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검찰이 기소해달라”
2019년 10월16일 밤 11시(한국 시각) 미국 법무부가 다크웹 최대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해당 사이트에 폐쇄 공지를 내걸었다. 경찰청 제공 |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누리집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아무개(24)씨가 미국 송환을 피하려 기존 주장을 뒤집고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인정했다.
16일 서울고법 형사20부(재판장 강영수) 심리로 열린 손씨의 범죄인 인도심사 2차 심문기일에서 손씨 쪽 변호인은 “손씨가 돈의 흐름을 인정했고 아버지의 계좌를 이용해 돈을 송금했다는 부분도 인정한다”며 “한국 검찰이 기소만 하면 범죄행위에 대해 한국에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손씨는 그동안 미국 정부가 송환의 이유로 든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부인했지만, 이를 번복한 것이다. 손씨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웰컴투비디오’ 누리집에서 성착취물을 판매해 비트코인을 받고, 아버지 계좌 등으로 범죄수익을 은닉했다는 게 미국 검찰의 공소 요지다. 그러나 지난달 19일 열린 1차 심문 때 손씨 쪽 변호인은 검찰이 손씨를 음란물 제작∙배포 혐의로 수사할 당시 범죄수익은닉 혐의는 기소하지 않아 해당 혐의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이날 “(1차 심문 때는)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무죄라고 주장한 것으로 돼 있는데 오늘 변호인 주장을 들어보면 손씨가 이를 인정한다고 했다. (입장이) 바뀐 건가”라고 묻자 손씨 변호인은 “법적 판단은 보류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변호인은 재판 막바지에 “범죄은닉수익규제법 제3조1항(범죄수익등의 취득 또는 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한 자)은 전체적으로 손씨가 수사 단계에서 인정한 부분”이라며 “죄가 된다고 하면 달게 받을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손씨는 이날 심문에 출석해 눈물을 흘리며 “스스로 너무나 부끄럽고 염치없지만 가족이 있는 한국에서 다시 처벌받을 수 있다면 어떤 중형이든 다시 받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처벌 받게 해달라며 아들을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고소한 손씨 아버지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그동안 아들답게 못 키워 마지막으로 살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재판을 받을 기회를 한 번만 더 준다면 (아들이) 평생 속죄하며 살게 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6일 한 차례 더 심문기일을 열고 손씨의 미국 송환 여부를 결정한다. 재판부가 범죄인 인도를 결정하고 법무부 장관이 승인하면 손씨는 한 달 안에 미국으로 송환된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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