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1990년 강도예비로 1심서 ‘징역 1년6월’
2심 재판부 "형 무겁다"며 집행유예 선고
이춘재 석방 후 7개월만에 ‘화성 연쇄살인 사건’ 9차
1994년 ‘청주 처제 살인사건’ 때도 사형→무기징역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56)가 1990년 이후 강도예비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유전자(DNA) 감식 결과, 이춘재의 DNA와 피해자의 증거품이 일치한 화성연쇄살인사건 9차 사건(1990년 11월)은 그가 출소하고 7개월 만에 발생했다. 피해자는 당시 14세였다.

1994년 충북 청주 처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이춘재가 구속되기 전 경찰서에 붙잡혀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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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의 강도예비·폭력 사건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이춘재는 1989년 9월 26일 오전 12시 55분쯤 흉기와 면장갑 한 켤레를 휴대한 채 수원시 권선구의 한 집에 대문을 통해 침입했다. 집 안을 살피던 이춘재를 피해자가 발견했다. 이 사건은 이춘재의 DNA와 증거품이 일치한 화성 연쇄살인 사건 7차(1988년 9월) 사건 후 약 1년 뒤에 일어났다.

1심 재판부는 1990년 2월 이춘재에 대해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다만 선고 전의 구금일수 중 130일을 형에 산입(算入)했다. 이 형이 확정됐다면 이춘재는 1991년 4월에야 풀려났다.

이춘재는 즉각 항소했다. 그는 "모르는 청년으로부터 구타를 당한 후 그를 쫓다가 피해자의 집에 들어가게 된 것일 뿐 금품을 빼앗기 위해 흉기를 휴대한 채 피해자의 집에 침입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2개월 뒤 열린 2심 재판부는 이춘재에 대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원심이 판시한 피고인의 범죄사실은 이를 인정하기에 넉넉하나 그에 대해 원심이 선고한 형량은 이 사건에 나타난 모든 양형 조건들에 비춰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인정된다"며 "피고인의 항소는 이 점에 있어서는 이유있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결과에 따라 이춘재는 곧바로 풀려났다. 구금된지 201일 만이었다.

1990년 11월 9차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한 화성군 태안읍 사건현장 부근에서 탐문수사하는 경찰. 이 사건 피해자의 속옷에서 검출된 이춘재(56)의 DNA가 33년 만에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특정하는 결정적 증거가 됐다. /조선DB

최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증거품에서 이춘재의 DNA가 검출됐다고 확인한 화성 연쇄 살인사건 9차 사건은 1990년 11월 15일 발생했다. 이춘재가 풀려나고 7개월여 뒤다. 10차 사건은 다음해 1991년 4월 3일 발생했다.

이후 1992년 이춘재는 결혼을 했고, 자녀를 낳았다. 하지만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한 아내는 1993년 집을 떠났다. 이춘재는 이듬해 1월 충북 청주에서 처제(당시 19세)를 성폭행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

이춘재는 피해자 혈흔 등의 증거가 나온 뒤에도 "경찰의 강압적 수사에 의해 허위 자백했다"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1994년 1심과 2심 재판부는 이춘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춘재는 상고했다. 대법원은 결국 "살인 범행을 사전에 계획한 것으로 볼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며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했고,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이춘재는 1995년부터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최근 경찰은 전담 수사팀을 꾸려 지난 25일까지 총 5차례 면담 조사를 실시했다. 이춘재는 화성 연쇄 살인사건과 관련된 혐의를 모두 전면 부인하고 있다.

[권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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