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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낙동강 둑 개방 강행… 농민들 "논밭에 바닷물 들이부은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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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분 스며들어 농작물 피해… 개방 반대했는데 정부가 무시"

환경부는 "농사 짓는 水源, 둑서 15㎞ 떨어져 문제 없다"

"밀물 때 40분 동안 수문을 열면 바닷물이 50만t 쏟아져 들어오는데, 하굿둑에서 몇㎞ 떨어져 있지도 않은 농경지가 어떻게 피해를 안 봅니까. 농민들 호소는 무시한 정치적 판단이지요."

부산 강서구 대저2동에서 농사를 짓는 강화식(57)씨는 환경부가 낙동강 하굿둑 수문을 개방한 데 대해 7일 이렇게 말했다. 환경부는 전날인 6일 밤 10시 40분부터 40분간 낙동강 하굿둑의 수문 15개 중 1개를 열어 50만t의 바닷물을 상류로 올려 보냈다. 밀물 때맞춰 수문을 개방한 것은 낙동강 하굿둑이 1987년 생긴 이래 32년 만에 처음이다. 생태계 복원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해서라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낙동강 하굿둑 개방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오거돈 부산시장의 선거 공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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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부산 낙동강 하굿둑 수문 1개(붉은 원)를 40분 동안 개방하고 바닷물 약 50만t을 강 하구로 유입시켰다. 낙동강 하굿둑이 수문을 개방한 것은 1987년 준공 이래 처음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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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대통령 공약을 위해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낙동강 하굿둑 개방과 4대강 보(洑) 철거 계획에 대해 인근 농민과 주민들이 "우리 의견도 들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환경부 "농민 피해 없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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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오는 9월 낙동강 하굿둑 수문 개방 시간을 늘려 한 차례 더 개방하고, 내년 상반기엔 1주일 이상 장기 개방해 생태계 변화를 지켜본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12월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고, 수문 개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농민들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게 환경부 설명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하굿둑 인근에 농경지가 있기는 하지만 둔치·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고, 이곳 농경지는 하굿둑 상류 15㎞ 떨어진 곳에 있는 대저 수문을 통해 서낙동강으로 유입되는 물을 농업용수로 활용하고 있다"며 "이번 수문 개방으로는 바닷물이 상류 3㎞까지만 올라가기 때문에 그보다 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물을 끌어다 쓰는 인근 농민들은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농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농민 강화식씨는 낙동강 하굿둑 상류에서 2㎞가량 떨어진 3600평 규모 농경지에 벼와 토마토 등을 키운다. 그는 "바닷물 1L에 소금이 6g 들어 있는데, 이번 수문 개방으로 소금 수십 포대를 들이부은 격 아니냐. 정부는 물이 가득 찬 욕조에 바닷물 한 컵 넣는 것처럼 말하는데, 절대로 적은 양이 아니다"라며 "농경지는 스펀지처럼 염분을 흡수해 언제 회복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농민들은 "짧은 개방이라도 인근 농경지가 충분히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있었어야 했는데, 지난 4월 설명회에서 수문 개방 소식을 들은 게 전부"라며 "우리 의견을 계속 호소했는데도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환경부, 세종보 개방 성과 홍보

4대강 보 처리 방안과 관련해서도 지역 주민의 의견을 더 들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7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을 만나 세종보 해체를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살린다고 26조~27조원을 쏟아부어 다른 산업의 재정 투자가 약해졌다"고 언급하는 등 4대강 사업에 대해 그동안 부정적인 의견을 지속적으로 피력해 왔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이 대표가 정책을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고 의지를 갖고 말한 것이 아니라, 조 장관이 참고하라고 세종시장의 견해를 소개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지난달 2일 "성급하게 세종보 해체 여부를 결정하기보다 해체에 따른 득실을 신중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은 자연경관 훼손을 우려하는 지역 민심을 반영한 것이었다.

한편 환경부는 이날 세종보 개방 성과를 알리는 행사를 열었다. 금강 합강정에서 '생태 탐방 놀이' 행사를 개최한 환경부는 "합강정은 세종보 개방 이후 흰수마자, 수달 등 야생 생물의 서식이 확인돼 금강의 자연성 회복을 알 수 있는 구간"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흰수마자는 유속이 빠르고 수심이 얕은 개천에서 사는 어류인데, 4대강 사업 이후 본류에 수량이 늘자 자연스럽게 사라진 어종이 보 개방으로 다시 돌아온 것을 정부가 '자연성 회복'으로 홍보하는 건 난센스"라고 했다.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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