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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사재기와 매점매석

사재기에 폭리까지... 유통업계 덮친 ‘마스크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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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에 마스크 수요 급증... "이틀간 1년 치 물량 팔려"
가격 후려치기에 생산 중단설까지… 소비자 불안감 증폭

조선비즈

우한 폐렴으로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면서 유통업계가 혼란에 휩싸였다./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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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마스크 대란'이 불거지고 있다.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찾는 이들이 급증하자 일부 판매자들이 마스크를 사재기하고 가격을 올리면서 마스크를 제값에 구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마스크 가격 후려치기'를 엄벌해달라는 청원이 등장했다. 마스크 대란이 우한 폐렴에 대한 공포감을 더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 마스크 품귀에 폭리 노리는 얌체 판매자 등장

국내 우한 폐렴 확진자가 발생한 23일 이후 유통업계의 마스크 판매가 급증했다. 지난달 21~27일까지 G마켓에서는 마스크와 손 소독제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각각 50배, 70배가 올랐다. CU 편의점에서는 한 달 사이 마스크 매출이 10.4배, 손 세정제는 2.2배가 증가했다. 일부 약국, 편의점, H&B(헬스앤뷰티)스토어에서는 마스크와 손 소독제 재고가 소진됐다.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이마트는 지난달 31일 일부 점포에서 1인당 마스크 구매 수량을 2~10개로 제한했다. 이마트 창고형 매장인 트레이더스에서도 1인당 한 상자만 구매하도록 했다. 편의점 GS25는 가맹점의 마스크 발주 수량을 평소의 50% 수준으로 제한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현재 5~7일분의 판매 물량을 확보한 상황"이라며 "입지에 따라 편차가 있어 사람이 많이 몰리는 매장을 제외하고는 마스크 판매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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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낀 시민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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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을 틈타 마스크 가격을 수십 배 올려 폭리를 취하는 판매자도 등장했다.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기존에 3만9000원대에 팔던 KF94 마스크 60매를 27만원, 18만원에 판매하는 업자가 등장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가격을 높이기 위해 구매자에게 '품절'을 이유로 판매를 거부하고, 다시 제품 가격을 높여 파는 얌체 판매자도 나왔다.

국내 업체 웰킵스의 KF94 마스크도 한 쇼핑몰에서 25개들이 제품의 가격이 하루 만에 1만7360원에서 6만3750원으로 4배 가까이 뛰었다. 이에 박종한 웰킵스 대표는 공문을 내고 "우한 사태 이후 공급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 악덕 재판매 사업자에게 구매하지 말고 대형 유통사나 본사 직영 쇼핑몰을 통해 구매해 달라"고 당부했다.

상황이 이렇자 이커머스 업체들은 판매자들의 폭리를 감시하고 나섰다. 쿠팡은 비정상적으로 가격을 올려 폭리를 취하는 판매자들을 모니터링해 평소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도록 경고하고 있다. 위메프도 품절 처리한 주문에 대해 환불 및 품절 보상액을 지급하는 한편, 판매자가 고의로 구매 취소를 유도하거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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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30일, 31일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된 한 마스크의 가격. 같은 제품이지만 가격 차가 크다./독자 제공



정부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으로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이런 행위를 엄단하기로 했다. 폭리를 목적으로 물품을 사재기하거나 팔지 않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예정이다.

◇ 재고 소진에 생산 중단설까지... 소비자 불안감 확산

마스크 업체들도 공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메디마스크'를 생산 판매하는 국제약품은 공장을 24시간 가동해 180만 장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5배가 넘는 주문이 들어와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 위탁 생산 방식으로 '더스논' 마스크를 판매 중인 동아제약은 지난달 28일과 29일 이틀간 1년 치 물량이 다 팔렸다. 에티카의 마스크도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모두 동났다. 회사 측은 "국내 제조사와 협의해 2월 중 마스크를 입고할 수 있도록 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중국이 필터 등 부자재 수출을 금지하고, 국내 자재를 싹쓸이해가 일주일 뒤면 국내에서 마스크 생산이 불가능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일부 영세업체의 상황이 와전된 것으로, 대부분 업체는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에는 154개의 크고 작은 마스크 제조 업체가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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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으로 풀 가동 중인 고양시의 한 마스크 공장./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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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넥스 마스크’를 생산·판매하는 유한킴벌리는 "보건용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 위생용품의 판매량이 급증하긴 했지만, 공장을 풀 가동해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쓰리엠도 국내와 해외 공장을 활용해 최대한 마스크를 공급 중이라고 밝혔다.

한 마스크 업체 관계자는 "비상식적인 개인 판매자들이 시장에 뛰어들어 폭리를 취하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면서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며 "관련 업체들은 공급가격의 변동 없이 생산 라인을 풀 가동해 공급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한 후 마스크 대란은 세계적인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중국에선 공급가의 10배가 넘는 가격에 마스크를 판매한 약국이 적발돼 300만 위안(약 5억원)의 과태료가 부과됐고, 유명 브랜드 3M 마스크를 위조한 짝퉁 마스크를 판매한 이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만 정부도 사재기 공포가 일자 자국에서 생산하는 마스크 전량을 정부가 사들여 국민들에게 유상 배포하기로 했다.

김은영 기자(key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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