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경찰청은 제주 현지 실사조사 결과를 취합해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다. 경찰청 진상조사팀은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 가량 현지에 팀원 5명을 내려보내 조사를 실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된 내용에 대한 법률 검토와 사실관계 확인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고 했다.
진상조사팀은 부실 수사 논란이 불거지자 고유정 사건을 수사해 온 제주 동부경찰서 형사과와 여성청소년과, 감식과 등 관련 부서를 조사했다. 고유정 사건 수사와 관련한 부실 수사의 쟁점은 △현장보존 미흡 △졸피뎀 미확보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 미확보 등이다.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가 지난 2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고유정의 과거 사진. 사진 속 고유정은 화장을 한 채 밝게 웃는 모습이다. 헤어밴드와 목걸이도 착용하고 있다./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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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진상조사팀은 현장보존과 관련해서 경찰이 사건 현장 주위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지 않고, 펜션 주인이 범행 현장 내부를 청소하도록 하는 등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1차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내부 정밀감식과 혈흔 검사가 끝났지만, 아직 수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혹시 모를 결정적 증거가 더 남아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펜션 주인이 영업 차질을 빚는다며 강하게 반발한데다 현장 보존 관련 규정이 모호해 펜션 주인을 강제로 막을 마땅한 방법이 없어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조사팀은 또 방 청소로 인해 증거가 사라지거나 수사에 차질을 빚은 점은 없다고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8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이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에서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범행 후 5월 27일 범행 장소 인근 클린하우스에 버린 종량제봉투 내용물을 찾기 위해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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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수사팀이 고유정의 주거지를 압수 수색할 당시 졸피뎀 관련 증거물을 확보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서는 법원이 발부한 영장의 압수수색 대상이 제한돼 한계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고유정의 주요 범행도구를 발견하고 자백까지 받아낸 상황에서 주거지를 샅샅이 수색할 필요성도 크지 않았던 것으로 봤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1일 고유정을 긴급체포할 당시 주거지 압수수색을 벌여 혈흔이 묻은 칼 등 범행 도구를 확보했지만, 졸피뎀 약봉지는 찾지 못했다.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은 계획범행 정황을 확인할 결정적 증거였지만, 경찰은 고유정의 파우치(작은 주머니)에서 졸피뎀 성분이 적힌 약봉지를 발견한 현 남편의 신고로 뒤늦게야 이를 확보했다.
지난 5월 22일 피의자 고유정이 제주시의 한 마트에서 흉기와 청소용품을 계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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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조사팀은 펜션 주변 CCTV를 사건 초기 확보하지 못한 문제에 대해서는 부실수사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실종 신고 초기 강력 범죄의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경찰이 CCTV 확인보다 실종자 수색에 주력한 것은 문제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CCTV를 확인하는 대신 강씨의 휴대전화가 꺼진 기지국 주변 일대를 수색한 것이 실종 수사의 기본이라는 입장이다.
경찰은 전 남편 강씨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이뤄진 5월 27일 사건 현장을 찾았지만, 인근에 설치된 CCTV 위치만을 확인했을 뿐 즉각 CCTV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 신고 3일째인 5월 29일이 돼서야 경찰은 강씨 남동생의 요청으로 펜션 인근 CCTV를 분석했다. 여기에서 고유정의 수상한 거동이 확인됐다. 이에 경찰이 좀 더 일찍 CCTV를 확인했더라면 시신의 훼손과 유기를 막을 수도 있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알려진 내용은 조사팀이 제주 현장에서 파악한 내용 중 일부이고 추후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바뀔 수도 있다"며 "면밀한 사실 확인 작업을 거치고 문제점에 대한 법률적인 검토도 거친 뒤 과연 경찰의 대응에 잘못이 있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 최종 보고서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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