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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세계 기술력·자금 빨아들이는 ‘인도 IT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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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젊은 IT인력 100만명 배출 / 빅데이터·AI 등 신기술 급성장 / 글로벌 기업들, 기술거점 옮겨와 / 日 손정의 “12조 이상 투자” 선언 / 인도 폭발력·향후 기업 전략 담아

#1. 지난 4월 ‘투자의 신’이라 불리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대표는 ‘인도판 우버’라 불리는 올라에 11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제안을 했으나 거절당했다. 올라 측은 소프트뱅크로부터 경영주도권을 지켜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소프트뱅크는 올라에 2014년 2억1000만달러를 투자했으며, 지난해 1월에는 90억달러를 투자해 지분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손 대표는 올라뿐 아니라 온라인 식료품 스타트업 그로퍼스, 전자상거래업체 플립카트 등 인도의 기업들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그는 “21세기는 인도의 것”이라며 2026년까지 12조원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2. IBM과 캡제미니는 인도에서만 10만명의 엔지니어를 고용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인도에 총 세 군데의 연구개발(R&D)센터를 설치했으며, 그중에서도 ‘삼성연구개발연구소 벵갈루루’는 삼성이 해외에 보유한 최대 규모의 R&D센터다.

세계일보

다케야리 유키오/정승욱/세종서적/1만6000원


넥스트 실리콘밸리/다케야리 유키오/정승욱/세종서적/1만6000원

세계의 기술력과 자금은 왜 인도로 집중되는 것일까. 단순히 미국 기업이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오프쇼어(offshore) 거점’이기 때문은 아니다. 인도 벵갈루루 소니 인디아 소프트웨어센터 사장으로 오래 근무한 다케야리 유키오는 저서 ‘넥스트 실리콘밸리’에서 세계 최고 기업들이 인도로 기술 거점 이동을 추진하는 이유와 국내 기업의 향후 전략을 제시한다.

저자는 “인도에 글로벌 전략거점이나 연구 발전거점을 두고 기업의 우수 인재와 자금이라는 리소스를 철저하게 투입한다”며 “인도의 고급 정보통신기술 인력과 더불어 인도에서 세계적 이노베이션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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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도는 급속한 기술 성장으로 전 세계를 상대로 1540억달러의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같은 파괴적인 신기술이 인도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매년 100만명에 달하는 젊은 고급 정보기술(IT) 인력이 배출되는 인도 IT업계는 이런 신기술 습득 속도도 매우 빠르다.

이런 급변화의 중심지가 ‘넥스트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남인도의 ‘벵갈루루’다. 벵갈루루의 글로벌 인하우스 센터가 전략거점으로 변모하면서 글로벌 기업은 물론 인도발 새로운 기업들이 잇달아 벵갈루루로 몰려들고 있다. ‘미래의 구글’, ‘미래의 아마존’이 인도에서 나온다는 예측은 이제 거의 확실해 보인다.

인도의 스타트업 수는 6년 사이 10배가 늘어났으며 인큐베이터와 액셀러레이터 또한 늘고 있다. 세계 최대 빅데이터 전문회사 ‘뮤 시그마’, 모바일 광고 네트워크 사업으로 세계로 나아가는 ‘인모비’ 등이 인도의 대표적인 스타트업으로 규모를 키우며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아마존과 월마트는 인도의 스타트업 기업인 ‘플립카트’를 두고 치열한 인수 싸움을 벌이기도 했으며, 인도 정부도 ‘스타트업 인디아’ 정책을 펼치며 지원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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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벵갈루루에 위치한 IT 서비스 기업 인포시스 본부 건물. 광활한 사무공간에서 엔지니어 약 2만명이 근무하고 있다. 본부를 방문한 사람은 골프 카트로 부지 내부를 안내받는다. 세종서적 제공


세계적 IT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노키아, 구글의 CEO는 모두 인도 사람이다. 사티아 나델라, 라지브 수리, 선다 피차이가 그들이다. 명문대학 비즈니스 스쿨 고위직에도 인도 사람이 많다. 특히 벵갈루루는 교육수준이 높고 항공우주·방위산업·바이오테크놀로지가 번성했으며 100만명이 넘는 IT 기술자를 보유하고 있다.

‘IT혁신’과 ‘글로벌 시프트’ 두 조류를 봤을 때 인도는 그야말로 그 중심에 있다. 흔히 인도는 중국의 10년 전이라고 말하지만, 인도는 중국과 전혀 다른 형태의 발전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인도가 지금까지 전례 없는 최첨단 IT를 갖춘 신흥국이기 때문이다.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의 혁신이 일어나는 ‘리버스 이노베이션’의 가능성이 있는 곳이 바로 인도인 것이다. 저자는 “회사 인프라가 갖춰진 실리콘밸리나 선진국에서 이러한 이노베이션을 일으키기는 어렵다”며 “인도에서 만들어진 이노베이션이 다른 신흥국에도 확산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한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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