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노후 배수관 탓 추정
낡은 상수도관 교체시기 앞당길 듯
경기 광주시도 수돗물 민원 조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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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에 이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과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 일대에서도 ‘붉은 수돗물’(적수)이 나왔다. 무리한 급수전환이 원인이 된 인천 사태와 달리, 이들 지역의 붉은 수돗물은 오래된 배수관에서 침전물이 유입돼 발생한 것으로 서울시 등은 추정하고 있다.
21일 오전 서울 문래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주민 이아무개(67)씨는 “어제(20일) 수도꼭지를 틀고 물티슈로 막아보니 물티슈가 붉은빛으로 변했고 찌꺼기도 나왔다”며 “흙탕물 같지는 않았다. 정수기로 걸렀는데도 색이 휴지에 묻어 나왔다”고 말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도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지역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는 민원 6건을 받고, 현장조사를 벌여 3곳의 아파트 단지에서 기준치보다 높은 탁한 물이 검사됐다”고 이날 밝혔다. 붉은 물이 유입된 아파트는 저수조의 물을 빼고 청소를 한 뒤 새로 깨끗한 물을 받고 있다. 청소가 진행되지 않은 아파트에서는 이날 오전까지 ‘붉은 물’이 나왔다.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이씨는 “이런 물로 세살짜리 손자를 씻기고 물을 마시게 했다. 정말 미안하고 죄책감을 느낀다”며 “아파트 물탱크를 청소한다고는 하지만 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걱정했다. 같은 아파트 주민 신아무개(35)씨도 “어제 물티슈로 수도꼭지를 막았더니 2분 만에 눈에 보일 정도로 흰 물티슈가 붉게 변했다. 아이에게는 생수나 정수기 물만 마시게 했다. 씻길 때도 생수로 씻긴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에도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는 민원이 나왔는데 아무 조치가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 3월 ‘물이 뿌옇다’는 민원이 접수돼, 수질검사에 나섰지만 수돗물 탁도가 먹는 물 기준치 이내인 0.5NTU(탁도 단위)이하를 보였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노후 배수관의 침전물이 저수조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취수장과 정수센터, 배수지를 연결하는 배수관은 지난해 말까지 교체됐지만, 배수지와 문래동을 잇는 배수관 일부가 아직 교체되지 않았다는 것이 서울시 설명이다. 교체되지 않은 배수관은 1980년 이전에 매설된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새벽 0시10분께 붉은 물이 발생한 아파트를 방문해 “먹는 물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서울시로서는 치욕적인 일”이라며 “노후 관로는 긴급 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애초 2020년으로 계획한 문래동 일대 노후 상수도관 교체 시기를 앞당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시는 문래동4∼6가 일대 아파트 1314가구와 인근 초등학교에 대해 예방 차원에서 수돗물을 마시지 말고, 생활용수로만 사용하도록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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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 송정동의 한 빌라 단지에서도 적갈색 수돗물이 나온다는 민원이 잇따라 제기됐다. 이날 광주시 관계자는 “민원이 접수돼 탁도, 잔류 염소 등 5개 수질 항목을 검사해보니 일단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며 “수자원공사 한강권역본부에서 59개 수질 항목에 대해 정밀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다음주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와 관련해 상황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인천시와 합동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환경부, 행정안전부, 교육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은 20명가량으로 ‘정상화지원반’을 꾸려 인천시청에 상주시키고, 수자원공사의 가용 전문인력을 최대한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재난안전특별교부세 15억원(행안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10억원(교육부)도 추가 지급한다. 인천시는 이번 수돗물 사태가 정상화되는 데로 피해보상에 대해 주민단체를 포함한 ‘민관합동정상화위원회’를 꾸려 보상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채윤태 김기성 박기용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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