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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트럼프, 불쑥 50억달러 제시… 근거 찾느라 실무진 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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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우버처럼 美폭격기 요금 받겠다는 것" 당국자들 인용 보도

美외교협회장 "거부당하기 위한 요구… 미군철수 구실 찾는 것"

한국 범여권 의원 47명 "트럼프의 허풍, '갈테면 가라'고 맞서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미국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5배 증액(增額)'을 밀어붙이면서 '동맹의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미 조야(朝野)에서 커지고 있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주한미군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과도한 요구"라는 반발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 CNN 방송은 14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으로 갑자기 50억달러(약 5조8300억원)를 제시했고 이후 미국 당국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금액을 정당화할 근거를 찾느라 괴로워했다고 보도했다. 전례 없는 규모의 이번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가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CNN은 이날 미 의회 보좌관과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올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 요구 금액을 50억달러로 올렸고 이후 국무부와 국방부 당국자들이 47억달러(약 5조4800억원)로 내리도록 설득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한 보좌관은 "대통령이 이 숫자를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르겠다"며 "국무부와 국방부 당국자들이 트럼프가 원하는 숫자를 정당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 당국자들이 트럼프의 가격표에 맞추기 위해 주한 미군 기지의 오물 처리 비용까지 분담금에 포함하고 있으며, 한반도에 영구 주둔하지 않고 순환하는 부대 비용도 한국 부담으로 돌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군 폭격기가 한반도에 무력 과시를 위해 들르면 그 여행 비용을 우버 기사처럼 (한국에) 청구하겠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CNN은 이러한 대폭 인상 요구가 미 국방부 당국자를 좌절시켰고 공화당 및 민주당 의원들도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의회 관계자를 인용해 "전문 관료들과 군인들은 (트럼프의 요구에) 제정신이 아닌 상황이지만 트럼프가 군 통수권자"라고 했다. 에드워드 마키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 소위 민주당 간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괴롭다"면서 "만약 한국이 미국이 없는 게 더 낫다고 결정한다면, 60년에 걸쳐 유지된 이 지역의 평화, 안정, 법치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트위터에서 "한국이 500%를 더 지불하라는 요구는 거부당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며 "트럼프는 아마도 미군 철수 구실을 찾고 있을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그 결과는 엄청난 전쟁 가능성과 일본의 핵무장"이라며 "이는 엄청난 규모의 전략적 무모함"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과정에서 수차례 "왜 주둔비의 100%를 받을 수 없느냐"며 주한 미군 등 해외 주둔 미군을 철수시키고 싶다고 했다.

범여권 소속 의원들은 이날 미국의 방위비 압박에 "트럼프 행정부의 블러핑(허풍)이 도를 넘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송영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의원 47명은 "분담금을 5배 증액하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뉘앙스의 언급과 보도는 심각한 협박"이라며 "미국은 협정의 근간이 되는 주한미군 숫자조차 한국 정부에 통보하지 않은 채 증액을 주장한다. 50억달러 증액을 요구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주둔 비용 총액부터 명확히 밝히라"고 했다. 이들은 "주한미군은 미국의 중국·러시아 견제를 위한 전초기지로,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도 존재한다"며 "미국에 주한미군은 반드시 필요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트윗'으로 철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이미 분담금을 충분히 부담하고 있다"며 "(주한 미군은) '갈 테면 가라'는 자세로 자주 국방 태세를 확립해야 트럼프 행정부의 협박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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