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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앙골라 최대 여성갑부 비결은…‘대통령 아빠 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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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골라 전 대통령 이사벨 두스산투스

아버지 권력 등에 업고 각종 특혜 받아

석유·통신·다이아몬드 등 문어발 부 추적

20억달러 축재 런던에서 호화생활 지속

앙골라 정부, 자산 동결하고 부패 수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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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가장 부유한 여인은 아버지의 권력을 등에 업고 조국의 부를 착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자산 20억달러(약 2조3천억원)로 평가되는 이사벨 두스산투스(47)는 아버지인 조제 에두아르루 두스산투스 전 앙골라 대통령 재직 때 국영 석유·다이아몬드·통신·토지 회사들로부터 맺은 특혜성 계약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최근 70만 건의 관련 자료 폭로로 밝혀졌다. 영국 <가디언> 및 포르투갈 <익스프레소> 등 37개 언론사는 19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아프리카의 내부고발자 모임인 ‘내부고발자 보호 플랫폼’이 획득한 이사벨의 기업제국과 관련된 자료를 토대로 이런 사실들을 보도했다.

이사벨은 아버지가 38년간 앙골라 대통령의 재직 끝에 2017년 9월에 퇴임하자 현 정부로부터 부정부패 혐의를 수사를 받으며 앙골라 내의 자산이 동결당했다. 하지만, 현재 그는 영국으로 국적을 바꾸고 여전히 각종 사업체를 소유한 채 런던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탐사보도를 보면, 이사벨은 지난 2016년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낭굴의 최고경영자에서 물러날 때 측근이 운영하는 두바이 소재의 컨설팅회사 ‘매터 비지니스 솔루션스’에 불투명하게 일감을 몰아주는 형식으로 5800만달러를 착복했다. 이사벨이 퇴임하는 날 매터는 소낭굴에 50건의 청구서를 보냈고, 그는 퇴임 뒤 몇시간 만에 이를 승인했다.

또, 이사벨 재산의 대부분은 포르투갈의 에너지 회사 갈프의 소유권에 바탕을 두는데, 이사벨 소유의 한 회사가 지난 2006년 소낭굴로부터 갈프의 지분을 매입했다. 갈프 매입 때 구매액의 15%만이 먼저 지불됐고, 나머지 금액 7천만달러는 소낭굴로부터 저리 융자를 받았다. 이사벨 쪽은 이사벨의 아버지가 대통령에서 물러난 2017년에야 융자금을 상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소낭굴 쪽은 그동안의 이자 1천만달러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이사벨의 갈프 지분 평가액은 8억3223만달러이다.

앙골라의 다이아몬드 자원도 이사벨의 착취 대상이었다. 이사벨의 남편 신디카 도콜루는 지난 2012년 앙골라 국영 다이아몬드 회사 소디암과 50대50 지분으로 스위스의 보석회사 ‘드그리소고노’를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소디암은 도콜루에게 사업동반비 및 중계료로 8450만달러를 지불해, 도콜루는 사실상 공짜로 이 회사 지분을 인수했다. 또, 소디암이 드그리소고노를 인수한 자금은 이사벨이 최대주주인 사설은행으로부터 9%의 고리로 빌렸고, 이는 대통령령에 의해 보증받았다. 이 계약으로 소디암은 2억달러 이상을 손해본 것으로 추산된다.

도콜루는 또 장인인 대통령으로부터 앙골라의 다이아몬드 원석을 구매할 권리도 받았다. 앙골라 정부는 다이아몬드가 헐값으로 팔려나가, 모두 10억달러 가량의 손실을 봤다고 평가한다.

이사벨은 노른자위 땅도 헐값으로 분양받았다. 9600만달러로 평가된 앙골라 수도 루안다의 노른자위 바닷가 해변 1㎢를 이사벨의 회사가 계약금으로 5%만 주고 나머지 금액은 개발자금으로 투여한다는 조건으로 인수했다. 대통령령에 의해 가능한 일이었다. 이사벨 회사 쪽의 개발계획으로 이 땅에 살고 있던 500가구는 루안다 밖으로 강제로 이주당했다.

이사벨은 또 최대 국영이동통신회사 유니텔의 지분 25%를 구매해, 현재까지 10억달러의 배당금을 받았고, 지분 평가액도 10억달러에 달한다. 유니텔은 이사벨에게 3억9천만달러를 융자해줘, 유니텔 인터내셔널 홀딩스라는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도록 해줬다.

이사벨이 관여된 대부분의 특혜성 계약은 국제적인 회계법인인 프라이스워터스쿠퍼스가 회계감사를 맡았다. 프라이스워터스쿠퍼스 쪽은 이사벨의 특혜성 계약과 사업이 문제되자 “매우 중대하고 우려스러운 혐의”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사벨은 자신에 대한 혐의는 전적으로 잘못됐으며, 앙골라 현 정부의 정치적 동기가 있는 마녀 사냥일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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