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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0 (금)

    FT “미국의 군사적 우위에도, 종전(終戰)의 지렛대는 이란이 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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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르무즈 봉쇄ㆍ유전 공격으로 세계 경제를 인질 삼는 능력 과시

    이란, ‘재침략 방지’와 ‘제재 완화’ 확실히 보장 받기 전에는 ‘비대칭적’ 소모전 지속할 듯

    최고 수뇌부 수십 명 피살에도, 정권은 더 강고해지고 국민은 숨 죽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전쟁에 대해 지난 6일 이란에 “무조건 항복 외에 다른 협상은 없다”고 했다. 13일에는 “내가 뼛속까지 ‘끝낼 때가 됐다’고 느껴질 때 전쟁을 끝내겠다”고 말했다. 처음의 호기(豪氣)는 다소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전쟁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말투였다.

    그러나 전쟁 개시 3주가 지나면서, 여전히 이 전쟁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끝낼 수 있다고 믿는 이는 거의 없다. 정권 교체, 60% 농축우라늄 회수 및 핵개발 능력 불능화, 이란의 군사적 영향력 거세 등 애초 전쟁의 목표가 무엇이었든지 간에, 아직 딱히 이룬 것도 없다.

    반면에, 이란 정권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 피살 이후 이란을 이끌었던 사실상의 최고 실세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위원회 사무총장까지 살해되고 군ㆍ정보 수뇌부 인사 수십 명이 제거됐는데도, 세계 경제를 인질로 삼아 확전(擴戰)하고 있다. 18만 명 병력의 이슬람혁명수비대는 계속 호르무즈 해협을 효과적으로 봉쇄하고 드론과 미사일을 중동 산유국가의 석유ㆍ가스 생산시설까지 공격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1만 5000개 이상(13일 기준)의 목표물을 타격했는데도, 전쟁은 예상과는 사뭇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정보당국은 이란 정권이 약화되긴 했지만 더 강경해졌고, 이슬람혁명수비대ㆍ보안 세력은 더 큰 통제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서방 관리들은 47년 된 이슬람 공화국이 단기간 내 교체돼 끝나거나 민주적인 정부가 등장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복수의 서방ㆍ이란 관리들은 “전쟁을 끝내기 위한 가격 책정은 이란이 한다” “모두 트럼프의 변덕에만 주목하지만, 이란 정권엔 생존과 저항의 ‘존재 이유’가 이 전쟁에 걸려 있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이란 정권에게 이 전쟁은 실존적 위협이다. 따라서 적들이 다시는 ‘공격의 대가’를 감당하지 못하게끔 억지력을 회복하려는 장기적인 소모전에 들어갔다. 또 종전(終戰)도 ▲미국과 이스라엘이 재침(再侵)하지 않는다는 보장과 ▲경제 제재가 완화된다는 확약이 없이는 결코 없다는 입장이다.

    18만 명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게릴라처럼 퍼져, 중동 산유국들의 에너지 생산시설ㆍ미군 기지를 공격하는 비대칭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쥐어틀고 페르시아 만 지역을 혼란으로 몰고 간다.

    정권에 가까운 한 이란 인사는 “이란 정권은 전쟁이 1년 지속돼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슬람 이념으로 동기 부여된 IRGC는 이번 전쟁이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 것이라고 확신하고, ‘이란이 무너진다면, 중동 전체가 무너질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바이든ㆍ오바마 행정부에서 이란 담당 고문을 지낸 리처드 네퓨는 “IRGC는 경제ㆍ정치 권력과 국내 억압 장치도 갖고 있다. 사실상 국가 권력 구조의 중심이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15일 이란 군이 “궤멸됐다”며 “이란 측이 협상을 원했지만, 아직 조건이 충분히 좋지 않아서 아직 합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불안한 에너지 시장을 진정시키려고 꾸며낸 망상(妄想)”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중동 지역 외교관들은 양측 간에는 전쟁을 끝내기 위한 외교적 움직임은 없다고, FT에 말했다. 한 외교관은 FT에 “미국이 지역에서 군사력 행사를 중단해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계속 행사할 것이다. 다만, 미국을 강제 철수시켰다는 명분을 얻고 미군 시설에 대한 공격은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 전쟁의 주범으로 여기는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이란의 드론ㆍ미사일 발사량이 전쟁 초에 비해 90%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 내부 인사는 “숨겨진 장소, 종종 지하 깊은 곳에서 미사일과 발사대를 생산하고 있으며, 장기전에서 탄약이 고갈되지 않게 발사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테헤란은 매일 공격을 하고 있고, 세계 유가를 흔드는 것은 ‘한달에 한번’ 꼴로 UAE 석유시설에 대해 미사일을 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결국 이란과 미국 사이에 분명한 합의가 없으면, 전쟁이 끝날 가능성은 낮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새넘 바킬은 “이란의 원하는 정권 보장과 제재 완화가 포함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전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미국은 이 지역에서 전쟁을 어떻게 시작하고 끝내는지를 모른다”며 “우리는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과 미국이 이곳에 새 질서를 세우는 것을 방관하지도 않을 것이고, 5개월 뒤 다시 전쟁으로 돌아가는 휴전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방의 한 관리는 FT에 “이란의 반격은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이 계속 반격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전보다 이란의 능력을 더 잘 알게 됐고, 엄청날 정도로 강한 것은 아니지만 예상보다는 분명히 더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이란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는 미국ㆍ이스라엘의 폭격이 아니라, 정권과 국민 간 역학관계인데 “이란 국민은 현 사태에 완전히 거리를 두고 침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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