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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4 (토)

    ‘촌스럽다’ 외면받던 중국풍… “개성 있다”며 인기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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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주말]

    ‘가성비 공산품’을 넘어

    韓 시장 공략 강화 中 브랜드

    조선일보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에 있는 밀크티 전문점 앞에 판다 캐릭터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이 브랜드 본사는 중국 쓰촨성 청두에 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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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오후 1시쯤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에 있는 밀크티 전문점 ‘차백도(茶百道·ChaPanda)’. 20~30대 여성 두 명이 판다 캐릭터가 그려진 일회용 테이크아웃 음료 컵을 들고, 매장 앞에 있는 판다 캐릭터 조형물 앞에서 “푸바오가 생각난다”며 사진을 찍었다. 이 밀크티 브랜드의 본사는 ‘자이언트 판다’의 고향으로 알려진 중국 쓰촨성 청두에 있다. 2년 전 강남에 처음 매장을 연 이후 해외 매장 40여 곳(지난해 기준) 중 절반 가까이를 한국에 열었다. 한국 시장에서 반응이 좋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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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상반기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는 중국 밀크티 브랜드 ‘차지’의 음료 컵.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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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중국 제품 소비는 공산품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식음료·화장품·캐릭터·패션 등 문화와 라이프스타일 분야로 소비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 브랜드가 ‘싸지만 퀄리티는 떨어진다’는 인식도 많이 사라졌다. ‘중국산 싸구려 느낌’이라는 부정적 의미로 쓰이던 ‘중티 난다’는 표현은 최근 화려하고 개성 강한 스타일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가성비’에서 시작된 중국산 소비

    과거 중국산 제품은 ‘가성비’가 주된 강점으로 꼽혔다. 이제는 기능과 성능도 국내 제품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봇 청소기 브랜드 로보락과 공기청정기·보조배터리 등으로 알려진 가전 브랜드 샤오미가 대표적이다.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로보락은 지난해 한국 로봇 청소기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돌파했다.

    주목할 점은 최근 공산품이 아닌 카테고리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식음료 분야에서 이런 흐름이 두드러진다. 탕후루 같은 특정 메뉴가 반짝 유행하던 단계를 지나 중국 프랜차이즈들이 한국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중국 밀크티 브랜드 ‘차지(Chagee·패왕차희)’는 최근 국내 진출을 확정하고 올해 상반기 서울 강남·용산·신촌 등에 매장을 열 계획이다. 앞서 한국에 진출한 중국 밀크티 브랜드 ‘미쉐(蜜雪)’와 ‘헤이티(HEYTEA)’, ‘차백도’ 등이 인기 끄는 것을 보면서 시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훠궈 프랜차이즈 ‘하이디라오’는 최근 양꼬치 전문점 ‘하이하이숯불꼬치’의 글로벌 1호점을 서울 명동에 열며 외식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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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탕후루는 국내에서 유행한 대표적인 중국 디저트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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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뷰티·패션으로까지 확산

    뷰티와 패션 분야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한때 ‘지나치게 화려하다’거나 ‘촌스럽다’ ‘과장됐다’는 평가를 받던 강한 원색과 과장된 장식, 화려한 패턴 등의 중국풍 디자인이 오히려 ‘C(차이나) 스타일’로 불리며 “개성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레이스 문양과 하트 장식 등 공주풍 패키지 디자인이 특징인 중국 화장품 브랜드 ‘플라워노즈’는 지난해 10월 서울 성수동에서 운영한 팝업 스토어에서 2주 만에 2만7000여명의 방문객을 끌어모으며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신세계의 뷰티 편집숍 시코르에도 입점했다. 무신사에 따르면, 플라워노즈가 공식 입점한 지난달 25일에는 검색량이 폭증하며 눈화장(아이메이크업) 제품 분야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이 브랜드의 화장품 가격대는 3만~4만원 수준으로 국내 브랜드와 큰 차이가 없다. 무신사 관계자는 “플라워노즈 입점 이후 일주일 동안 관련 검색량이 350% 증가했다”고 말했다. 중국산 화장품의 품질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깊었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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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인 박명수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왕훙 메이크업’을 한 모습. /유튜브 할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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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중국 화장품 브랜드인 ‘주디돌’과 ‘인투유’ 등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인지도를 키우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중국 화장품 온라인 직구(직접 구매) 금액은 2024년 3711억5400만원에서 지난해 4216억5900만원으로 늘었다.

