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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바다에 오성홍기 버린 홍콩 시위대… 시위 현장서 한국인 1명 체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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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홍콩 송환법 폐지 시위대에 의해 3일(현지시간) 게양대에서 내려져 바다에 버려진 중국 오성홍기.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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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개정에 반대해 9주째 계속되고 있는 홍콩의 대규모 시위 현장에서 한국인 남성 한 명을 포함한 주말 시위 참가자 20여명이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끌어내려 바다에 내던지는 등 시위대의 반중 감정 표출도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시민들은 총파업을 이틀 앞둔 3일 몽콕(旺角)과 침사추이(尖沙咀) 일대 등에서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진행했다. 시위 중 홍콩 독립을 요구하는 깃발이나 성조기를 흔드는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몽콕 지역 시위 주최 측은 12만명 정도가 참여했다고 전했지만, 경찰은 4,200명 수준으로 집계했다.

당초 평화적인 가두행진으로 시작했던 이날 시위는 시위대가 허가된 경로 밖에서도 행진을 이어 가면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밤이 되자 일부 시민들은 침사추이 지역 경찰서를 에워싸고 벽돌과 유리병을 던지며 과잉진압에 항의했고, 곳곳에서 방화 시도가 벌어지기도 했다고 SCMP는 전했다. 이에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 수 발을 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오후에는 검은 복장에 마스크를 착용한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게양대에 걸려있던 오성홍기를 끌어내려 빅토리아 항구에 버리는 사건도 벌어졌다. 이들은 오성홍기에 검은색 페인트칠을 할 것인지 잠시 토론을 벌이다 경찰이 개입하기 전 바다에 던지기로 결정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후 자정쯤 친중파 주민 10여명이 새 중국 국기를 깃대에 올리는 게양식을 가졌다. 앞서 홍콩 시위대는 지난달 21일에도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 건물의 중국 국가 휘장에 검은색 페인트를 던져 중국 정부를 자극했다. 이튿날인 4일에도 시위가 이어지면서 반중국 정서 표출 행위가 잇따르자 결국 중련판 건물 바깥에 물대포가 처음 배치되기도 했다.

자국 국기가 또다시 훼손된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 언론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오성홍기를 훼손한 시위대를 “이성을 잃고 미쳐 날뛰는 일부 폭도”로 규정하며 “홍콩 경찰은 이런 폭력 행위를 일삼는 시위대에 단호하게 대처해 경찰의 권위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렁춘잉(梁振英) 전 홍콩 행정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오성홍기를 버린 시위대에 대한 검거 증거를 제공하는 주민에게 100만 홍콩달러를 제공하겠다며 ‘현상금’을 걸기도 했다.

한편, 주홍콩 한국총영사관 등에 따르면 4일 새벽 몽콕 지역에서 한국인 A씨가 불법시위 참가 혐의로 체포돼 현지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취업비자를 받아 식당에서 일하는 20대 남성으로,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 현장에서 한국인이 체포된 것은 처음이다. 주홍콩 한국총영사관 관계자는 “현지 경찰은 A씨가 단순히 시위를 지켜봤는지, 아니면 시위에 적극 참여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며 “홍콩 경찰에 사실관계에 기초해 공정한 수사를 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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