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위 “공식 사과하고 피해 회복 조치하라”
경찰, 손배소서 “원고 주장 입증 부족” 주장
유족 측 변호사 “사실도 부인하며 책임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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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시기 부역자로 몰려 경찰에 살해된 피해자의 유족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로부터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뒤 소송에 나서자 경찰이 진화위 조사의 ‘신빙성’을 문제 삼고 나섰다. 진화위는 과거 국가폭력의 진실을 밝히고자 법률에 근거해 출범한 독립 조사기관이다. 유족 측은 “국가기관이 책임인정과 사과는커녕 공식적인 조사결과도 부인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18일 진화위의 조사 내용을 보면 A씨는 1950년 10월26일쯤 충남 예산군 광시면사무소 인근에서 경찰에 처형됐다. 앞서 예산군이 포함된 충남 서북부 지역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북한 인민군에게 점령됐고, 3개월 뒤인 같은 해 10월 국군이 수복했다. 이후 경찰·의용소방대·우익단체 등으로 구성된 치안대는 인민군에 부역한 혐의가 있거나 좌익 활동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구금하고 살해했다. A씨도 이때 동생 B씨가 월북했다는 이유로 부역혐의자로 몰렸다.
진화위에 앞서 2009년 충남 예산군이 한 피해자 현황 조사에서도 A씨는 경찰에 의해 부역 혐의로 총살된 것으로 확인됐다. 진화위는 족보·제적등본·A씨 아들의 생활기록부 등 기록을 검토한 결과, A씨 유족, 당시 의용소방대원 등의 진술과 문헌 기록이 일치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진화위는 또 경찰의 부역자 처형이 위법하다고 봤다. 한국전쟁 시기에도 법원의 재판을 받아 형벌을 집행하도록 하는 실체적·절차적 법이 있었지만,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진화위는 “전쟁 중일지라도 국가기관인 경찰이 비무장 민간인을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살해한 행위는 헌법에 보장된 생명권,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에 “희생자와 유족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라”고도 권고했다.
A씨의 유족은 이같은 진화위의 결정을 바탕으로 지난해 4월 ‘국가가 희생자·유족의 고통 등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시작했다.
피고 충남 예산경찰서는 진화위의 조사 결과를 부인하는 내용이 담긴 준비서면을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의견서에서 경찰은 진화위 결정에 대해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자료에 기초한 것으로 원고 주장을 입증하기에 현저히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유족 중 일부가 한 진술은 사건의 직접 증거나 목격자의 진술이 아닌 ‘전언’에 불과하다는 취지다.
A씨 유족을 대리하는 서채완 변호사는 “사건 후 70여년이 지나 증거를 찾기 어려운데도 진화위 조사에서 신빙성 있는 진술과 문서 기록이 드러났고, 진술이 엇갈리는 등 반증은 찾기 어렵다”며 “국가가 책임을 인정하고 공적으로 사과해야 하는 사안인데, 사실도 부인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경찰서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며 “진화위 결정이 있더라도, 진술과 증거에 대한 조사 절차를 거쳐 결정을 해야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의견을 낸 것”이라고 밝혔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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