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영 변호사 겸 로데이터 대표. [사진: 디지털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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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팔란티어 파운드리 같은 온톨로지 기술을 단기간에 만드는 건 불가능하지만 특화된 영역에선 해볼만 하다."
팔란티어 기술과 철학을 풀어쓴 책 '팔란티어처럼 해체하고 연결하고 장악하라' 저자인 정관영 변호사는 팔란티어가 미국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 핵심 기술로 통하는 온톨로지 기술을 적용해본 경험을 공유하며 이같이 말했다.
온톨로지(ontology)는 어떤 분야에서 존재하는 개념들과 그 관계를 체계적으로 정의한 지식 구조로 팔란티어가 제공하는 빅데이터 플랫폼 판란티어 파운드리 핵심 기술로 알려져 있다. 그는 리걸테크 스타트업 로데이터를 운영하며 팔란티어 핵심 기술인 온톨로지와 인연을 맺었고 이를 실전에서 구현하면서 잠재력을 체감하게 됐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특허청으로부터 영업비밀 판례 전수 분석 용역을 수주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사업을 통해 로데이터는 10년치, 총 2000건 이상 판결을 분석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비밀관리성'이라는 법률 개념이 기술적 관리, 물리적 관리, 정책적 관리 등 계층 구조로 체계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법률 온톨로지를 구체화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고 한다. 법률 개념과 정의 자체가 지나치게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법전에는 '폭행'이라고만 쓰여 있지만 멱살을 잡는 것도, 주먹으로 때리는 것도, 밀치는 것도 모두 폭행이다 보니, 추상화된 개념을 정량화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법률 전체를 온톨로지로 구현하는 건 너무 큰 작업이었다"고 했다.
돌파구는 범위를 좁히는 것이었다. 영업비밀이나 컴플라이언스처럼 특정 영역으로 한정 지어 법률 온톨로지를 그리자 훨씬 수월해졌다는 설명이다. 정 변호사는 "트리(Tree)를 타고 내려가다 보니 영업비밀에 한정해서는 온톨로지를 그릴 수 있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가 책에서 강조하는 온톨로지 핵심은 '액션'이다. "LLM은 확률적 앵무새다. 말은 잘하지만 공장 가동 여부나 전장의 드론 타격 대상 같은 걸 LLM에게 맡기기엔 너무 부정확하다"는 것. 액션을 하려면 AI에게 정확한 진실만 주입해야 한다. '단일 진실 공급원'이 중요한 이유다.
단일 진실 공급원을 만들기 위해 팔란티어는 현실을 그대로 복제한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야 했다. 그곳에서 AI가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왓-이프(what-if) 시나리오'를 검증한 뒤 실행까지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디지털 트윈상에서 센서, 음향, 영상 등을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가 무한대에 가까울 만큼 방대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신호와 소음을 구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온톨로지라는 설명이다. 현실 세계 객체와 속성, 관계를 연결해주는 지도를 그려줌으로써 AI가 디지털 트윈을 정확히 구축하고 단일 진실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 그는 "결국 온톨로지라는 지도 없이는 디지털 트윈도, 단일 진실도, 액션도 없다"고 설명했다.
책에선 미국 대형 닭고기 유통사인 타이슨푸드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타이슨푸드는 공급망 차질이 신선도 문제로 이어져 손해를 누적하고 있었는데, 팔란티어 도입 후 전국 생산·가공·운반·보관 시설을 객체화하고 발주 속성과 연결했다고 한다. AI가 디지털 트윈에서 특정 현상에 대한 나비효과를 사전에 계산해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결과로 2년간 2억달러(약 29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했다. 트럭 적재율은 46%에서 87%로 높아졌고, 물류 최적화에서만 4000만달러(약 580억원) 이윤이 늘었다. 이러한 기업 사례에 대해 정 변호사는 "직관도 정량화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고도의 인간 직관도 알고 보면 연산"이라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가 보는 팔란티어는 컨설팅 회사도, AI나 소프트웨어 회사도 아니다. 그는 "컨설팅 회사가 하는 일은 보고서를 내놓는 것에서 끝난다. 팔란티어는 PDCA 사이클, 즉 계획(Plan)·실행(Do)·점검(Check)·개선(Act)을 테크와 디지털 트윈을 접목해 실시간으로 완주시켜주는 회사"라고 정의했다. 기존 컨설팅이 계획 단계 보고서에서 멈춘다면, 팔란티어는 실행까지 솔루션을 준다. 깊이 있는 컨설팅에 테크 플랫폼이 가진 실행력을 결합한 회사이기 때문에 맥킨지와 비교하는 것도, SAP·세일즈포스와 비교하는 것도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고객사가 팔란티어 생태계에 종속되는 '벤더 록인'(vendor lock in) 우려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팔란티어는 다양한 산업을 넘나들며 축적한 온톨로지 노하우가 방대해 한번 도입하면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는 "K-파운드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단기간에 팔란티어 전체를 따라잡는 건 불가능하지만, 버티컬한 영역이라도 조금씩 온톨로지로 산업 문제를 지도로 연결하는 경험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을 쓴 이유도 이 때문이다.
로데이터는 첫 번째 시도로 영업비밀 관리 시스템을 온톨로지 기반으로 구축하는 작업을 구상 중이다. 현재 공공기관을 통해 중소기업 100여곳만 이용하는 영업비밀 관리 시스템을 중소·중견기업 전반으로 확산시키겠다는 포부다. 그는 "영업비밀이라는 작은 지도부터 그려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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