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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이명박 재단, 황희두 與선대위장 고발… "신천지 영상 악의적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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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출신 황희두, "이명박 '신천지 발전 약속' 증거 떴다"며 영상 틀어
이명박재단 "2007년 대선 경선 '새만금 발전' 영상을 악의적 편집… 삭제·사과해야"
黃 "공익적 목적으로 기존 영상 다룬 것… 신천지와 무관하면 MB가 직접 고소해야"

이명박재단은 19일 더불어민주당 황희두 공동선대위원장을 정보통신망법의 허위사실 유포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황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한 방송을 통해 이 전 대통령과 신천지의 연관설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프로게이머 출신 유튜버인 황씨는 작년 11월 민주당 총선기획단 위원으로 영입됐고 최근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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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두(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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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재단에 따르면 황씨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 전 대통령이 "세계가 부러워하는 신천지를 만들겠다"고 연설하는 동영상을 틀면서 이 전 대통령과 신천지의 연관설을 제기했다. 황씨가 튼 영상에서 이 전 대통령은 체육관 연단에 올라 "(앞부분 생략됨) 국가 사업으로 만들어 세계가 부러워하는 신천지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외친다. 이어 환호하는 군중들을 카메라가 비추는 장면에는 '열광하는 신천지예수교 신도들'이라는 자막이 달렸다. 황씨는 이 영상을 전체 9분여의 동영상에서 두 차례 틀었다.

황씨는 문제의 유튜브 영상 제목에 '미래통합당 '이만희 고소'가 안 먹힌 이유 - 이명박 "신천지 발전 약속" 증거 떴다!!ㄷㄷ' 라고 달고, 이어서 '#신천지' '#이만희' '#이명박' 등의 검색 태그도 달았다. 또 황씨는 영상 소개 글에서 "과거 2007년 이명박 MB가 '세계적인 신천지를 만들겠다'라고 발언한 게 공개되어 논란"이라고 했다. 황씨는 미래통합당과 신천지의 연루설을 주장하기 위해서 이 전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황씨는 이 유튜브 영상 전반부에서 통합당의 신천지 연루 의혹을 제기하는 인터넷 기사 등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면서 "국민들이 그렇게 멍청한 사람들이 아니다"며 "여러가지 기사들, 옛날부터 쏟아져 나왔던 증언들, 보도들, 그리고 방금 이명박씨가 (영상에서) 얘기했던 주장들을 보면 솔직히 말해서 (통합당과 신천지를) 절대 떼어낼 수 없다고 본다. 이미 깊숙하게 발 들였다는 정황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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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황희두 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동영상. 이 영상의 원본은 2007년 8월 10일 전북 전주 화산체육관에 모인 한나라당 당원들의 모습이지만, 황씨의 영상 아래에는 '열광하는 신천지예수교 신도들'이란 가짜 자막이 달렸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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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전 대통령 측은 황씨가 튼 영상에 대해 "2007년 8월 10일 전북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선후보 합동 연설회 영상을 교묘하게 짜깁기 한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연설회에서 전북 최대 현안인 새만금 사업 관련 공약을 밝히면서 "새만금을 전북의 사업이 아니라 국가사업으로 만들어 세계가 부러워하는 신천지로 만들어가겠다"고 연설했다. 그런데 황씨의 동영상에는 이 발언 가운데 '새만금', '전북'이란 표현은 삭제됐고, '신천지' 등의 표현만 남았다. 또 한나라당 당원들이 환호하는 영상에 '신천지예수교 신도들'이란 사실이 아닌 자막이 달렸다. '새만금' 등 표현이 들어가고 군중이 신천지 교인이 아닌 한나라당 당원들이란 사실이 알려질 경우, 신천지 연루설이 사실이 아닌 것이 될까봐 누군가 영상을 편집하고 가짜 자막을 단 것으로 보인다. 황씨 유튜브 팔로어는 20만명이며 이 영상은 25만회 조회됐다.

이명박재단 박 사무국장은 "당시 이명박 후보의 '신천지' 발언은 특정 종교를 거론한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대한민국을 세계가 부러워하는 신천지로 만들겠다는 의미였다"고 했다. 또 "이 후보의 연설에 한나라당 당원들이 환호하는 장면에서도 황씨는 '열광하는 신천지 예수교 신도들'이라는 거짓 자막을 합성, 마치 이명박 후보가 신천지 교인들을 상대로 연설한 것처럼 가짜뉴스를 퍼뜨렸다"고 했다. 박 국장은 "황씨는 즉각 동영상을 삭제하고 가짜뉴스에 대해 유튜브 시청자들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 전 대통령이 신천지와 연루됐다는 주장은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며 "장기간 재판중인 이 전 대통령이 제대로 대응하기 곤란한 상황에서 매우 악의적인 공격"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황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반박 글에서 "(가짜뉴스를 퍼뜨렸다는 고발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저는 12년도 당시 <뉴스앤조이> 매체에 올라왔던 '신천지의 정치 개입은 이미 오래전'이라는 보도와, 해당 보도에 참고 자료로 올라온 유튜브 영상 '2007년 대통령 선거 후보 합동 연설회'를 인용해서 공익적 목적으로 영상을 다룬 것"이라고 했다. 황씨는 "만약 신천지와 무관하다, 자신있고 떳떳하다면 (이명박재단이 아닌) '이명박' 본인이 직접 고소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고발 내용을 전면 부인하면서 재차 '이명박·신천지 연루 의혹'을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황씨는 이날도 이 전 대통령이 신천지와 연관돼 있다는 직접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문제의 동영상은 이날 오후 6시 그대로 게재된 상태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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