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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배민·쿠팡·네이버 갑질 규제하는 '온라인 플랫폼법'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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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플랫폼 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를 크게 강화한다. 쿠팡이나 배달의민족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겨냥한 법이 만들어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플랫폼 산업의 규모와 영향이 비대해진 상황에서 갑질이나 독과점을 사전규제로 방지하자는 취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 열린 제6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고 디지털 공정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대책을 보고하고 이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조선비즈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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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플랫폼 사업자와 플랫폼 입점업체간의 거래 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다. 입점업체에 대한 수수료율 책정, 판촉활동 비용 배분 등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정부 개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정위는 당초 내부 심의를 거쳐 내년 쯤 지침을 만든다는 계획이었지만, 법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 번 플랫폼에 종속되면 높은 거래의존도를 보일 수 밖에 없어 사전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유럽연합(EU)은 유사한 법을 만들었고 일본도 법 제정을 준비 중이다.

    플랫폼은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입점업체에 부담을 전가할 우려가 크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실제로 배달앱 요기요는 입점 음식업체를 상대로 최저가 보장을 강제하다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소비자와 음식점간 거래 문제에 책임을 회피한 배달의민족은 불공정약관을 시정해야 했다.

    신설되는 플랫폼공정화법은 플랫폼의 갑질을 금지하되,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진입과 혁신 의욕을 꺾지 않는 방향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상품가격의 과도한 인하 강요, 입점업체의 타 오픈마켓 입점방해, 일방적인 정산절차, 협찬금 등 경제적 이익 강요, 귀책사유의 일방적 전가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플랫폼-입점업체 간 판매대금 지급방식, 판매촉진비용 분담방식, 손해발생 시 비용 분담방식과 같은 내용도 담길 예정이다.

    법이 제정될 때까지 공백은 연성 규범을 마련해 대응한다. 거래 실태를 분석해 불공정 거래 관행의 자율적 개선을 유도하고, 모범거래기준·표준계약서 제정과 개정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공정위는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법안의 세부내용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의 의견도 충분히 수용하기로 했다.

    플랫폼 간 갑질을 막기 위해선 내년 6월까지 사후규제인 ‘플랫폼 분야 단독행위 심사지침’을 만든다. 시장을 선점한 독과점 플랫폼이 신규 플랫폼 진입을 방해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다. 독과점 온라인 플랫폼의 끼워팔기, 차별적 취급, 배타적인 조건을 건 거래 등 경쟁제한 행위는 ICT(정보통신기술) 특별전담팀을 꾸려 중점적으로 감시한다. 온라인 플랫폼의 M&A(인수·합병)를 심사할 때는 수수료 인상, 정보 독점 등 경쟁제한 효과와 효율성 증대 효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방침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기업결합 심사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거대 플랫폼이 소규모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하는 M&A에 나설 경우 기업결합 신고를 하도록 올해 12월 공정거래법을 개정한다. 현행법은 M&A 대상 기업의 자산총액이나 매출액 기준으로만 신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쿠팡, 마켓컬리 등 대형 온라인 쇼핑몰을 대상으로 한 별도 심사지침도 올해 12월에 마련한다. SSG닷컴, 쿠팡, 마켓컬리 등 대규모유통업법을 적용받는 매출액 1000억원 이상 대형 온라인 쇼핑몰이 납품업체에 비용 전가 등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전자상거래소비자 보호법‘도 개정한다. 소비자와 플랫폼 간의 관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소비자에게 불합리한 약관을 수정하도록 지시하기 위해서다. 배달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전자책 등 소비자 민원이 잦은 분야는 불공정 약관 조항을 중점적으로 점검한다

    세종=최효정 기자(saudad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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