    중국식 화장법도 인기다. 인조 속눈썹을 여러 겹 붙이고 피부를 인형처럼 밝게 표현하는 ‘더우인(抖音·중국판 틱톡) 메이크업’, 강한 음영과 화려한 글리터(반짝이)를 활용하는 ‘왕훙(網紅·인플루언서) 메이크업’이 대표적이다. 아이돌 출신 이미주와 방송인 박명수가 유튜브에서 선보인 왕훙 메이크업 영상은 각각 조회 수 57만회와 134만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 미녀 같다” “화려한 대륙 스타일”이라는 반응이 많다.

    패션 시장에서도 중국 브랜드를 콕 집어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의류를 알게 모르게 소비했다면, 최근에는 중국 기업이 기획하고 판매하는 브랜드 제품을 직접 선택하는 식이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편집숍에서는 ‘로어링와일드’,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입어 화제가 된 ‘슈슈통’ 등 18개의 중국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를 판매하는데, 지난해 거래액이 전년 대비 181%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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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세계적 인기를 끈 캐릭터 인형 ‘라부부’. /팝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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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뷰티·패션 브랜드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중국 특유의 강렬한 색감과 과장된 디자인이 SNS를 중심으로 경험을 과시하는 젊은 층의 소비 문화와 맞물리면서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은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이전부터 단순 ‘저가’로 취급되던 자국 제품을 브랜드화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었다”며 “그 전략이 소셜미디어 중심의 글로벌 소비 문화와 맞물리며 빛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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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해 성분·짝퉁 문제 해결해야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반중(反中) 정서가 상당한데 중국 브랜드 소비가 왜 늘어나고 있느냐는 점이다. 동아시아연구원이 국내 성인 15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양극화 인식 조사’에서 중국에 대한 인상은 부정적 답변(71.5%)이 훨씬 많았다. 특히 20~30대는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다른 연령대보다 강한 것으로 나타난다.

    우선 ‘정치·외교 문제와 소비는 별개’라는 인식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디자인이나 경험 등 소비 가치를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하는 ‘실용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실용적 소비 성향이 강한 젊은 층은 중국에 대한 반감과 별개로 제품이 괜찮고 콘텐츠와 스토리가 마음에 들면 지갑을 연다”며 “다시 말해서 ‘중국 제품이어서 사지 않는다’가 아니라 ‘중국 제품이어도 마음에 들면 산다’는 의미”라고 했다.

    글로벌 유통 플랫폼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중국 브랜드’라는 사실을 크게 의식하지 않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플랫폼은 디자인·가격·성능 중심으로 제품 정보를 제공한다. ‘메이드 인 이탈리아’ ‘메이드 인 프랑스’ 등을 전면에 내세우는 유럽 브랜드와 달리 중국 브랜드는 중국산이라는 것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편, 중국 브랜드는 우리뿐 아니라 해외 다른 나라에서도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CNN은 “미국의 젊은 층 사이에서 중국풍의 옷을 입고 생활 방식을 따라 하는 ‘차이나 맥싱(China Maxxing)’이 확산하고 있다”고 지난달 25일 보도했다. 베이징 완구 기업 팝마트가 만든 뾰족한 이빨과 복슬복슬한 털의 캐릭터 인형 ‘라부부’는 지난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의 명품 백화점에 오프라인 매장을 연 중국의 패스트패션 업체 ‘쉬인’은 꾸준한 수요 속에 지난달 프랑스 지방 도시 다섯 곳에 추가 매장을 열었다.

    이런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광종 소장은 “중국 제품에서 흔히 지적돼온 유해 성분 문제나 표절 문제가 장기적으로 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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