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들 일부는 이를 못 깨달아”
대처 당시 총리에 부정적 언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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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30여년 전 “영국의 미래는 유럽에 달렸다”고 했다는 내용의 외교전문이 공개됐다. 브렉시트 국민투표에 대한 그의 입장은 공개된 적은 없지만, 안타까운 심정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낳는 대목이다.
독일 <슈피겔>은 1988년 11월 이임 인사를 하러 엘리자베스 2세를 만난 뤼디거 베히마어 주영 독일대사가 본국에 보고한 전문의 요약본을 17일 공개했다.
엘리자베스 2세는 이 자리에서 유럽 통합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영국의 미래가 유럽에 달렸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인들은 고립 성향이 강해 “일부는 이를 깨닫지 못하고” 유럽 단일시장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또 베히마어 대사가 유럽 통합에 대한 홍보 캠페인을 언급하자 “진작 했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영국 군주의 정치 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은 금기라서, 브렉시트에 대한 엘리자베스 2세의 입장을 놓고는 추측이 분분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3개월 앞둔 2016년 3월 대중지 <선>은 1면으로 “여왕은 브렉시트를 지지한다”고 보도했다. 버킹엄궁은 엘리자베스 2세가 정치인들과의 오찬에서 유럽연합(EU)에 분통을 터뜨렸다는 기사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반발했다. 엘리자베스 2세의 입장은 2017년 6월 의회 개회식에서 정부의 브렉시트 법률안 제안서를 읽을 때 다시 화제가 됐다. 그는 파란색 윗옷을 입고, 노란색 점들이 박힌 파란색 모자를 썼다. 유럽연합 깃발을 떠올리게 하는 패션에 유럽연합에 대한 애착을 표현했다는 해석과 작별을 고하는 의미라는 풀이가 맞섰다.
엘리자베스 2세와 사이가 안 좋았던 마거릿 대처 당시 총리를 언급한 부분도 흥미롭다. 베히마어 대사는 엘리자베스 2세가 “두 여성의 긴장 관계에 대해 얘기했다”고 기록했다. 그는 엘리자베스 2세가 대처 총리의 유럽 통합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바뀔 것”이라고 하고서는 한참 뜸을 들이다 “그가 계속 남게 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고 했다. 대처는 그로부터 2년 뒤 낙마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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