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억울하다" 유서 남겨
주민들, 근무하던 경비 초소 앞 음식과 추모 메모
11일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고인이 떠난 뒤 새로 온 경비원이 초에 불을 붙이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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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와 반성의 촛불을 밝힙시다.”
11일 오후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는 국화꽃, 사과, 배, 전 등이 놓여 있었다. 경비실 창문에는 메모지 10여개가 붙었다. “얼마나 노고가 많으셨는데, 갑자기 떠나셨습니까?” “억울함 꼭 밝혀질 겁니다”라며 경비원을 추모하는 내용이었다.
지난 10일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50대 남성 A씨가 오전 2시쯤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지난달 21일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서 주차 정리 과정에서 차주인 B씨와 시비가 붙었다. 입주민 B씨는 A씨를 관리실로 끌고 가 관리소장에게 해고하라는 등 평소에도 끊임없이 괴롭혀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사망 당시 남긴 유서에 “억울함을 밝혀달라”는 내용을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입주민들은 “평소 경비원 A씨가 B씨로부터 폭행·폭언을 당했다고 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 경비원은 평소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모든 일에 가족처럼 주민을 위해 희생하시던 분’으로 여겨졌다.
경비원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서는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호소글이 올라오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네이트 판’에는 10일 자신을 해당 아파트 입주민이라고 밝힌 글쓴이가 “(A씨가)본인이 사시던 아파트 13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습니다”며 “자수와 고인에 대한 사죄만이 당신이 살 수 있는 길임을 명심하십시오”라고 썼다. 이 글은 4000여개의 추천을 받았다.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사건에 대해 '저희 아파트 경비 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고, 1만 1000명의 동의를 얻었다.
서울 강북경찰서 관계자는 “현장 CCTV를 확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장근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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