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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사람들은 왜 아직도 복고 기술을 좋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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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레코드 판매 연 4억장, DVD플레이어 4백만대 넘어, 빈티지기기 "현실세계 탈출 느낌"

이코노믹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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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당신의 지하실에서 먼지에 덮여 있는 낡은 워크맨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액세서리가 될 지도 모른다. 복고 기술 시장이 다시 살아나 활기를 띠고 있다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지난 5월, 애플은 4년 만에 아이팟터치(iPod Touch, 애플의 MP3 플레이어) 7세대를 출시했다. 애플이 아이팟 터치를 계속 업데이트 하는 이유는 누군가 사는 사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데이터 추적 회사 스태티스타(Statista)의 자료에 따르면, 레코드판 판매는 지난 4년 동안 평균 4억 장을 기록하고 있고, DVD플레이어도 비록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2018년까지도 할리데이 쇼핑 시즌에 400만대가 꾸준히 판매하고 있다.

캠코더, 라디오, 시계 라디오, 탁상 전화, DVR 등 다른 고전 기기들도 여전히 판매되고 있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17년 현재 수백만 대의 고전 기기들이 여전히 미국 가정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새로운 제품들이 이러한 물건들을 필요 없게 만든 지 이미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계속해서 레코드판, 즉석 필름 카메라, 아이팟 터치를 구입하게 만드는 것일까?

오래된 기기들은 아직까지 건재한 이유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끊임없는 물결로부터 사람들을 잠시나마 벗어나게 해주기 때문이다.

IT 마켓 리서치 회사 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의 모바일 기기 프로그램 담당 부사장인 라이언 레이스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부터 벗어나길 원하지만 지신들이 원하는 것에는 계속 접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그런 사람들이 시장에서 복고 기술 제품의 공백을 채우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많은 빈티지 제품들이 강력한 숭배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예를 들어 아이팟 애호가들은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포럼에서 애플의 제품 업데이트 시기를 미리 예상하기까지 한다.

리서치 회사 IHS 마킷(HIS Markit)의 폴 가뇽 조사분석 담당 상무는 애플이 아이팟 마케팅에서 아이팟이 처음 나왔을 때 젊은층이었던 사람들을 타깃으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당시 젊은 소비자 기반을 구축하기 시작했는데, 그들이 나이가 들면서 회사가 만들 수 있는 더 비싼 상품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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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이 들어 있는 인스턴트 카메라도 십대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다. 바로 현상되는 필름이 들어있는 폴라로이드 같은 카메라를 만드는 후지필름은 판매가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에 끝난 2018 회계연도에, 이 회사는 전세계적으로 1000만 대 이상의 카메라와 스마트폰 프린터를 판매했다. 후지필름은 디지털 시대에 사진작가를 끌어들임으로써 세대간의 경계를 넘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향수도 복고 기술의 인기에 큰 역할을 한다. 사람들에게 어린 시절에 대한 위안을 주거나 특정한 시간과 장소를 상기시켜 준다.

텀블러(Tumblr)나 핀테레스트(Pinterest) 같은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에서는 빈티지 이미지에 수 천 회의 ‘좋아요’와 ‘공유하기’가 붙는다. 핀테레스트에는 일회용 카메라도 종종 등장한다.

디지털 예술 단체인 리좀(Rhizome)의 마이클 코너 예술감독은 "기업들이 새로운 기기를 판매하면서 낡은 기술은 폐기하는 추세를 보면, 어느 특정 기기는 특정 시대와 연관되어 있으며 그 시대를 반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빈티지 기기는 사람들이 여전히 현실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면서 기술을 즐길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그 반대 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현실 세계와 단절되는 느낌을 갖게 한다).

스마트폰이 각종 기능을 다 갖추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알람시계와 계산기를 구입한다.

IHS 마킷의 가뇽 상무는 "스마트폰은 스위스 군용 칼 같은 다목적 장비이지 전문 용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스마트폰이 그 모든 구형 기기들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지요. 하지만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있고, 스마트폰으로 그런 다양한 기능을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은 사람들도 있습니다(나이든 노인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레거시 제품은 항상 존재할 것입니다."

그리고 오래된 기계들의 예술성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텀블러의 ‘밈 라이브러리언’(meme librarian, 당대의 유행을 수집하는 사람)이자 콘텐츠 통찰력 및 사회성 판단 책임자인 아만다 브레넌은 “사람들은 오래된 물건들을 찾지만, 그 중에서도 여과되고 이상화된 것(filtered and idealized version)을 원한다”고 말했다.

"폴라로이드 사진은 흐릿해 보이고 레코드판 음질은 MP3나 스트리밍 음악의 근처도 못 따라가지만, 웬 지 모르게 활기차고 더 실제적인 것처럼 느껴지지요.”

홍석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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