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여행인가 고행인가
운동 덕후들의 여행
평범한 관광, 그저 그런 휴양은 싫다. 이씨처럼 운동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피클볼·러닝·헬스·빠델·요가 등 종목도 다양하다.
피클볼 도장 깨기, 골프 성지 투어
미국에서 시작된 피클볼은 최근 아시아권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피클볼 인구가 많은 말레이시아·베트남·대만·일본 등으로 여행지 선택의 폭이 넓어진 이유다.
2023년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테니스장에서 열린 ‘제1회 피클볼 서울 오픈’에 참가한 한 대만 선수가 복식 경기를 하는 모습. 피클볼을 즐기는 사람들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으로 '전지훈련'을 떠나기도 한다. /대한피클볼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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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인 김연서(34)씨는 2년 전 ‘나트랑 한 달 살기’ 때 피클볼을 배웠다. 뻔한 관광이나 체험 활동 말고, 최대한 현지 생활을 경험해보려는 목적에서 흔하게 보이던 피클볼 구장을 찾아간 게 시작이었다. 김씨는 “나트랑에서 피클볼의 매력에 푹 빠져 꾸준히 즐기고 있다”며 “휴가 때면 기회가 닿는 대로 말레이시아나 대만 등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겨울방학을 맞아 두 아이의 영어 캠프 참가를 위해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를 찾았던 신은정(42)씨 가족도 피클볼을 배우고 돌아왔다. 신씨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길래 우리 부부도 따라 배웠는데 네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를 갖게 돼 좋다”고 말했다.
골퍼들이 한파나 폭염을 피해 인근 국가들로 원정 골프를 다니는 것은 이미 익숙한 모습이다. 최근 시니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파크골프’ 역시 일본·태국 등으로 동계 훈련을 떠나는 이들이 많다. 여행사마다 ‘태국 무제한 라운딩’, ‘중국 크루즈 파크골프 여행’ 등의 상품을 내놓고 있는데, ‘효도 상품’으로도 인기가 좋다. 직장인 배수현(45)씨는 “이번 겨울에 2박 3일씩 일본으로 골프를 3번 다녀왔는데, 파크골프로 넘어간 부모님도 내년 겨울철에는 일본 남부 지역으로 보내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러닝은 어디서든 계속된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발리가 러닝 여행 스폿으로 새로이 주목받고 있다. 발리는 오랜 휴양 여행지로 특별한 러닝 코스나 루트, 프로그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에서 모인 MZ들이 자연스럽게 매일 새벽 수십 명씩 모여 달리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요즘 인도네시아 발리가 러닝 여행 스폿으로 주목받고 있다. '러닝 천국 발리로 가자', '발리 짱구(지역 이름) 런클럽' 같은 게시물이 급격하게 많아졌다.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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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최근 ‘발리 짱구(지역 이름) 런클럽’, ‘러닝 천국 발리로 가자’ 같은 게시물이 급격하게 많아지기 시작했다. 상의를 벗어던진 남성들, 짧은 탱크톱과 숏팬츠를 입은 여성 수십 명이 약속 없이 모여 새벽 달리기를 하고 아침을 함께 먹거나 자연스럽게 헤어지는 형식이다.
‘헬스 마니아’들에게는 현지 헬스장 투어도 인기다. 지난해 보름 일정으로 발리에 다녀온 김재윤(34)씨는 “유명한 짐(gym)이 많아서 1일권을 끊어 운동을 하고, 모닝 런클럽과 서핑 등을 즐겼다”며 “주변의 ‘운동 러버’들에게 강추하는 여행 코스가 됐다”고 말했다. 빠델(테니스와 발레를 합쳐놓은 운동), 바레(발레+필라테스), 하이록스(8㎞ 달리기와 8가지 기능성 운동을 반복하는 것), 요가 등 요즘 유행인 운동들에 흠뻑 빠져 지낼 수 있다고 한다.
세계적인 마라토너들의 훈련지로 알려진 케냐. 러닝 열풍 속에 많은 아마추어 러너도 ‘케냐 러닝’을 꿈꾼다. /데상트⋅5kmm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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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들의 꿈의 종착지는 마라톤 성지 ‘케냐’다. 인류 최초로 서브2(마라톤 풀코스를 2시간 내에 뛰는 것)를 달성한 킵초게의 고향. 방송인 기안84 등이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극한의 마라톤에 도전하는 모습 등이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아마추어 마라토너 심진석 선수도 지난겨울 케냐에서 훈련을 마쳤다. 흔치 않지만 일반인 러너들도 고산 지대, 비포장도로 훈련 등 극한의 환경을 일부러 찾아간다. 일반인들 눈에는 운동 러버들의 여행이 차라리 고행처럼 보일 수도 있다.
[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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