간 옥고를 치른 뒤 명지대 교수를 거쳐 14·16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2006년 별세했다.
유족은 2024년 7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작년 3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영장 없이 강제로 연행된 후 가혹행위를 당해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에서 허위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자백진술을 했다고 판단되고,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없앨 자료들이 보이지 않는다”며 “수사기관이 작성한 각종 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수사기관이 압수한 증거물에 대해서도 “불법 체포 과정에서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해 위법하게 압수한 증거”라며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혐의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강 전 의원이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아 명예를 회복하면서 그가 생전 소망한 대로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유족 측은 고인이 생전 육사 동기와 부하들이 묻힌 국립현충원 6·25 전사자 묘역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전했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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