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갖추지 못한 부적절 행태”
문 대통령·정부 노력 폄훼에 볼턴 비판
정의용 “일방 공개, 외교원칙 위반”
백악관 NSC에 적절한 조처 요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30일 오후 판문점 남쪽 자유의 집에서 회동한 뒤 함께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판문점/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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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자신의 회고록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비꼬며 깎아내린 것을 두고 청와대가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에 대한 볼턴 전 보좌관의 기술이 현안에 대한 관점 차이를 드러내는 수준을 넘어 사실에 대한 심각한 왜곡을 담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2일 브리핑에서 “(볼턴이 회고록에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한-미 정상 간의 진솔하고 건설적인 협의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왜곡한 것은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지난해 6월30일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 당일 여러차례 미국이 내켜하지 않았음에도 문 대통령이 동행하겠다고 고집을 부려 이를 관철시켰다고 썼다. 문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구상을 두고선 ‘조현병 환자 같은(Schizophrenic) 생각들’이라고 빈정대기까지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볼턴) 본인이 그럴 수도 있는 문제”라고 맞받았다.
과거 그의 상대였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정 실장은 윤도한 수석이 전한 입장문에서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며 “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향후 협상의 신의를 매우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이런 부적절한 행위는 한-미 동맹 관계에서 공동의 전략을 유지, 발전시키고 양국의 안보이익을 강화하는 노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내며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의 실무를 총괄했던 윤건영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볼턴 전 보좌관의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볼턴 전 보좌관의 주장은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 자신이 아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는 착각과 오만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청와대와 여권의 이런 대응을 두고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는 “왜곡과 주관적 해석이 뒤섞인 부정확한 기억이 기정사실화하면 불필요한 논란이 일고 외교 현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참에 선을 분명히 그을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결렬시킨 백악관 참모들의 민낯이 드러났다면서도, 파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볼턴 전 보좌관을 잘 아는 한 미국 전문가는 “볼턴이 북-미 관계 개선을 막으려고 광기에 가까운 집착을 보여온 사실이 드러났다. 하노이 정상회담이 왜 실패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관계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국내 보수세력이 (볼턴 회고록을 근거 삼아) 남북,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공격한다면, 정부의 정책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연철 노지원 황금비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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