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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징용 피해자 이춘식 옹, 日 수출규제에 고통스러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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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2018년 10월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후 눈물을 흘리는 이춘식 옹. /뉴시스


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징용피해 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 확정판결을 받아낸 이춘식(95) 옹이 이를 빌미로 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13일 이 소송 원고 측 대리인인 김세은 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나 때문에 (한국의)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게 돼 (마음에) 부담을 느낀다"는 심경을 이 옹이 피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 변호사는 "소송에서 이겨서 얻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려고 할 뿐인데, (일본 정부의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로) 이 할아버지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이 옹은 일제 강점기였던 1941년 '근로보국대'로 강제 동원돼 일본제철이 이와테(岩手)현에서 운영하던 가마이시(釜石) 제철소 노동자로 노역을 했다. 1945년 일본 패망 후 귀국한 이 옹은 2005년 다른 강제 동원 피해자 3명과 함께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작년 10월 한국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 옹은 소송을 제기한 원고 4명 중 유일한 생존자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 문제가 모두 해결된 만큼 이 판결은 국제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피고인 일본제철의 판결 이행을 막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또 대법원 판결에 한국 정부가 대응하지 않는 것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지난달부터 한국 기업의 일본 시장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소재 등 주요 품목의 수출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김 변호사의 언급은 이 옹이 이런 상황이 조성된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면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김 변호사는 교도통신에 "원고들은 징용 문제 전체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이 할아버지는 최근 ‘내가 살아있는 동안 해결돼 배상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고 했다.

한편 김 변호사는 지난 10일 ‘야스쿠니 반대 도쿄 촛불행동’ 주최로 도쿄 재일본 한국 YMCA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대법원 판결은 일본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을 제대로 얘기해 해결의 기회로 삼자는 것"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또 "일본은 ‘한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라고 하는데, 지금 목소리를 내는 쪽은 한국 정부가 아니라 과거에 고통받고 지금은 늙은 사람들"이라며 "국가 간 약속 때문에 피해자 개인이 어떤 주장도 못 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라고 했다.

[심영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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