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 한병도 원내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와 최고위원들이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득구 최고위원, 이언주 최고위원, 정 대표, 한 원내대표, 황명선 최고위원.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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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무산은 민주당 핵심 당원과 지지층의 결이 과거보다 복잡하고 다양해졌음이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 차기 당권을 둘러싼 권력투쟁 격화가 합당 무산의 한 축이었다면, 진보 진영에서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민주진보진영은 하나’라는 명제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새로운 지지층이 목소리를 낸 것도 합당 논의 중단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 전통적인 지지층의 전형은 민주화 운동에 대한 직·간접 경험을 바탕으로 진보 가치에 충실한 부류로, 합당에 대체로 찬성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달리 합당에 반대한 이들은 문재인·윤석열 정부를 거치며 기존 민주당 노선에서 이탈했거나 이재명 대통령이 표방한 중도·실용 노선을 지지해 최근 민주당에 유입된 이들이 다수로 분석된다. 두 지지층을 가른 배경으로는 세대와 역사적 경험, 이념 지향,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에 대한 인식차 등이 거론된다. 민주당원 정체성 변화 조짐이 어떤 정치 동학을 만들어낼지 주목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지지층 확장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전통적 지지층과 새 지지층…세대와 역사 경험 달라
합당 논란은 민주당 당원들 간의 팽팽한 논쟁으로 이어졌고 이를 통해 결이 다른 당원들의 층위를 드러냈다. 수도권 A 의원은 “민주당 정통 궤적에서 벗어난 비주류 대통령의 등장,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 복지와 통일보다 코스피와 인공지능에 관심을 두는 시대 변화 등이 맞물리면서 범지지층의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었다”며 “합당 찬반을 통해 이것이 거칠게 표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B의원은 “(전통적인 지지층은) 원래 역사적으로 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 노무현 전 대통령 때 386 세대 등 운동권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이었다며 “(새 지지층은) 이념 중심의 386세대와는 좀 거리를 둔다”고 말했다.
C의원은 “예전엔 호남과 진보 이념적 지향을 가진 분들이 주요 지지 기반이었다면 최근엔 공정 이슈(에 민감한 사람), 윤석열 등 검사 정권에 반대한 분들이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며 “계엄과 탄핵, 대선을 겪으면서 각성한 분들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합당 국면에서 전통적 지지층이 범진보 세력 확장을 위한 합당에 찬성했다면, 새로운 지지층에게 ‘민주진보 진영은 하나’라는 명제는 쉽사리 통하지 않았다. 새로운 지지층이 ‘진보 단결’ ‘민주 통합’이라는 명분을 당연지사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일차적으로 세대 차이와 이에 다른 정치적 경험의 이질성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한 여권 인사는 “당에서 보니 친정청래, 친이재명 이런 게 아니라 운동권 출신이거나 50대 이상은 대체로 ‘그래도 합당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고, 조금 젊은 축은 이런 주장에 설득되지 않은 것 같았다”라며 “같은 민주당 지지층인데 세대 간에 인식차가 크다고 느꼈다”라고 했다.
합당에 반대한 김남희 의원은 지난 12일 의원총회에서 “오랫동안 당 생활하셨던 분들에게는 민주진보진영이 결국 한목소리, 같은 방향이고 통합단결은 당연한 수순일 수 있다”며 “그러나 지금 민주당에서 이에 공감하지 않는 당원들이 상당히 있다. 누가 맞고 누가 틀린 것이 아니라 이렇게 경험과 인식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의총에서) 제 이야기에 공감해주시는 분도 많고 세대 차이가 느껴져서 놀랐다는 분들도 있었다”라며 “지금 갈등의 핵심은 세대 차이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진보 이념·가치보다 중도·실용 추구
새로운 지지층은 이념 지향에서도 기존 지지층과 결을 달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통 지지층은 중도진보 노선을 지지하며 이들과 비슷한 성향이지만 더 왼쪽인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은 이들에게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 노선을 지지하는 새로운 지지층에게 혁신당은 노선에서도 우당이 아닌 셈이다. 그들은 당위적 구호나 진보·보수라는 가치보다는 실용적인 정책과 실리에 더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D의원은 “(새 지지층은) 공자왈 맹자왈 같은 말이 아니라 실제 자기에게 도움 되는 게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데, 아직 당은 옛날 이념이나 명분에 사로잡혀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피아 관계가 명확했지만, 지금은 권선징악이 아니라 자신과 (정치를) 연결한다”고 말했다.
E의원은 “새로운 지지자들은 굉장히 유연하고 중도·보수로 가는 것에 대해, (보수를) 포섭하기 위해 (당의) 스탠스를 넓히는 것에 대해 그렇게 큰 불편함은 없는 것 같다”며 “최근에 들어온 분들은 오로지 중도 실용에 대한 이재명의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재선의 F의원은 “(지지층 간) 세대 차이라기보다는 실용주의적 관점이냐, 이념 추구적이냐 이런 차이(로 본다)”며 “당에는 이념이나 명분을 중시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실리를 중시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차이에도 조화로운 당이 되는 게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새로운 지지층에 대해 “실용이란 이름하에 보수에서 이탈한 일부와 꾸준히 중도 성향인 이들”이라며 “주식시장과 경제 성장에 예민한 시민들로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과 결이 다르다”라고 분석했다.
조국 대표에 대한 입장 극명하게 대비
이 같은 세대와 이념 지향 차이는 합당 대상인 혁신당의 조국 대표에 대한 극명한 입장 차이로 이어졌다. 조 대표를 비롯한 친문재인(친문)계에 대한 비토 정서에는 문재인 정부 실패로 윤석열 정권이 탄생했다는 점, 이 대통령이 당시 비주류로 소외돼 있던 점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초선 G의원은 “최근에 민주당을 지지하게 된 이들 중에는 2030 세대가 상당하다”며 “이들은 기본적으로 조 대표에 대한 반감이 세고, 진보의 위선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호남을 지역구로 둔 초선 의원은 “조 대표 사면으로 빚을 갚았다는 생각이 (지지자들 사이에) 있다”고 했다. 한 중진 H의원은 “(합당 과정에서) 조국 혁신당 대표에 대한 당원들의 부정적 인식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간과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층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은 분열은 아니지만 하나로 묶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 지도부를 지낸 한 의원은 “지지층의 분화라기보다는 (지지층별) 다양성이 있는 것인데, 그런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이걸 하나로 뭉치는 동인을 제공해줘야 한다”며 “자꾸 갈라치기하고 서로 다르다고 배제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전국정당화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지지층의 차이”라면서도 “큰 흐름은 항상 차기 대권주자 중심으로 이합집산이 이뤄지는 한국 정당정치의 특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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