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7일 협정 전 세계 동시 발효
COP15 공동 의장국 중국, 적극 역할
남중국해 지정학 게임 규범 마련 주목
한국 연안을 비롯한 전 세계 바다에서 서식하는 푸른바다거북. 경향신문 자료사진·수중사진가 박수현씨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전 세계 바다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공해의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 관할권 이원 지역의 해양생물 다양성 보전 및 지속가능 이용을 위한 협정’(BBNJ·이하 협정)이 지난달 17일 발효됐다. 협정이 영유권 분쟁과 자원 개발로 뜨거운 남중국해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협정은 2030년까지 공해의 30% 이상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공해의 생물 자원을 공평하게 이용하자는 결의를 담았다. 2023년 3월 유엔 총회에서 채택됐다. 지난해 9월 기준 협정에 서명한 112개국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60개국에서 비준이 이뤄지면서 지난달 전 세계에 발효됐다.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도 지구 차원의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 협력이 작동한 사례로 꼽힌다.
협정 발효와 함께 남중국해가 주목받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국가에서는 협정을 중국 견제 장치로 삼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공해를 인류 공동 유산으로 선언해 중국의 일방주의를 비판할 규범적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비엣 호앙 베트남 호치민시 법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장기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협정은 남중국해의 게임의 규칙을 힘에 기반한 경쟁에서 규범에 기반한 경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방송사 CNA는 향후 협정에 따라 해양보호구역, 환경영향평가 및 과학 협력에 대한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협약이 남중국해를 둘러싼 분쟁을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하겠지만, 중국과 여러 아세안 국가들을 포함한 영유권 주장국들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응우옌 민 부 베트남 외교부 상임차관은 최근 관영 통신사 VNA 인터뷰에서 “이번 협정으로 베트남은 전례 없는 협력 기회와 공간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중국해 갈등 당사자인 중국은 협정 도입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협정 합의를 이끌어낸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는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으로 2021년 중국 쿤밍과 2022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나눠서 열렸다. 그래서 협정은 ‘쿤밍·몬트리올 생물다양성 협정’으로도 불린다.
중국은 최근 벨기에, 칠레와 함께 협정 사무국을 유치하겠다고 선언했다. 각종 유엔 기구를 탈퇴하는 미국과 대조적인, 책임지는 모습을 부각하려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협정이 제 궤도에 오르는 것이 중국의 국가 전략에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반면 협정이 지정학적 긴장에 이용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각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는 지역이 ‘공해’로 인정될 수 있을지부터 미지수다. SCMP에 따르면 협정에는 분쟁 해역을 해양보호구역지정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영유권을 더욱 적극적으로 행사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날 수 있다. 중국은 지난해 9월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스카버러 암초 일대를 국가급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했는데, 이는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남중국해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필리핀에서도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강화를 위해 협정을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양 생물 다양성 훼손의 주요 원인인 어업과 심해채굴이 협정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이 협정의 한계로 지적된다. 중국이 심해채굴에 관심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미국도 희토류 확보를 위해 심해채굴에 뛰어들고 있다. 다른 유엔 협정과 마찬가지로 미국이 불참한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미국은 조 바이든 정부 시절 협정에 서명했지만 의회 비준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양보호구역은 올 연말 유엔 생물 다양성 협약 당사국 총회를 거쳐 획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은 오는 3월 국제회의를 열고 협정의 구체적 규칙과 구조를 논의하기 위한 과학기술 자문기구 설립 등을 논의한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