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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자사고 이어… "실업고 열등감 줘" 마이스터高도 폐지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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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 전북교육감 "서열화 없애려면 일반高·특성화高만 둬야"

"평등주의 집착, 명장 키우는 학교 없애는 게 말이 되나" 비판론

'상산고 지정 취소'를 밀어붙이고 있는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뿐 아니라 마이스터고도 특성화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일반고 위에 자사고가, 특성화고 위에 마이스터고가 있어 학생들이 무력감과 열패감에 빠져 있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직업 명장을 길러내고 매년 취업률이 90%가 넘는 마이스터고까지도 서열화를 이유로 다 없애자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교육위는 상산고 등 최근 시도교육청들이 고교 체제 개편 차원에서 진행하는 자사고 지정 평가가 논란이 되자 26일 국회에서 교육감들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 서울·경기·전북·충북·인천 등 5개 지역 교육감이 참석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국회에서 "고교 체제는 일반고와 특성화고로 단순 이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사고는 일반고로 전환하고, 마이스터고·외고·과고 등 특목고는 특성화고로 전환해 학교 종류를 크게 두 개로 단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스터고는 '전문 직업 명장(마이스터)'을 양성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2010년 도입한 학교 모델이다. 첫해 21개로 시작해 현재 전국에 48개 학교가 있다. 평균 취업률이 90%가 꾸준히 넘고 수업료가 전액 국비로 지원되기 때문에 고교 졸업 후 산업 현장에 취업하고자 하는 우수 학생들이 전국적으로 몰리고 있다.

하지만 김승환 교육감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자사고·마이스터고 등 특목고는 우수 학교, 그 이외 학교 진학은 패배'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특성화고와 일반고 교실에 학습 포기자들이 늘어나 학력이 떨어지고 무력감과 좌절감을 호소하는 교원들도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서열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마이스터고도 특성화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전북 지역엔 군산기계공고, 전북기계공고, 한국경마축산고, 김제농생명마이스터고 등 4개 마이스터고가 있다.

교육계에선 "평준화 교육에 집착하는 김승환 교육감의 황당한 주장"이라고 했다. 2010년 마이스터고로 지정된 군산기계공고 안석태 교장은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는 선발하는 학생들의 기준이나 모든 것이 다른데, 갑자기 마이스터고까지 특성화고로 전환하자는 것은 모든 것을 하향 평준화하자는 것"이라면서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중견기업에서 임원급 역할을 하거나 창업할 수 있는 우수 직업인을 키우기 위해 10년 가까이 열심히 운영해왔는데, 우리가 특성화고를 황폐화시켰다고 하니 참 답답하다"고 했다.

현 정부는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을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만, 마이스터고를 특성화고로 전환하자는 주장에 대해선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절차는 추진하고 있지만, 마이스터고는 아직 검토한 적이 없다"고 했다. 다른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도 마이스터고로 지정해달라는 학교 측 신청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면서 "고졸 취업 분위기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마이스터고를 확대해야 하는데, 엉뚱하게도 이를 없애자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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