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수 편중 다양성 역행
문과2·이과 10개반 비대칭 편성
자연계열 국영수 57% 달하는데
교육과정 다양성 항목 만점 받아
‘의대 입시 사관학교’ 전락
김승환 교육감 “275명 의대 간다”
상산고 “사실 아냐” 반박했지만
실적 부풀린 게시판이 논란 뿌려
전북 자율형사립고 교내 게시판에 공개된 `2019년 대학 입학 현황'.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전북의 전국 단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상산고가 재지정 평가 탈락에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이른바 ‘의대 입시 사관학교’로 불리는 이 학교의 교육과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입시 위주의 획일화된 교육 과정을 탈피하고 교육 다양성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자사고가 설립됐고 ‘학생 선발권’이라는 막강한 특혜를 부여했는데 애초 취지와 달리 이과생 중심에 국영수 일변도의 교과 운영이 중심이기 때문이다. “상산고 출신 졸업생들이 의대로 진학을 많이 한다”는 사실은 지난달 26일 국회에 출석한 김승환 전북교육감 발언으로 알려졌다. 김 교육감은 “상산고 한 학년이 360명인데 재수생 포함해 275명이 의대로 간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말해 논란에 불이 붙었다. 다음날 상산고는 “김 교육감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올해 치·의대와 한의대 등 의과 계열로 진학한 학생은 70여명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275명이라는 숫자는 어떻게 나왔을까? 논란이 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는 상산고 교내 게시판 사진이 올라왔다. ‘2019년 대입 합격자’ 현황을 게시한 것인데, 서울대 합격자 수 40명을 비롯해 주요 대학 합격자 수와 함께 의예과 208명, 치·한의예과 67명이 별도로 명시돼 있다. 김 교육감은 이를 근거로 275명이 의대에 입학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산고 발표대로라면, 중복 합격자와 재수생 등을 포함해 의대·한의대 입학생 수를 최대한 부풀려 학교 홍보를 해온 사실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은 “진학 실적에 대한 경쟁 심리로 중복 합격자와 재수생, 삼수생이 의대에 들어간 실적까지 함께 집계한 것”이라며 “상산고는 수능 중심으로 학생들을 교육해 의대에 진학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의대 입시 사관학교’로 전락했고 국영수 위주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상산고가 재지정 평가에서 교육과정 다양성 관련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에 대해 문제 제기도 나온다. 상산고는 올해 재지정 평가에서 ‘다양한 선택과목 편성 운영’ 항목에서 5점 만점에 5점을, 기초교과 편성 비율에서도 5점 만점에 5점 만점을 받았다.
권혁선 전주고 교사는 2017학년도 상산고 입학생의 교육과정과 일반고 교육과정을 비교 분석했다. 권 교사 분석을 보면, 상산고 자연계열 기본 교육과정 181단위 가운데 국영수 비중은 103단위(자유선택 3단위 제외)로 56.9%에 이르렀다. 권 교사는 “일반고에서는 교육과정 다양성을 위한 지침으로 50% 이상 국영수를 편성하지 않는데, 상산고는 자사고라는 특권을 이용해 수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영수 중심의 입시 교육과정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산고는 다양한 교육과정으로 ‘고급수학’ ‘영어토론’을 제시하는데 이는 결국 영어와 수학”이라며 “상황이 이런데도 ‘교육과정 다양성’ 평가 항목에서 교육청이 높은 점수를 준 것은 부적절했다”고 평가했다. 권 교사는 특히 상산고 3학년은 일반고보다 수업 시수를 7~9단위 줄여 자습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수능·국영수 중심의 교육과정은 재지정 평가에 참여한 위원들의 지적사항에서도 확인된다.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공개한 상산고 평가위원들의 지적사항은 △이과반 10개-문과반 2개의 비대칭적인 구성을 하고 있고 △이과반의 경우 국영수 편성 비율이 50% 이상을 상회하며 △인성 및 진로교육 운영 형태와 내용 부실 등이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자사고에 학생 선발권이라는 특혜를 주는 만큼 대한민국 교육에 기여하는 정도를 제대로 평가해 옥석을 가려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상산고는 여전히 주입식 위주, 국영수 중심, 수능 중심의 교육으로 교육과정과 교수법의 다양성에 기여를 못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한겨레>기자들이 직접 보내는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동물 사랑? 애니멀피플을 빼놓곤 말할 수 없죠▶▶주말에도 당신과 함께, 한겨레 S-레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