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넉 달 전 졸피뎀 구입…장례식도 불참해 현 남편과 다툼
"A씨가 고유정이 준 음료를 마신 후 졸음이 쏟아졌다고 했다" 보도도
경찰, A씨 체내에선 졸피뎀 성분 검출 안 돼
경찰 "고의, 실수, 자연사 등 모든 가능성 수사"
‘제주 전(前) 남편 살인 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의 현 남편 A(37)씨가 고유정이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고소하면서 의붓아들 사망 사건을 둘러싼 의문이 점점 커지고 있다.
고유정이 의붓아들이 숨지기 4개월 전 수면제인 졸피뎀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고, 의붓아들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는 등 석연치않은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제주지검에 따르면 A씨는 현 남편인 A(37)씨는 전날 검찰에 고유정이 지난 3월 친아들 B(4)군을 살해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했다. A씨의 아들이자 고유정의 의붓아들인 B군은 지난 3월 2일 오전 10시쯤 A씨와 함께 살던 충북 청주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그러나 고소장에서 고유정이 B군을 살해했다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에 따라 고유정의 전 남편 살해 사건과 함께 의붓아들 질식사 사건도 함께 조사하게 됐다.
지난달 29일 피의자 고유정이 인천의 한 가게에서 시신 훼손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방진복, 덧신 등을 사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경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2017년 현재 남편 A씨와 재혼했다. A씨는 전처와 사이에 낳은 아들을 함께 양육하기로 고유정과 합의했고, B군은 제주에 있는 친할머니 집에서 지내다 지난 2월 28일 청주시 용담동 A씨 집으로 오게 됐다. 하지만 B군은 청주에 온 지 이틀 만에 아파트 안방 침대에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이불과 B군의 코에서는 혈흔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정은 "감기에 걸려 다른 방에서 자고 있어서 아이가 어떻게 숨졌는지 모른다. 남편이 황급히 아이를 업고 거실로 나와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A씨도 경찰에서 "아이와 함께 잠을 잤는데 깨어보니 숨져 있었다"라며 "내 다리가 올라가서 그랬는지 아이가 숨을 쉬지 않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청주상당경찰서는 당시 질식사로 추정했으나, 타살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B군의 몸에서 외상이나 장기 손상이 없고, 약물이나 독극물도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3일 A씨가 당초 경찰 진술과 달리 고유정을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고소하면서 이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또한 고유정이 B군이 숨지기 약 4달 전인 지난해 11월 청주의 한 병원에서 졸피뎀을 처방받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의문은 커지고 있다. 일부 언론은 A씨가 "아들이 사망한 당일 고유정이 준 음료를 마신 후 졸음이 쏟아졌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고유정이 지난 3월 2일 A씨에게 졸피뎀을 몰래 먹인 뒤 B군을 숨지게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고유정이 지난달 25일 제주 조천읍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할 때도 졸피뎀을 복용시켜 몽롱한 상태 또는 반(半)수면 상태에 있던 강씨를 흉기로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단 경찰은 B군이 숨졌을 당시 A씨가 졸피뎀을 복용한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청주상당서는 14일 "A씨의 체모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맡긴 결과 A씨의 체내에서 졸피뎀 성분은 나오지 않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졸피뎀은 체모 등 신체에 오랜 기간 성분이 남는데 만약 지난 3월 A씨가 졸피뎀을 복용했다면 국과수 감정에서 성분이 검출됐을 것이라는 게 경찰 설명이다.
고유정이 B군의 장례와 발인에 참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진 것도 석연치 않은 정황으로 파악된다. 당시 A씨는 이 때문에 고유정과 다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처럼 고유정 의붓아들 질식사 사건를 둘러싼 의문이 잇따라 제기되자 이 사건의 범죄 연관성을 다시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고유정 부부의 휴대전화와 PC 등을 확보해 디지털포렌식 기법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이들의 약물 투약 여부와 처방 내역 등을 분석하는 한편, 주변인 탐문수사와 전문가 자문 등을 병행하며 B군의 사인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청주상당서 관계자는 "고의, 과실, 자연사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찰 수사와 별개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고유정에 대한 전 남편의 살인사건 조사가 마무리된 후, B군의 사망과 관련된 사건을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김우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