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7)가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한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의 피해자 유가족이라고 밝힌 시민이 "경찰은 이춘재보다 더한 범죄자들"이라며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냈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 이춘재 사건 수사본부는 1989년 발생한 '화성 초등학생 실종 사건' 피해자 김모(당시 8세)양의 유골 발견을 은폐한 혐의로 지난달 당시 화성경찰서 형사계장과 형사 1명을 사체 은닉·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했다.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경찰이 은폐한 30년, 이춘재 화성 초등생 살인사건의 진실을 밝혀 주세요’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자신을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의 피해자 김양의 오빠라고 소개했다.

청원 글에 따르면, 김양의 유가족은 이춘재(56)가 화성 연쇄살인 사건뿐만 아니라 경기 화성군(화성시) 일대에서 발생한 ‘부녀자 성폭행 살인사건’의 소행이 모두 자신의 짓이라고 자백한 지난해 10월 김양이 30년 전 이미 살해됐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춘재의 자백으로 (동생 김양이) 어디에선가 살아있을 것이라는, 처음부터 불가능했던 저희 가족의 희망은 여지없이 사라져 버렸다"며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 충격으로 몸져 누웠고 지금까지도 하염없이 울기만 한다"고 했다.

청원인은 "최근 경찰이 30년 전 이춘재가 살해한 제 동생의 시신과 옷가지를 발견하고도 손수 삽으로 묻어 은폐하고, 나아가 단순 실종된 것처럼 아버지와 사촌 언니의 진술조서까지 허위로 작성한 후 막도장과 지문을 찍는 등 수사기록을 조작해 30년이 지나도록 이를 은폐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고 했다. 이어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경찰이 동생을 실종 처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허위 조서를 꾸몄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면수심의 범행을 저지른 이춘재는 마땅히 그에 합당한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이춘재만큼이나, 아니 이춘재보다 더욱 당시 경찰에게 분노를 느낀다"며 "그들은 연쇄살인마 이춘재의 공범이자 이춘재보다 더한 범죄자들로 반드시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했다.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경찰이 은폐한 30년, 이춘재 화성 초등생 살인 사건의 진실을 밝혀주세요’란 제목의 청원 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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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은 1989년 7월 7일 오후 1시 10분쯤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김양이 방과 후 집에서 600m 떨어진 곳까지 친구와 오다가 헤어진 뒤 돌연 실종된 사건이다.
약 5개월 만인 12월 21일 태안읍 병점5리 야산에서 김양의 옷가지, 책가방 등 유류품 10여 점이 발견됐지만 당시 수사 경찰은 유류품 발견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경찰은 김양 가족의 두 차례 수사 요청도 묵살하고 실종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입건자는 모두 공소시효가 소멸돼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이에 대해 청원인은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범죄 은폐 행위 역시 살인죄와 같은 반인륜적 행위로서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이 청원글은 이날 오후 9시 현재 약 500여명이 동의했다.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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