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는 6일 전체회의를 열고 SK텔레콤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기업결합,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심사한 뒤 8일 중으로 최종 허가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공정위가 이 두 건에 대한 심사를 최종 허가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각각 24%, 25%로 올라선다. KT가 점유율 31%로 독주하던 유료방송 시장에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다. 현재 두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14%, 12%에 불과하다.
KT 광화문 사옥 전경. /K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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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KT의 경우 ‘유료방송 합산규제’에 발이 묶여 경쟁사처럼 케이블TV 인수를 추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란 1개 사업자가 위성방송, 케이블TV, IPTV를 합친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33%)을 확보하지 못하게 한 제도다. 사실상 KT의 시장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다.
KT의 경우 딜라이브 등 다른 유료방송 기업을 인수하면 점유율 33%를 넘게 돼 합산규제 영향을 받는다. 이에 KT는 케이블TV 업계 3위 기업인 딜라이브의 인수를 추진했지만, 국회에서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1년 넘게 이어지며 인수 논의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진출하며 미디어 업계의 핵으로 떠오른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에서도 대응하기 마땅치 않다.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 아직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지상파 3사는 이미 SK텔레콤과 손을 잡았다. 협력 파트너로 거론되던 케이블 콘텐츠 강자인 CJ ENM(035760)도 현재 JTBC와 협력해 새로운 OTT 서비스를 준비 중으로, KT가 중간에 끼어들기가 여의치 않다.
이에 KT가 선택한 방향은 IPTV 서비스의 OTT화다. 홈 미디어에 최적화된 IPTV 서비스를 OTT와 같이 개인화 추천 등 편리한 서비스로 맞춤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KT는 서울 종로구 KT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AI를 기반으로 개인화된 IPTV 3대 혁신 서비스를 발표했다.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이 4일 기자간담회에서 색다른 나만의 TV ‘슈퍼 VR tv’와 초소형 무선 셋톱박스 ‘UHD 4’를 소개하며, “KT는 지속적인 IPTV 혁신을 통해 고객 가치를 확장하고 파트너들과 함께 동반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KT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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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은 "최근 경쟁사들이 케이블TV를 인수하고 있는데 KT는 뭘 하고 있는지 주변에서 의문들이 많다"며 "유료방송 시장의 포화로 경쟁사들이 M&A에 집중할 때 KT는 1인 가구의 증가 등을 보고 개인화에 초점을 맞춘 IPTV로 새로운 기회를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KT가 발표한 서비스는 △초소형 무선 셋톱박스 ‘올레 tv UHD Ⅳ(UHD 4)’ △나를 위한 콘텐츠 추천 ‘AI 큐레이션’ △IPTV를 VR(가상현실)로 구현한 ‘슈퍼 VR tv’다.
오는 20일 출시 예정인 UHD 4는 손난로 정도 크기의 초소형 무선 셋톱박스(5x8x23mm)를 통해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난 IPTV를 서비스한다는 목표다. 대기전력 소모도 기존 셋톱박스의 절반 수준으로, 연간 가계 전기요금을 최대 3만원까지 줄일 수 있다. 인터넷 선은 물론 전원 선도 필요 없다. 기가 와이파이만 있으면 집 안 어디든 내가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이동해 설치할 수 있다.
KT 홍보 모델들이 ‘슈퍼 VR tv’, ‘UHD 4’, ‘AI 큐레이션’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K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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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KT는 TV 이용 행태가 ‘가족’에서 ‘개인’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 이를 반영한 개인별 AI 추천 서비스를 도입한다. 올레tv의 ‘AI 큐레이션’은 1개의 IPTV에 최대 4개의 계정을 제공해 구성원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집’ 계정을 기본으로 두고, 개인별 계정을 3개까지 추가할 수 있다.
우리집 계정은 가족 모두의 시청이력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추천하고, 개인별 계정은 각자의 시청이력을 분석해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 KT는 AI 큐레이션을 제공하기 위해 올레 tv 820만 가입자의 VOD(주문형 비디오)시청이력뿐만 아니라 실시간 채널, 모바일 시청이력까지 딥러닝했다.
송재호 KT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장은 "이미 많은 미디어 플랫폼이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올레tv를 살펴보면 시청 행태의 90%가 VOD가 아닌 실시간 채널"이라며 "올레tv는 820만이라는 국내 최대 미디어 고객 빅데이터를 가지고 있어, 어떤 플랫폼보다 정확한 큐레이션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송재호 KT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장(전무)이 초소형 무선 셋톱박스 ‘UHD 4’를 소개하고 있다. /K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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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큐레이션은 UHD와 기가지니 셋톱박스에서 오는 12일 상용화할 예정이다. 다른 셋톱박스는 기종별로 순차 적용된다. 향후에는 홈쇼핑이나 광고 시청이력까지 데이터 분석 범위를 확대해 맞춤형 콘텐츠 추천을 보다 정교화할 계획이다.
슈퍼 VR tv는 180인치 와이드맥스 스크린에서 21만여편의 VOD는 물론 올레 tv의 270여개 실시간 채널을 실제 영화관에서 보는 것처럼 즐길 수 있다는 게 KT 측 설명이다. 화질 손실 없이 4K UHD 영상 품질을 VR로 그대로 유지하는 등 기술적 측면에 총력을 기울였다.
올레tv의 실시간 채널과 VOD는 물론 게임∙스포츠 등 3000여편의 VR 전용 콘텐츠까지 월 9900원에 즐길 수 있다. KT 인터넷, 올레 tv, 올레 tv 복수단말 신규 가입자에게는 슈퍼 VR 기기를 무료로 제공한다.
구 사장은 "그동안 KT 미디어 사업이 콘텐츠를 단순한 유통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앞으로 IPTV 플랫폼의 경쟁력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콘텐츠 제작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탁 기자(kt8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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