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참여 직원들 집단병가…지하철·버스 운행 차질 빚을듯
캐리 람 장관 "홍콩 번영과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 긴급 기자회견
‘범죄인 중국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이 5일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항공기가 대규모로 결항되고 지하철, 버스 운행이 단축되면서 홍콩의 도시 기능이 마비될 위기에 처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시위대를 향해 경고했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홍콩 공항당국은 국제공항 활주로 2곳 중 한 곳만 운영한다고 밝혔다. 민항처 항공교통관리부 항공 관제사 20여명이 총파업 참여를 위해 집단으로 병가를 내면서 운영 인력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SCMP는 "홍콩 국적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과, 홍콩항공(Hong Kong Airlines), 그리도 이들 항공사를 이용하는 여행객들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했다.
캐리 람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시위대를 향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며 경고했다. 캐리 람 장관은 송환법을 강행 처리하려다 시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해 추진하지 않았다. 하지만 홍콩이 이후 친중, 반중 시위대로 나뉘어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이자 예정에 없었던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발언한 것이다.
그는 "홍콩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였지만, 일련의 폭력 행위로 인해 홍콩이 위험에 처하게 됐다"며 "(시위대 중) 어떤 사람들은 폭력적인 수단을 쓰고 다른 이들의 자유를 무시한다. (시위대는)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홍콩에서는 범죄인 중국 인도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아침 출근 시간대에 지하철 출입문을 막아서며 운행을 방해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며 홍콩의 한 지하철역 승차장이 승객들로 빼곡한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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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1000편 이상의 민간 항공기가 국제공항에 이착륙할 예정이었고 이 중 511편은 출발편이었다. 한 항공사 승무원은 SCMP에 "항공사들이 항공편 운항이 지연되고 결항도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해 직원들을 대기시켜둔 상태"라고 말했다.
홍콩 일간 명보(明報)도 민항처 항공교통관리부를 인용해 관제사를 포함한 직원 3분의 1이 총파업에 호응해 병가를 냈다고 전했다. 명보는 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능력이 68편에서 34편으로 줄어들었고 활주로는 6일 오전 6시까지 2곳 중 한 곳만 운영될 것이라고 했다. 민항처 측은 "공항 운영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승객들은 공항에 나가기 전 항공편을 확인하라"고 했다.
반송환법 시위 주최 측은 오전 7시30분부터 위엔룽역 등 4개 지하철 MTR 역사에서 비협조 전술이 시작된다고 예고했다. 시민들이 MTR을 타고 센트럴, 침사추이, 몽콕 등 도심지역으로 출퇴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홍콩 철도노조연맹과 MTR노조는 조합원들에게 총파업 참여를 요청하지 않이라고 선을 그었다. SCMP는 "홍콩 버스 운행도 축소되거나 멈출 것으로 보인다"며 "홍콩 버스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버스 운전사 상당수가 이날 병가를 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시위 주최 측을 인용해 금융, 항공, 식음료 등 20개 이상 분야에서 홍콩 시민 50만명 이상이 총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홍콩 노총 위원장인 캐롤 응은 "이번 파업은 전도시적인 파업"이라면서 "지난 6월9일 시위에 100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파업 참가 인원이 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SCMP는 시위 주최 측이 행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홍콩 공무원들에 총파업 동참을 호소하고 있으며 행정부 청사가 위치한 7곳에서 ‘파업(work stoppages)’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시위 주최 측이 항만 터널 봉쇄와 버스 정류장 포위 등도 예고했다고 했다.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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